아름다운 퇴임, 박찬복 지동장
수원시에서 최초로 간호 사무관이 동장 발령을 받았다. 2013년의 해가 넘어가는 31일 오전 11시. 수원시 팔달구 지동 3층에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리를 하고 앉았다. 지동 최초의 여성 동장이자. 지동 최초로 동장이 정년퇴임을 하는 자리였다. 박찬복(여, 59세) 지동장은 수원시의 최초라는 수식어를 4개나 만들어 내었다.
자리에 함께 한 사람들은 지동주민을 비롯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였다. 경기도의원과 수원시의원, 지동 각 노인회장들, 주민자치위원들, 수원시 새마을위원장, 통장협의회, 지동주민센터 각 위원장들, 그리고 보건소의 담당자들과 역대 지동을 거쳐 간 공무원들, 이 모든 사람들이 지동 최초의 여성 동장이자, 최초의 현역 동장의 퇴임송별식에 자리를 함께했다.
32년간의 아름다운 공직생활
2013년 12월 31일 32년간의 공직업무를 지동장을 끝으로 마감을 하는 박찬복 지동장은, 1954년 10월 8일 수원 세류동에서 출생을 한 수원토박이이다. 매산초등학교와 수원 여중, 여고를 거쳐 수원여자전문대학의 간호학과를 1976년도에 졸업하고, 간호사 국가고시에 합격을 했다.그 리고 1982년 2월 지방간호기원보로 공직에 입문을 한다.
1979년 남편 김종태 목사와 결혼을 한 박찬복 지동장은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다. 1995년 7월 지방간호주사로 승진을 한 후, 2012년 2월까지 장안구보건소 등 수원시 4개 보건소에서 가족보건팀장, 지역보건팀장, 질병의학팀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12년 2월 14일 보건, 의료 행정의 전문가로서 최초로 동장으로 발령을 받았고. 역대 지동 최초의 여성 동장으로 취임을 했다.
괄목한 만한 성장을 한 지동
1년 10개월 동안 지동장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해 낸 박찬복 지동장의 공은 대단하다. 벽화골목 조성을 비롯하여, 노을빛 전망대와 갤러리 조성, 옥상음악회 개최, 지동마을이야기 발간, 노을빛 전망대 국내 유수의 작가유치 전시. 불우이웃돕기, 2차례의 일일찻집, 김장나누기 등 지동은 괄목한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축사에 나선 표영섭 지동주민자치위원장은
“우리시 최초로 현역에 있으면서 퇴임을 하는 여성동장이다. 그리고 지동 최초의 여성동장이며, 지동에서 정년퇴임을 하는 최초의 지동장이다. 그동안 우리 지동에 와사 많은 성과를 이룩한 박찬복 지동장님께 먼저 감사를 드린다. 처음 여성동장이 취임을 한다고 할 때는 솔직히 우려가 더 컸다. 하지만 이제 동장님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이 못내 섭섭하다”고 했다.
앞으로 더 많은 활동 가대해
이날 식순은 개식 및 내빈소개에 이어 국민의례, 박찬복 지동장 약력소개, 공로패 및 선물 증정, 송별사. 내빈들이 축사, 그리고 박찬복 동장의 고별사 등으로 이어졌다. 고별사가 끝날 즈음 참석을 한 수원시장은
“내가 동장 퇴임식에 참가를 한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지동은 지금까지 두 번째로 많이 찾은 곳이다. 올해 생태교통으로 행궁동을 가장 많이 찾았고. 그 두 번째가 바로 지동이다. 사실 처음에 여성동장을 지동으로 발령을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동은 구도심에다가 여러 가지 사안이 많은 마을이다. 하지만 그런 우려를 동장님이 말끔하게 씻어주시고, 이제 이렇게 정년을 맞이하시게 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일을 우리 수원을 위해 해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 오늘 이 자리를 정말 축하를 드린다.”고 했다.
