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의 효과는 얼마나 될까? 아마 TV 방송매체의 영향이라는 것은 대단한 듯하다. 속초에서 ‘아바이마을’(속초시 청호동)로 들어가는 갯배가 있다. 갯배란 건너편까지 줄을 연결해 그 줄을 당겨서 이동을 하는 수단을 말한다. 이 갯배는 속초의 명물로 자리를 잡고 있으며, 갯배를 타고 건너 아바이마을로 들어가면 이곳은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지난 4월 11일 이곳 갯배를 타고 1박 2일의 출연진이 아바이마을로 들어갔다. 그리고 갯배를 타기 전에 있는 포구인근에서 생선구이를 먹었다고 한다. 그 다음부터 아바이마을을 소개하는 그림과 문구가 바뀌었다. ‘가을동화 촬영지’에서 ‘1박 2일과 가을동화 촬영지’로 요즈음 잘 나간다는 프로그램을 앞세운 것이다.


중앙동과 아바이마을인 청호동을 잇는 도선 갯배와(위) 1박 2일을 촬영한 생선구이집

즐비하게 늘어난 생선구이 집들

1박 2일에서 갯배와 생선구이를 촬영을 하면서, 당시 촬영을 한 집은, 1박 2일 출연진들이 생선구이를 먹고 간 집인 것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집을 찾기 시작하면서 주변의 집들이 한집 두집 생선구이집으로 업종 변환을 한 것이다. 지금은 갯배를 타는 곳 주변이 온통 생선구이집들이다.

속초는 해산물이 많은 곳이다. 철마다 바뀌는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포구에 자리를 하고 있는 집들이, 생선구이를 판다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요즈음도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생선구이를 즐긴다고 한다. 1박 2일이 방영되고 난 뒤 얼마동안은 줄을 설 정도였다는 것이다.



1박 2일을 방영하고 난 뒤 갯배 도선장 인근에 늘어선 생선구이집들

피난민들의 애환이 서린 갯배

속초시 청호동과 중앙동을 잇는 도선인 갯배는 거룻배이다. 이 갯배는 일제말 속초항이 개발되면서 운항이 되기 시작했다. 6,25 동란 이후에 함경도의 피난민들이 이곳에 움막형태의 집을 짓고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청호동에는 신포마을, 앵고치마을, 자꼬치마을, 신창마을, 정평마을 등 피난민들이 자신들의 거주하던 곳의 이름을 붙인 집단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갯배는 1988년에 새로 FRP선 35인승으로 제작한 것으로, 청호동 주민들은 무료로 이용을 하고 있다. 갯배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은 년간 15 ~ 20만 명이 이용을 하고 있다. 이 갯배는 편도 200원, 왕복 400원을 요금으로 받고 있다. 1박 2일이 방영되고 난 후에는 주말이면 관광객들이 줄을 지어 갯배를 타고 아바이마을로 들어갔다고 한다.

피난민들의 애환이 서린 갯배

새로워진 풍속도 갯배와 생선구이집

11월 23일,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하다. 갯배를 타는 곳은 정비가 잘 되어있다. 속초시 관계자의 이야기로는 이렇게 정비를 한 것은 1박 2일 때문이 아니고, 정비를 해 놓았는데 마침 1박 2일이 이곳에서 촬영을 했다는 것이다. 갯배를 타는 도선장 근처에는 주말에 사람들이 몰리자, 민원이 제기되고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해 이동식 화장실까지 설치를 하였다.

주중인데도 갯배를 타고 아마이마을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근처 높은 건물 위에서 내려다본 갯배 도선장과 인근에는 많은 생선구이집들이 보인다. 조금 외진 곳에서 생선구이 집을 운영한다는 업주는 ‘처음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주말이면 몰려왔는데 이제는 처음과 같지는 않다. 점차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사람들은 방송에 나갔다고 하면 몰려들었다가 금방 썰물이 빠지듯 빠져버리고 만다.“ 고 한다.

