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토요일, 오후 2시 경에 갑자기 지동의 골목길에 왁자하다. 무슨 일인가해서 들여다보았더니, 사람들이 벽에 붙어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다. 사단법인 수원시종합자원봉사자센터 이경묵 팀장의 인솔로, 지동 골목 벽화를 그리기 위해 찾아 온 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여기저기 나뉘어 벽을 칠하고 그림을 그린다.

 

지동의 골목길 벽화는 청년작가들과 함께 삼성전자, 삼성생명, 회사 사원들과 일반 자원봉사자 그리고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 내는 작품이다. 지난해 280m의 골목길 벽화작업에 이어, 올해는 680m의 벽화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골목 벽화작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을 벽화에 표현하는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지동 골목길을 찾아든 것이다.

 

 

 

가족봉사자들도 참여 해

 

30여명의 자원봉사자 중에는 가족이 함께 참여한 사람들도 있다. 친구끼리 참가를 하기도 하고, 아버지와 딸, 엄마와 두 딸의 가족도 있다.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에 거주한다는 김현주(엄마, 41세)는 큰딸 이혜림(중 1)과 작은딸 이유림(초 4)을 데리고 벽화작업에 자원봉사를 지원했다고 한다.

 

“오늘로 세 번째 참가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하고 싶다고 해서 벽화작업에 참가를 했는데, 날이 덥고 해서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워낙 좋아하네요. 또 이렇게 그림을 그리고 나서 나중에 이곳을 지날 때는, 저 그림이 내가 그린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고요”

 

 

 

열심히 담벼락에 담쟁이넝쿨의 잎 작업을 하면서 하는 말이다. 친구들이 함께 참여를 하기도 했다. 열심히 봄에 해당하는 벽에 개나리꽃을 그리고 있는 김민기(계원여고 1년), 박은주(장안고 1년), 장원경(장안고 1년) 등은 벽에 붙어서서 열심이다. 그림을 전공한다는 이 학생들은 한창 놀고 싶은 나이에 이런 벽화그림을 지원했느냐고 물으니

 

“저희는 미술을 전공하기 때문에, 이런 작업이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해요. 토요일에 이렇게 한 번씩 봉사를 하면 기분도 좋아지고, 공부에도 도움이 되거든요. 나중에 벽화가 다 완성이 되면, 이루었다는 뿌듯함도 가질 수 있고요”

 

이렇게 벽화작업을 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있기 때문에, 지동의 칙칙하던 골목이 달라지고 있다. 아직은 한낮의 기온이 높기도 하다. 따가운 햇살로 인해 봉사자들이 쉽게 지친다. 그런 봉사자들을 위해 주민들은 얼음물을 내다주며 격려를 하기도. 사람 사는 재미가 무엇인지를 알아간다는 지동 사람들은, 요즈음 골목 벽화작업으로 인해 사는 재미를 붙여간다는 것.

 

 

7살 꼬마 형주는 골목길에서 이름난 화가

 

골목을 들어서면 벽 한 면이 온통 나비들로 가득하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다니는 꼬마들이 그린 나비들이 벽에서 날아다닌다. 그렇게 벽에 붙어서 나비를 그렸을 꼬마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건너편 벽에 작은 꼬마가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름이 무엇예요?”

“김형주입니다.”

“몇 살예요?”

“일곱살요.”

“여기 몇 번째 왔어요?”

“..... 세 번요(한참이나 생각을 한다)”

“그림 그리는 거 재미있어요?”

“예, 재미있어요.”

 

너무나 진지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 꼬마화가에게 방해를 하는 것 같아, 더 많은 질문을 할 수가 없다. 그 옆에는 누나들이 벽에 붙어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동골목에서 꼬마화가 형주는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날마다 변해가고 있는 지동골목.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칙칙하던 골목길이 환하게 변화고 있다. 5개년 계획으로 그려지고 있는 지동벽화길. 아마도 3.6Km에 달한다는 14개의 골목길 벽화가 다 그려지는 날에는, 이곳이 또 다른 명소가 될 것이란 생각이다. 지금도 간간히 사람들이 찾아들어 골목에서 눌러대는 셔터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면.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어디를 가든지 나가야만 한다. 답사를 하면서 생긴 버릇이다. 오늘(9월 4일)은 준비를 하는 일이 있어, 멀리는 못가고 가까운 화성 외곽을 돌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후 2시 경에 집을 나서 화성을 반 바퀴 돌았다. 그런데 낭패가 있나, 카메라에 경고 등이 들어오더니 배터리가 떨어졌단다.

