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 하나가 사람의 기분을 이렇게 좋게 만들 수 있다니. 그저 숲속을 걸어가는 그런 기분이 아니다. 수백 년 된 나무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곳이다. 큰 나무는 둘레가 어림잡아도 5 ~ 6m가 넘을 것만 같다. 걸을 때마다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나무의 조각을 산책로에 깔아놓아 탄력이 있게 조성하였다.

 

수원시 서둔로 168번 길. 옛 서울농대가 있던 곳이다. 예전 서울농대가 이곳에 자리를 하고 있을 때는 일반인들이 카메라를 들고 이곳을 들어올 수 없었다. 그러다가 서울 농대가 이전을 하고 난 후, 10년 동안 이곳이 폐쇄되어 있던 곳이다. 현재 이 서울농대 자리는 경기도 농업기술원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

 

 

2016년까지 한시적으로 개방

 

이곳은 거의 모든 길이 폐쇄가 되어있다. 건물들이 낡고 위험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해 4월 경기도는 이곳 서울농대 경내의 일부를 주민들에게 한시적으로 개방을 했다. 2016년 경기도 농업기술원이 들어오기 이전까지만 일부 산책로를 주민들에게 개방을 한 것이다.

 

이 산책로는 하절기인 3~ 10월에는 오전 6시부터 18시까지, 동절기인 11~ 2월에는 오전 7시부터 17시까지 개방을 한다. 개방을 하는 산책로는 서둔로 168번 길에 나 있는 엣 문을 통해 들어오면, 중앙에 옛 차도를 중심으로 좌우로 산책로가 나 있다. 산책로는 서로 통하게 되어 있으며, 천천히 전 구간을 걸어보면 한 시간 정도 소요가 된다.

 

 

이곳은 산책로 외에는 모두 통제가 되어 있다. 산책로가 있는 곳의 도로는 일반차량이 통제가 되며, 건물과 휀스설치구역, 수림대 등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하여 개방에서 제외되었다. 주로 인근 주민들이 찾아와 낮 시간의 더위를 식히고, 건강을 위해 걷는 이 길은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길이다.

 

천천히 걸어 본 산책로 정말 최고였다.

 

예전에 이곳을 몇 번이고 들려 걸어보고는 했던 곳이다. 산책로 한편에는 사람들이 쉴 수 있도록 의자 등이 마련되어 있다. 산책로라는 이정표가 있는 길을 천천히 걸어본다. 심호흡을 하면서 걷는 길에 엄청난 나무들이 서 있다. 가까이 다가가 팔로 나무를 안아본다. 장정 몇 사람이 안아야 겨우 맞잡을 수 있을 정도의 굵기이다. 밑동의 둘레는 어림잡아도 6m가 넘을 것만 같다.

 

 

이 산책로는 짐승과 사람이 공존하는 길이다. 사람들은 자연적인 이 길을 걸으면서 건강을 생각하고, 짐승들은 이곳이 원래 자신들이 서식지였다. 원래 이곳의 주인은 고라니, 청설모, 도마뱀, 두더지 등이었다. 그들이 오래도록 살고 있던 곳을 사람들이 잠시 한시적으로 빌린 것이다.

 

이렇게 좋은 산책로를 2016년 까지만 개방한다고 하니 조금은 아쉽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기도 농업기술원이 들어오고 나면 또 어떤 방법으로든지 사람들을 위해서 이곳을 개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산책로를 걷다가 만난 한 주민은 아침저녁으로 이곳을 걸으면서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자연.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 족제비 등 짐승들이 살 수 있도록 쌓아놓은 비오톱 나무더미와, 그 더미를 타고 오르는 넝쿨식물.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어우러진 산책로는 최고의 힐링 공간이다.

 

대부도는 경기도 안산시에 속해 있는 섬이다. 안산시는 공업단지가 가장 많은 곳으로 변해, 문화재들을 찾아보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도 몇 점의 소중한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전역에 많은 문화재들이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안산시 대부북도에는 쌍계사라는 전통사찰이 자리하고 있다.

 

흔히 쌍계사하면 하동 쌍계사를 떠올리지만, 그 외에 여러 곳에 쌍계사라는 사명을 가진 사찰들이 있다. 안산시 대부북동 1058에 소재한 쌍계사는 1660년 경 취촉대사가 이곳을 지나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다섯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물이 나와 이 절을 창건하였다고 전한다.