아바이마을은 주민들이 이주를 하고나면 공원이 조성된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주말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특히 갯배는 주말이 되면 꾸준하게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어, 방송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것이다. 피난민들의 애환이 서린 갯배. 이제 그 갯배가 새로운 관광 상품으로 발돋움을 할 수 있을지 기대를 해본다. 갯배의 성시와 함께 피난민들의 응어리도 조금은 가시려는지. 새롭게 변모를 해가는 갯배와 인근의 생선구이 집들은 이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할 때인 것 같다. 반짝 특수가 아닌 꾸준한 노력과 성실한 영업으로 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답사를 하다가 보면 가끔 그런 소리를 듣는다. ‘1박 2일이 다녀가면 지역에 많은 보탬이 됩니다.’라는 이야기다. 지난달인가 남원 답사를 할 때 ‘지리산 둘레길’을 1박 2일 팀이 다녀간 곳을 찾았다. 남원시 운봉읍이다. 문화재 답사를 하는데, 그 옆을 많은 사람들이 지나쳐간다.

나처럼 문화재 답사라도 하는 사람들인가 하여 기다렸는데, 그냥 지나쳐 산 밑으로 걸어간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를 물어보니 “여기가 1박 2일 사람들이 지나간 길이거든요. 그래서 걸어가는 갑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아가는 곳이 이승기가 지나간 길이라는 것이다.


1박 2일이 촬영을 한 하조대

지역경제에는 얼마나 보탬이 되나?

“사람들이 많이 오나요?”
“말도 마세요. 처음에 방송 나가고 나서는 주말에는 사람들로 줄을 이었어요.”
“그러면 여기는 수입이 많아져서 좋겠네요?”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아요. 모두 준비들을 해오기 때문에요. 그리고 들려서 가버리니까요”
“괜히 부산하기만 한가요?”
“아무래도 도움은 되죠. 그런데 여기야 지역이 좁으니 그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만큼 다양한 것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지속적이라야 하는데, 반짝하고 마는 듯도 하고요”

어느 정도 보탬이 되기는 하나보다. 지역에서는 주말이면 몇 만 명이 다녀갈 정도라고 하니 말이다. 이번 양양 답사 길에서 하조대를 들렸다. 하조대는 조선의 개국공신인 하륜과 조준이 잠시 머물렀던 곳이다. 동해안의 절경에 자리 잡고 있는 하조대는, 평소에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리는 곳이 아니다.


휴일에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차들이 들어찼다.

잘나가는 TV프로는 사람들을 움직여

하조대를 자주 찾는 나로서는 이곳을 철마다 찾아보았지만, 주말에도 만나는 사람들은 불과 수십 명이었다. 주차장에도 차 몇 대가 서 있는 것이 다였고. 그런데 이번에 찾아간 하조대는 차를 댈 곳이 없어 차들이 길게 꼬리를 물고 있다. 들어가지도 못하고, 나오지도 못하는 차들은 길에 서 있기도 하도.

갑자기 날도 찬데 웬 사람들이 이렇게 이것을 찾았을까? 하고 의아해 하는데, 위에 걸린 현수막을 보니 ‘1박 2일 촬영지’라는 것이다. 바로 1박 2일이 주는 홍보효과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리로 향하게 한 것이다.

하조대는 등대와 함께 새로 건축한 정자가 있다. 물론 인근의 경치가 절경이라서 사진을 찍는 작가들이 많이 들리는 곳이다. 특히 새해에 일출을 보기 위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다. 하지만 평소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차를 댈 수 없을 정도로 모여들었다.


등대에서 하조대를 배경으로 촬영을 하는 사람들(위), 바위를 때리는 파도가 시원하다
 
인기 TV프로의 영향을 실감하게 한다. 하조대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1박 2일 촬영을 하고나서 장사가 어떠냐고. “사람들이 많이 오고 장사도 좀 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대박이 날 정도는 아니다. 모이는 사람들에 비해서는 장사는 그렇게 잘 된다고는 볼 수없다.”라는 대답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다가 보니 오히려 버리고 가는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 더 귀찮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좋은 프로는 지역에 도움이 되어야만 한다. 많은 방문객에 비해 장사는 별로라는 지역사람들. 그보다는 정말 지역 경제에도 보탬이 되는 프로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좋은 방송도 하고, 지역경제에 많은 도움이 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방송이야 한번 하고 가면 그만이지만, 그것을 잘 활용하는 것은 지자체의 몫일 것이다. 가평 남이섬과 같은 곳처럼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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