 

이럴 때 난 늘 감사를 한다. 요즈음에는 아이폰으로 촬영을 해도 쓸 만하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날 절반만 돌기고 작정을 하고 나갔으니, 당황을 할 필요도 없다. 화성 남쪽의 용도부터 화서문(서문) 까지 걸었다. 이미 바짓가랑이는 다 젖어버렸다. 신발 안에도 물이 들어와 질퍽거린다. 전화벨이 울린다.

 

 

십년 넘어 만나는 반가운 친구의 부탁

 

“예, 하○○입니다”

“야, 임마 나다”

“누구신데요?”

“야, 나 신○○이야, 그저께 한국에 나왔다”

“정말이냐 그럼 진작 연락하지 그랬냐.”

“아버님 묘소에도 찾아뵙고 그러느라고. 너 전화번호 바뀌는 바람에 애 먹었다. 너 지금 어디냐?”

“나, 지금 화성 돌고 있는데”

“야. 너한테 ○○이 하고 가는 길이다”

 

이런 친구 녀석들이라고는. 십년이 훌쩍 지난 다음에 한국에 나왔다고 찾아온단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이 가관이다.

 

“부탁 하나하자”

“먼데?”

“야, 한국에 들어와서 매끼 식당에서 먹었더니 죽겠다. 네가 밥 한 그릇 해줘라”

“미친 놈, 내가 어떻게 해줘. 가정식 식당 데리고 갈게”

“필요 없다. 그냥 김치 한 가지만 있으면 된다. 밥이나 해줘라”

 

 

그리고는 전화를 끊어버린다. 머 이런 녀석이 다 있어. 남자 혼자 사는 집에 무슨 먹을 것이 있다고 밥을 해줘. 그러면서도 시간을 보니 한 시간 반 정도 밖에 여유가 없다. 급하게 집으로 들어와 냉장고부터 열어본다. 마땅히 음식을 마련 할 것이 없다. 두부 한모, 명태포, 어묵, 감자 몇 개, 참치 한 통. 그것이 다이다. 어떻게 하지?

 

그렇다고 망설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십 수 년 만에 한국에 나온 녀석인데 그냥 김치라도 우리 것을 먹이고 싶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녀석이라 형제 같은 놈이다. 서로 집을 돌아가면서 잠도 같이 자고는 했던 녀석이다.

 

친구녀석을 위해 준비한 상차림

 

참 이것을 갖고 무엇을 할 것인가? 그냥 있는 찬만 갖고 먹을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러기에는 조금 미안한 감도 있다. 우선 있는 것을 갖고 준비를 시작했다.

 

 

 

1. 명태포 계란국

① 우산 명태포를 잘게 잘라 물에 불렸다. ② 그리고 청양 고추를 하나 썰어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가급적이면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너무 짠 것을 피하기 때문이다. ③ 끓고 있는 동안 밥을 앉혔다. ④ 물이 끓을 때 미리 준비한 계란을 넣고 저어준다. 그렇게 동태포 계란국이 완성이 되었다.

 

 

2. 어묵감자볶음

① 감자와 어묵을 채썰기를 한다. ②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약한 불에 볶아준다. ③ 너무 타지 않게 볶다가 통깨를 조금 넣어준다. 간은 소금으로만 맞춘다. 소금은 1,000도에서 구운 소금을 사용하다.

 

 

3. 두부와 소시지 부침

① 두부와 소시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계란에 담갔다가 프라이팬에 부친다. ② 간은 미리 계란을 풀을 때 맞추어 둔다. ③ 너무 타지 않게 적당히 익힌다.

 

 

4. 참치 김치찌개

① 언제나 빠지지 않는 나의 주 메뉴이다, 굳이 많은 반찬이 필요하지 않다. ② 김치와 참치통조림을 함께 넣고 된장으로 간을 맞춘다. ③ 고춧가루를 조금 풀어 매콤하게 만든다. ④ 팔팔 끓을 때 떡을 조금 넣어준다.

 

있는 자료를 갖고 준비한 음식이다. 그런데 참 블로그가 무엇인지. 요리하랴 사진 찍으랴 하다가 보니 땀이 줄줄 흐른다. 그리고 집에 있던 찬인 김치와 깻잎, 명란젓과 조개젓, 무장아치, 김을 차려 놓았다. 보기에는 그럴 듯하다. 한 시간이 좀 더 걸렸나 보다.

 

 

단 두 녀석이 왔다 갔을 뿐인데

 

준비를 마치고 나니 두 녀석이 들이닥친다. 하도 허겁지겁 준비를 하느라 배고픈 줄도 모르겠다. 두 녀석은 연신 ‘고맙다’와 ‘맛있다’를 연발한다.

 

“야, 너 옛날 음식솜씨 안 변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먹기나 해라“

“그런데 이제 사람 필요하지 않냐, 언제까지 혼자 밥 해 먹을래?”