 

 

그러나 사찰에 보관된 <정수암성조기(淨水庵成造記)>에 의하면 1689년 죽헌비구가 정수암을 중창하여 없어진 후, 1745년 그 자리에 다시 사찰을 세워 1750년부터 쌍계사라 불렸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사찰 내에서 만력4(萬曆四年 : 1576)에 제작된 기와가 발견되어, 16세기 후반부터 이 지역에 사찰이 운영되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널찍한 경내에 봄기운이 완연해

 

4일 이른 아침부터 부산하게 준비를 하여 답사를 떠났다. 안산시에 소재한 몇 곳의 문화재와 쌍계사, 그리고 대부도와 연결이 되어있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선재도와 영흥도를 둘러볼 계획으로. 안산시 별망성지를 돌아 찾아간 쌍계사. 극락보전을 중심에 두고 한편에는 삼성각이,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약수가 나온다는 용바위를 보전하는 전각이 있다.

 

너른 마당에는 봄볕이 완연하다. 약간의 찬바람이 불고는 있지만, 절을 찾아가는 산길에는 벌써부터 농사꾼들의 작업이 한창이다. 최초로 창건할 당시에는 경기도 남양부지 서령대부도였다는 대부북도 쌍계사. 쌍계사에는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81호인 쌍계사 목조여래좌상과 제182호인 쌍계사 현왕도, 그리고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110호인 아미타화상도를 소장하고 있다.

 

 

신비한 용바위, 유리 밑으로 물길이

 

극락보전에 들려 참례를 한다. 언제나 사찰을 들어서면 먼저 하는 의식이다. 꼭 돈독한 신앙심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문화재가 있음을 감사하는 마음 때문이다. 그리고 나와서 용바위가 있다는 전각을 살펴본다. 앞에는 병을 낫기를 기원하는 촛불들을 켜 놓았다. 용바위의 물길이 흐르는 곳은 유리로 막아 놓았다.

 

방석이 그 위에 올라가 있는 것으로 보아, 물길 위에서 앞에 걸린 용왕신의 탱화를 보고 절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조금은 섭섭한 생각이 든다. 그 몸에 좋다는 물을 한잔 떠 먹어보고 싶었는데. 이 물을 발견한 것은 정수암이라는 절을 처음으로 창건한 취촉대사가 발견을 하고 그 자리에 암자를 지었다고 전한다.

 

 

전하는 설에 의하면 취촉대사가 이곳을 지나가다 산 중턱에서 깜빡 잠이 들었는데 용 다섯마리가 승천하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꿈에서 깬 취촉대사가 그 자리를 파보니 용바위 밑에서 맑은 물이 흘러나와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여겨 그 자리에 정수암이라는 암자를 세웠다는 것이다.

 

이 물에는 철분 및 탄산수가 많아 위장병 및 피부병에 좋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약수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쌍계사의 뒤편으로는 소나무 숲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학생들의 자연학습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듯하다. 개구리가 동면을 깨고 나온다는 경칩을 하루 앞둔 5일 찾아간 대부북도 쌍계사. 그곳에는 이미 봄이 발치 앞까지 와 있었다.

요즈음 대세는 힐링치유이다. 힐링이 곧 치유이니 다를 바가 없다. 힐링이란 자연에서 치유를 한다는 말로 해석을 하면 될 듯하다. 우리는 자연에게서 너무 많은 것을 받았다. 만일 우리 주변에 자연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 인간은 과연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자연에서 우리는 삶의 고단함을 치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 인간들은 자연을 너무 훼파하고 나 몰라라하는 식으로 방치를 하고 있다. 그냥 방치만 해도 자연은 스스로 치유를 하면서 살아갈 수가 있다. 그런데 어쭙잖은 인간들이 마치 자신들이 무슨 커다란 권력을 가진 양 설쳐대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불안하기까지 하다.

 

 

자연에서 받은 만큼 자연을 지켜야

 

지자체마다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원은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을 선포했고, 서울 등지에서는 인천 검단 쓰레기매립장이 더 이상 쓰레기의 반입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해서 온통 난리다. 자칫 이러다가 전 국토의 쓰레기화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쓰레기 같은 짓거리들을 마구 행하고 있다.

