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답사를 다니다가 보면 천연기념물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나무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인 나는 천연기념물을 만날 때마다 곤욕을 치른다. 한 마디로 그 나무에 대해 감칠맛 나게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소나무의 경우에는 그래도 워낙 많이 보아온지라 조금은 알 수가 있지만, 그 외에 나무에 대해서는 고작 할 수 있는 설명이 자료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웅장하다'거나 '보기가 좋다' 혹은 '소중하다'가 내 지식의 끝이다. 조각자나무에 대한 지식도 그러하다.

 

 

독락당 안에 자리한 천연기념물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독락당 뒤편에서 자라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115호 조각자나무. 이름부터가 생소한 이 나무는 독락당과 옥산서원을 경계로 하는 울안에서 자라고 있다. 이 나무의 수령은 약 470년 정도이며, 나무의 크기는 높이가 15m에, 둘레는 5m 정도이다. 이 조각자나무는 중국산으로 회재 이언적이 중국사신으로 다녀온 친구에게 받아 심은 것이라고 전한다.

 

조각자나무(Gleditsia sinensis Lam)는 콩과의 갈잎큰키나무이다. 높이가 20 ~ 30미터까지 자라는 조각자나무는 껍질은 흑회색이고 줄기나 가지에 가시가 돋는다. 독락당 조각자나무에는 원줄기에 길이 10㎝, 지름 1㎝정도의 갈라진 가시가 있다. 잎은 어긋나고 소엽은 타원형 내지 피침형이다. 가장 자리에는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다.

 

조각자나무는 황록색의 꽃은 6월에 피고, 꼬투리는 편평하며 길이 20 ~ 30㎝, 너비 3cm로 곧고 쪼개면 매운 냄새가 난다. 종자와 가시를 모두 약용으로 한다. 독락당 조각자나무를 담 밖에서 촬영을 하는 바람에 가시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독락당 울안에서 자라고 있는 이 조각자나무는 독락당 뒤편의 담을 안으로 돌려쌓아 놓은 곳에 소재한다.

 

나무 앞에는 보호철책을 둘러 이 나무를 소중히 여김을 알 수 있다. 담 밖에서 촬영을 하는 바람에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나무의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천연기념물을 촬영을 할 때는 잎이 무성한 계절에 다녀야 하므로 시기적으로 맞추기가 힘들다. 더구나 독락당의 조각자 나무가 있는 울 안은 들어갈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담 밖에서 촬영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집안에 있는 문화재 등을 답사하는데 가장 어려움은 바로 이런 점이다.

 

약용으로도 사용한 진귀한 나무

 

조각자나무는 가시와 잎 등이 모두 약용으로 사용이 된다. 중국 금세기 최고 최대의 중약학 성서라고 일컫는 <중약대사전>에는 조각자의 효능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즉 조각자의 가시는 일 년 내내 채취할 수 있으나,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채취시기로써 적당하다. 이 가시의 성분은 플라본 배당체, 페놀류, 아미노산을 함유한다.

 

불순물을 제거하고 물에 불려서 얇게 썰어서 햇볕에 말린다. 이 가시의 효능은 급성편도선염, 옹종, 창독, 여풍 등과 태반이 나오지 않는 증상을 치료한다. 조각자나무의 열매를 ‘조엽’이라고 하는데 맛은 매우며, 성질은 따뜻하고 독이 없다. 풍담, 습독을 제거하고 기생충을 구제하는 효능이 있다. 가래를 삭이는 작용, 항균작용, 회충성 장폐색증, 귀지가 막힌 증상, 중풍으로 인한 안면 신경 마비, 돌발적인 두통, 해수 및 가래가 끓는 증상, 개선과 나병을 치료한다.

 

이와 같이 조각자나무는 모든 것을 약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중한 나무라는 것이다. 나무에 대해서 문외한이기 때문에 독락당 조각자나무의 가치를 잘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었다면 생물학적이나 역사적으로도 가치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산재해 자라고 있는 수많은 종류의 나무들 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들 하나하나가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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