“됐네, 이 사람아”

 

농을 할 정신은 있다. 전화가 울린다. 연신 “예, 예”를 연발하더니 수저를 놓자마자 올라간단다. 사업차 왔는데 시간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야, 네가 내일 서울로 올라와라”

“시간이 어찌 되려나 모르겠네.”

“너 안 오면 내일 또 밥 먹으로 온다.”

 

 

그렇게 두 녀석은 가버렸다. 전쟁이 따로 없다. 단 두 녀석이 왔다갔을 뿐인데, 그릇이 산더미다. 내일은 어디 멀리 답사를 가던지 해야겠다. 이왕이면 저 녀석들을 끌고 갔으면 좋으련만.

문화재 답사를 다니다가 보면 천연기념물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나무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인 나는 천연기념물을 만날 때마다 곤욕을 치른다. 한 마디로 그 나무에 대해 감칠맛 나게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소나무의 경우에는 그래도 워낙 많이 보아온지라 조금은 알 수가 있지만, 그 외에 나무에 대해서는 고작 할 수 있는 설명이 자료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웅장하다'거나 '보기가 좋다' 혹은 '소중하다'가 내 지식의 끝이다. 조각자나무에 대한 지식도 그러하다.

 

 

독락당 안에 자리한 천연기념물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독락당 뒤편에서 자라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115호 조각자나무. 이름부터가 생소한 이 나무는 독락당과 옥산서원을 경계로 하는 울안에서 자라고 있다. 이 나무의 수령은 약 470년 정도이며, 나무의 크기는 높이가 15m에, 둘레는 5m 정도이다. 이 조각자나무는 중국산으로 회재 이언적이 중국사신으로 다녀온 친구에게 받아 심은 것이라고 전한다.

 

조각자나무(Gleditsia sinensis Lam)는 콩과의 갈잎큰키나무이다. 높이가 20 ~ 30미터까지 자라는 조각자나무는 껍질은 흑회색이고 줄기나 가지에 가시가 돋는다. 독락당 조각자나무에는 원줄기에 길이 10㎝, 지름 1㎝정도의 갈라진 가시가 있다. 잎은 어긋나고 소엽은 타원형 내지 피침형이다. 가장 자리에는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다.

 

조각자나무는 황록색의 꽃은 6월에 피고, 꼬투리는 편평하며 길이 20 ~ 30㎝, 너비 3cm로 곧고 쪼개면 매운 냄새가 난다. 종자와 가시를 모두 약용으로 한다. 독락당 조각자나무를 담 밖에서 촬영을 하는 바람에 가시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독락당 울안에서 자라고 있는 이 조각자나무는 독락당 뒤편의 담을 안으로 돌려쌓아 놓은 곳에 소재한다.

 

나무 앞에는 보호철책을 둘러 이 나무를 소중히 여김을 알 수 있다. 담 밖에서 촬영을 하는 바람에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나무의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천연기념물을 촬영을 할 때는 잎이 무성한 계절에 다녀야 하므로 시기적으로 맞추기가 힘들다. 더구나 독락당의 조각자 나무가 있는 울 안은 들어갈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담 밖에서 촬영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집안에 있는 문화재 등을 답사하는데 가장 어려움은 바로 이런 점이다.

 

약용으로도 사용한 진귀한 나무

 

조각자나무는 가시와 잎 등이 모두 약용으로 사용이 된다. 중국 금세기 최고 최대의 중약학 성서라고 일컫는 <중약대사전>에는 조각자의 효능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즉 조각자의 가시는 일 년 내내 채취할 수 있으나,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채취시기로써 적당하다. 이 가시의 성분은 플라본 배당체, 페놀류, 아미노산을 함유한다.

 

불순물을 제거하고 물에 불려서 얇게 썰어서 햇볕에 말린다. 이 가시의 효능은 급성편도선염, 옹종, 창독, 여풍 등과 태반이 나오지 않는 증상을 치료한다. 조각자나무의 열매를 ‘조엽’이라고 하는데 맛은 매우며, 성질은 따뜻하고 독이 없다. 풍담, 습독을 제거하고 기생충을 구제하는 효능이 있다. 가래를 삭이는 작용, 항균작용, 회충성 장폐색증, 귀지가 막힌 증상, 중풍으로 인한 안면 신경 마비, 돌발적인 두통, 해수 및 가래가 끓는 증상, 개선과 나병을 치료한다.

 

이와 같이 조각자나무는 모든 것을 약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중한 나무라는 것이다. 나무에 대해서 문외한이기 때문에 독락당 조각자나무의 가치를 잘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었다면 생물학적이나 역사적으로도 가치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산재해 자라고 있는 수많은 종류의 나무들 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들 하나하나가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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