퇴임송별식에 참가를 한 지동 주민 한 사람은
“정말 2년 동안 많은 고생을 하셨다. 구도심이라는 곳이 그리 만만치가 않은 곳인데도 불구하고, 여성동장으로서 더 섬세하게 일 처리를 해주시어 우리 지동은 정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동장님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하기도. 이날 퇴임송별식은 기념촬영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지동교 인근에는 무슨 새집이 이렇게 많아?
27일 오후. 영동시장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는 팔달문시장 안내소가 있는 건물. 화장실이 있는 건물 외벽에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달고 있다. 최극렬 수원시 상인연합회장과 아트포라의 작가들이 추운 날씨에도 110개의 아름다운 새집을 건물 외벽에 달고 있다. 새집 하나하나는 모두 손으로 만들고 그린 것들이다.
아트포라 김춘홍 감독의 손으로 직접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일일이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한 이 새집들은 이번에 두 번째의 설치이다. 지난 ‘생태교통 수원2013’의 일환으로 지동교 아래편에 죽 늘어선 새집 설치에 이어, 이날 110개의 아름다운 새집이 새로 조성된 것이다. 지나는 사람마다 사진을 담기에 바쁘다.
새로운 설치미술 공간으로 태어나
지난 9월 29일 비가 간간이 내리는 가운데 수원시장을 비롯하여 수원시 전통시장의 상인회장들과 시민들이 함께 한 새집달기는, 경기도,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 수원시상인연합회, 지동시장 등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시민과 함께하는 생태환경 새(=鳥)집걸기’ 행사는 150개가 먼저 지동교 아래 영동시장 쪽 화단 뒤편에 자리를 잡았다. 생태교통과 화성문화제의 연계행사로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110개의 새집이 팔달문시장 안내소의 외벽에 설치가 된 것이다. 김춘홍 수원시 상인연합회 자문위원은
“원래는 24일 다 함께 달기 위해 준비를 했지만, 오늘에야 설치를 마쳤습니다. 앞으로 이 새집이 지동교 부근의 새로운 설치미술로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날이 추워서 감기들이라도 걸릴까봐 걱정입니다.”
길을 가다가 휴대를 한 손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던 한 관광객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시장 주변이 이렇게 다양한 설치미술을 통해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이 좋다고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전통시장하면 왠지 침침하고 깨끗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곳 시장들은 딴 지역의 전통시장과는 다르네요. 정말 아름다운 모습입니다”라고 한다.
지동시장 임직원 송년회도 가져
오후 5시부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762-41번지에 소재한 화성갈비. 3층 한편에 20여명의 지동시장 임직원들이 모였다. 새집달기를 마친 최극렬 회장과 지동시장 이사들, 그리고 직원들이 함께 한 자리이다. ‘2013년 지동시장 임직원 송년회’가 열리는 자리이다. 이 자리에서 최극렬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올 한 해 정말 힘든 해였지만 이렇게 여러분들이 수고를 해주신 덕분에 슬기롭게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정말 많은 행사를 가졌습니다. 특히 상인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생태교통 등 국제적인 행사를 잘 치룰 수 있도록 도와주신 것에 대해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2014년에는 더 힘든 해가 될 수도 있겠지만, 다 같이 함께 힘을 모아 더 행복한 해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했다.
지동시장 임직원들은 담소를 나누며 2013년 한 해를 보내는 자리를 서로 격려를 하기도. 한편 오후 6시부터는 영동시장 상인회도 송년회를 가졌다.
지동 벽화 지도 갖고 벽화 찾아보세요.
수원시 팔달구 지동 벽화길. 3년 동안 조성한 벽화 길의 총 길이는 1.7km에 달한다. 이미 지동은 벽화마을로 전국의 지자체에서 벤치마킹 1순위로 떠올랐다. 낡고 퇴락하던 골목길에는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있다. 사람을 닮은 나비가 날아다니는가 하면, 푸르름을 잃지 않는 담장이 넝쿨이 벽에 드리워져 있다.
고양이들이 뛰어노는가 하면, 한 골목 벽 밑에는 다람쥐들이 굴속에서 삐죽이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시인들이 정성들여 쓴 시들이 많은 사람들을 반기는가 하면, 우리가 옛날이야기로 듣던 동화들이 그대로 벽에 그려져 있다. 내리막길 한 편에는 최신 휴대폰을 든 원시인들이 한 손에는 돌도끼를 들고 있기도 하다.
