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한 밤중에 자다가 일어나 연탄을 갈아야 하는 일은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왜 그렇게 꼭 한 밤중에 불을 갈아야했는지 모르겠다. 하긴 하루에 연탄을 두 번은 갈아야 했으니 꼭 한 밤중에 일어나지 않으면 안됐기 때문이다. 지금에야 그런 기억조차 가물거려 어떻게 긴 겨울을 지냈는지도 가물거린다.

 

7일 아침 수원시 팔달구 지동 골목이 시끌벅적하다. 전날 밤에 차로 실어다가 쌓아놓은 연탄에 여기저기 한 뭉텅이씩 쌓여있었다. 그 연탄을 집안으로 날라다가 쌓는 것이다. 한 집에 300장씩 모두 20가구에 연탄을 날라다 준다. 골목에는 길에 줄을 선 사람들이 열심히 연탄을 건네주고 있다.

 

 

300장씩 20가구에 연탄 전달

 

연탄을 날라다 쌓는 사람들은 신협 직원들이라고 한다. 모두 20가구에 연탄배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에 소재한 신협의 직원 200명이 이른 아침부터 지동으로 모였다. 한 집에 10여 명씩 줄을 지어 연탄배달을 하는 사람들의 이마에 땀이 맺힌다. 날이 춥지가 않아 다행이라고 한다.

 

저희 신협에서는 매년 이렇게 300장씩 20가구에 연탄을 드리고 있어요. 올해도 6,000장을 나누어 드리는 것이죠. 하루에 2장씩 때면 한 5개월 정도 땔 수 있고, 3장씩 때면 3달 반 정도 땔수 있으니, 한 겨울은 나실 수가 있을 겁니다.”

 

 

심필자 봉사팀장의 인솔로 집집마다 나누어 줄을 서서 연탄배달을 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열심히 연탄을 나르고 있는 한 직원은 쉬는 날 이렇게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보람차다고 말한다.

 

이 연탄이 가격으로 치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 연탄도 구입할 수 없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분들에게 한 겨울을 따듯하게 나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니 나름 보람된 일인 듯해요

 

정말 고마운 분들입니다.”

 

주로 홀몸어르신들이 사시는 집에 연탄을 배급하고 있다고 한다. 지동은 타 지역에 비해 연탄을 때는 집들이 많은 곳이다. 문화재보호구역 안에 들어가 있어 집을 증축하거나, 개량을 한다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곳이다. 거기다가 좁은 골목길들이 많아 도시가스도 들어가지 않는 집들이 상당수가 있다.

 

그런 지동을 매년 찾아와 이렇게 연탄을 나누어주고 있는 사람들. 창룡문로 일대 여기저기 연탄배달을 하느라 줄을 섰다. 그 중에는 봉사를 하고 싶어 왔다는 어린학생들도 보인다.

 

 

저희가 연탄을 나누어 드리는 집들은 봉사단체에서 선정을 했다고 해요. 지동에 20가구의 홀몸어르신들이 계시는 집들을 선정하고 난 후, 저희 신협으로 통보를 하시면 그 집에 연탄을 날라다 주죠

 

좁은 집 앞에 차까지 주차가 되어있어 연탄 나르기가 수월치 않지만, 그래도 불평 한마디 없이 열심히 연탄을 나르고 있다. 연탄 배달을 마친 일행이 정리를 하고 떠나려하자, 뒤따라 나오신 어르신이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하신다.

 

정말 고맙죠. 올 겨울을 따듯하게 날 수 있도록 이렇게 300장이나 되는 연탄을 그득하게 쌓아놓았으니, 올 겨울은 춥게 살지 않아도 되겠네요.”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이라고 했는데, 이런 따듯한 손길들이 있어 훈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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