테마가 있는 지동 벽화골목
지동의 벽화골목은 난해하지 않아서 좋다. 비록 눈을 휘황찬란하게 만들지는 않아도, 몇 번이고 그 골목을 걷다가 보면 새록새록 정이 묻어난다. 골목 한편 담벼락에 붙어있는 담벼락 평상과 여기저기 마련되어 있는 구름쉼터, 느티나무쉼터 등, 이름도 정겨운 쉼터들도 마련되어 있다.
주말이면 꼬마들의 손을 잡은 부모님들이 연신 아이들을 벽 앞에 세워놓고 사진 찍기에 바쁘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골목에 놓인 나무화단에 아름다운 꽃이 길손들을 반긴다. ‘화성의 동쪽마을 정겨운 곳 지동’ 사람들은 그런 지동을 몇 번이고 찾아온다. 가끔은 골목길에서 주민들이 삼겹살 파티를 열 때 동참을 할 수도 있다.
벽화길 안내지도 나왔다
그런 지동에는 유명한 것들이 많다. 수원제일교회 종탑에 마련한 노을빛 갤러리와 전망대. 그리고 되살림 발전소. 이런 것들은 지동이 아니면, 전국 어느 벽화 길을 찾아가도 만날 수가 없다. 특히 노을빛 갤러리의 전시는 아무나 접할 수 없는 최고의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이 지동이기에 가능하다.
지동에는 인적자원이 풍부하다. 이미 벽화골목의 처음 조성할 때부터 함께 동참을 한 삼성전자의 연구원들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가족별로 와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과 주민들까지. 이곳을 찾아와 그림을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끊임없이 찾아와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간다. 자신만의 그림 벽이 하나 생겨나는 것이다. 어느 누가 감히 남의 벽에 그렇게 하락도 없이 그림을 그릴 수가 있을까?
이러한 지동 벽화골목을 안내하는 작은 책자가 발간이 되었다. 지동 벽화 길의 안내지도인 이 작은 책자는 ‘창룡문에서 노을빛 전망대와 갤러리 찾아가기’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뒤편으로 돌리면 ‘팔달문에서 노을빛 전망대와 갤러리 찾아가기’이다. 지동을 찾는 사람들이 어느 방향에서 접근을 하던지, 쉽게 벽화 골목을 돌아보고 노을빛 갤러리로 찾아올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갤러리 관람권도 겸하고 있어
지동 벽호골목은 지금까지 세 파트로 구분을 하여 조성을 하였다. ‘벽을 넘어 사람 속으로’는 창룡문 주차장을 출발하여 게이트볼장 - 솟대 - 되살림발전소 - 쌈지공원 - 구름쉼터 등 첫해에 마련한 골목길이다. ‘동심 골목에 펼치다’는 3년 차 벽화길이다. 시골목 - 느티나무 쉼터 - 동화골목 - 흥부놀부 - 삼성 IT골목으로 이어진다.
‘생태 골목에 심다’라는 제목을 가진 벽화골목은 2년차 골목으로 어르신 수다평상 - 봉돈포토죤 - 옛 우물 터 - 희망계단 - 생태골목 - 접이식 평상을 거쳐 노을빛 갤러리와 전망대로 오를 수 있다. 이곳은 바로 지동에 있는 전통시장인 지동시장과 미나리광시장, 그리고 못골시장과 철마다 별별 행사가 다 열리는 지동교와 야경이 아름다운 남수문까지로 연결이 된다.
이 작은 안내책자 하나를 구입하면 이 모든 지동의 벽화골목을 남들에게 묻지 않고도 돌아볼 수가 있다. 이 안내책자는 고박사 슈퍼, 비봉상회, 지동슈퍼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3,000원에 판매를 하며 이 지도 안에 노을빛 갤러리와 전망대를 오를 수 있는 입장권이 부착되어 있다.
‘수원은 다르다. 수원은 무엇이나 할 수가 있다’ 올 9월 행궁동 일원에서 열린 ‘생태교통 수원2013’은 차 없이 한달 간이나 생활을 했다. 해외와 전국에서 100만 명이상이 이곳을 찾았다. 그런 수원이 다르듯, 지동도 다르다. 지동은 무엇이나 할 수가 있다. 아무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벽화골목 조성을 가장 아름답게 꾸며놓았다. 거기다가 노을빛 갤러리와 전망대까지 갖추고 있다. 지동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 지동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작은 책자가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제설용 염화칼슘, 다 어디로 갔소?
집 문 앞에 뿌리라고 갖다놓았을까?
사람들이 참 양심도 없다. 갑자기 눈이라도 쏟아지는 날에 지동 비탈길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주민센터에서 항상 눈이 오기 이전에 여기저기 비탈길 위에 염화칼슘을 한 무더기씩 갖다 놓는다. 물론 눈이 오면 미끄럽고 위험한 비탈길에 뿌려 제설을 하라고 갖다 놓은 것이다. 주민들이 쓸기는 하지만 그 이전에 차들이 다니면 눌린 곳이 바로 빙판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염화칼슘을 갖다 쌓아 놓은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 다음날 눈도 내리지 않았는데 10여 포나 쌓여있던 염화칼슘이 한 포도 보이지 않는다.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이런 일이 비단 올해 뿐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갖다놓기가 무섭게 사라지는 제설용 염화칼슘,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일까?
비양심적인 인간들, 집 앞에 뿌려 대
지동은 비탈길이 유난히 많은 곳이다. 지동시장부터 창룡문까지 마루길인 용마루 길은, 양편으로 비탈이기 때문에 눈이 오고나면 상당히 위험하다. 가끔씩 미끄러지는 사람들도 보이고, 심지어는 눈길이 미끄러워 차들이 올라가지를 못하고 굉음만 시끄럽게 내기도 한다. 심야에 이렇게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내는 굉음에 잠을 설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이 염화칼슘이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갖다놓기가 무섭게 사라지고 마는 염화칼슘. 비탈길에 사는 한 주민은 사람들이 들고 가는 것을 보았다고 이야기를 한다.
“주민센터에서 염화칼슘을 갖다 놓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와서 가져갑니다. 어떤 사람은 한 포도 아니고 몇 포씩 가져가기도 하고요. 그것을 갖다가 어디다 쓰겠습니까? 집 앞을 쓸 생각은 않고 염화칼슘을 뿌려댑니다. 비탈길이 위험하니까 뿌리라고 갖다 놓은 것을, 자기 집 앞에 뿌리려고 가져가는 사람들. 정말 양심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몰상식한 인간들이죠.”
염화칼슘 사라지는 일은 매년 되풀이돼
염화칼슘을 들고 가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비탈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한 주민은 이야기를 한다.
“정작 비탈길에 살아 위험한 사람들은 염화칼슘을 들고 가지 않습니다. 대개는 그래도 미끄러운 길이 아닌 사람들이 집 앞 청소가 하기 싫어 집어가는 것이죠. 비탈길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갖다 놓은 것을, 자기 집 문 앞도 쓸기 싫어 염화칼슘을 뿌려대는 모습도 보입니다. 심지어는 지난 해 갖다 놓은 것을 뿌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 올해도 틀림없이 집어갔을 겁니다.”
길이 미끄러워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왔다는 한 주부는 ‘이런 비양심적인 사람들과 같이 산다는 것이 불행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19일 아침부터 갑자기 많은 눈이 내렸다. 하지만 비탈길에 뿌려야 할 염화칼슘은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는다. 몇 곳의 염화칼슘 적치장을 돌아보았지만, 비탈이 아닌 제설함에 달랑 한 포가 있을 뿐이다.
우려하던 일은 항상 비켜가는 법이 없다. 차 한대가 눈길에 미끄러져 제설용 차가 와서 견인을 하게 생긴 것이다. 주민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갖다 놓은 염화칼슘을, 집에 눈이 치기 싫어 들고 간 사람들. 이렇게 비양심적인 사람들은 남의 생명을 위험하게 만든 장본인들이다.
한 주민은 ‘집집마다 조사를 해 염화칼슘이 나오는 집들은 그만한 대가를 치루게 해야 한다.’고 한다. 자신이 편하자고 공동의 편의를 위해 쌓아놓은 염화칼슘을 집어가는 사람들. 이젠 제발 이런 비양심적인 행동을 그만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겨울은 따듯하게 날 수 있겠네.”
어릴 적 한 밤중에 자다가 일어나 연탄을 갈아야 하는 일은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왜 그렇게 꼭 한 밤중에 불을 갈아야했는지 모르겠다. 하긴 하루에 연탄을 두 번은 갈아야 했으니 꼭 한 밤중에 일어나지 않으면 안됐기 때문이다. 지금에야 그런 기억조차 가물거려 어떻게 긴 겨울을 지냈는지도 가물거린다.
7일 아침 수원시 팔달구 지동 골목이 시끌벅적하다. 전날 밤에 차로 실어다가 쌓아놓은 연탄에 여기저기 한 뭉텅이씩 쌓여있었다. 그 연탄을 집안으로 날라다가 쌓는 것이다. 한 집에 300장씩 모두 20가구에 연탄을 날라다 준다. 골목에는 길에 줄을 선 사람들이 열심히 연탄을 건네주고 있다.
300장씩 20가구에 연탄 전달
연탄을 날라다 쌓는 사람들은 신협 직원들이라고 한다. 모두 20가구에 연탄배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에 소재한 신협의 직원 200명이 이른 아침부터 지동으로 모였다. 한 집에 10여 명씩 줄을 지어 연탄배달을 하는 사람들의 이마에 땀이 맺힌다. 날이 춥지가 않아 다행이라고 한다.
“저희 신협에서는 매년 이렇게 300장씩 20가구에 연탄을 드리고 있어요. 올해도 6,000장을 나누어 드리는 것이죠. 하루에 2장씩 때면 한 5개월 정도 땔 수 있고, 3장씩 때면 3달 반 정도 땔수 있으니, 한 겨울은 나실 수가 있을 겁니다.”
심필자 봉사팀장의 인솔로 집집마다 나누어 줄을 서서 연탄배달을 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열심히 연탄을 나르고 있는 한 직원은 쉬는 날 이렇게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보람차다고 말한다.
“이 연탄이 가격으로 치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 연탄도 구입할 수 없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분들에게 한 겨울을 따듯하게 나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니 나름 보람된 일인 듯해요”
“정말 고마운 분들입니다.”
주로 홀몸어르신들이 사시는 집에 연탄을 배급하고 있다고 한다. 지동은 타 지역에 비해 연탄을 때는 집들이 많은 곳이다. 문화재보호구역 안에 들어가 있어 집을 증축하거나, 개량을 한다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곳이다. 거기다가 좁은 골목길들이 많아 도시가스도 들어가지 않는 집들이 상당수가 있다.
그런 지동을 매년 찾아와 이렇게 연탄을 나누어주고 있는 사람들. 창룡문로 일대 여기저기 연탄배달을 하느라 줄을 섰다. 그 중에는 봉사를 하고 싶어 왔다는 어린학생들도 보인다.
“저희가 연탄을 나누어 드리는 집들은 봉사단체에서 선정을 했다고 해요. 지동에 20가구의 홀몸어르신들이 계시는 집들을 선정하고 난 후, 저희 신협으로 통보를 하시면 그 집에 연탄을 날라다 주죠”
좁은 집 앞에 차까지 주차가 되어있어 연탄 나르기가 수월치 않지만, 그래도 불평 한마디 없이 열심히 연탄을 나르고 있다. 연탄 배달을 마친 일행이 정리를 하고 떠나려하자, 뒤따라 나오신 어르신이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하신다.
“정말 고맙죠. 올 겨울을 따듯하게 날 수 있도록 이렇게 300장이나 되는 연탄을 그득하게 쌓아놓았으니, 올 겨울은 춥게 살지 않아도 되겠네요.”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이라고 했는데, 이런 따듯한 손길들이 있어 훈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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