 

엄연히 분리해야 할 쓰레기들. 그리고 정해진 종량제 봉투에 넣어 배출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아무 곳에나 갖다가 휙 집어던진다. 그리고는 그저 아무렇지도 않다는 둥 손 탁탁 털고 돌아서버린다. 그 쓰레기는 과연 어디로 갈까? 비라도 온다고 하면 쓰레기에서 줄줄 흘러나온 물이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다.

 

 

날이 무더워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유원지라는 곳을 찾아간다. 전국 어디나 경계나 좋거나 물이 좋으면 사람들도 바글거린다. 산길에는 연신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오르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그런데 정말 몰지각한 일은,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몇몇 사람들로 인해 일어난다는 것이다.

 

자연에 버린 쓰레기, 누가 피해자가 되나?

 

사람들이 많이 다녀간 곳을 찾아가면, 어김없이 검정 비닐봉지들이 눈에 띤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자신들이 먹고 남은 것들이나 집에서 가져와 사용을 하고 난 것들을 그 안에 집어넣어 버리고 간 것이다. 그것들은 여기저기 바람에 날려 쏟아지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주변은 너저분하게 변한다.

 

문화재 안에도 쓰레기들이

 

어디 그것뿐이랴? 종교행위를 한답시고 깊은 골짜기를 찾아 들어간 사람들이, 음식이며 천이며 나물이며 마구 버리고 간다. 심지어는 고깃덩어리들도 던져놓았다. 종교행위에 사용한 기물까지 너저분하기도 하다. 어쩌자는 것일까? 그렇게 버려두고 간 음식물찌꺼기며 비닐 등이 그냥 냄새를 피우며 썩어가고 있다.

 

이제는 자연을 힐링시켜야 할 때

 

자연은 스스로 치유를 하면서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누가 간섭을 하지 않을 때의 상태이다. 그런 자연을 인간이라는 존재들이 간섭을 시작한 것이다. 강의 물 흐름을 바꾸어 놓고 유속을 마음대로 조절해,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날벌레들이 기승을 떤다. 어디 그것뿐이랴? 산을 마구 파헤쳐 숨을 쉬지 못하게 하고 있다.

 

얼마나 쓰레기들을 무단으로 버렸으면...  

 

거기다가 힐링을 한다고 하면서 산에 길을 만들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아다니면서 오염을 시키고 있다. 그동안 인간에게 주기만 했던 자연이다. 그 안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얻어 낸 인간들이다. 그런 인간들이 이젠 자연을 힐링시켜 주어야 할 때가 아닐까? 자연은 인간에게서 무엇을 바라고 있지 않다. 다만 스스로 치유를 할 수 있도록 관심만 가져달라는 것이다.

 

엊그제 산을 오르다가 보니, 누군가 건축물 폐기물을 잔뜩 갖다 버린 것이 보인다. 참 인간이란 존재들이 이렇게 허접하다.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을 하는 수원. 거리마다 쌓여만 가는 쓰레기들과 진동하는 냄새. 어쩌자는 것일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제대로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까지 받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그런 짓일랑 그만 접고, 자연도 스스로 치유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할 때이다.

찜통더위’라는 말이 올 한 해 유행어로 떠올랐다. 10여일이 넘게 40도를 육박하는 무더위는 가히 ‘살인적’이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이다. 이런 날은 길이 막혀 더 짜증스러울 수도 있는 바닷가를 찾아가기 보다는 가까운 계곡으로 찾아가, 아이들과 함께 시원한 숲과 맑은 물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바람직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아침에 잠깐 시원한 바람이 불기에, 이제 이 더위도 수그러지겠구나 하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낮이 되자 오히려 기온은 전날을 웃돌고, 길을 걸을 때도 숨이 턱턱 막힌다. 이런 날 취재를 나간다고 하면 사람들은 미쳤다고 할 판이다. 군포시 대야동 반월호수 인근, 수리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반월천을 형성한 곳이다.

 

수리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을 이용한 군포시 대야동 반월천 아영장. 뒤편으로 수리산이 보인다.


반월천변에 마련한 야영장, 인기 만점

 

반월호수에서 둔대교를 지나 상류로는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야영장으로 조성을 한 반월천은 천변 한 편 숲이 있는 곳을 차량을 통제하고 야영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8월 8일(수) 오후 찾아간 반월천. 사람들은 저마다 가족들과 함께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누며 담소를 한다.

 

“시원하세요?”

“그럼요, 왜 고생하고 막히는 먼 길 가서 바가지 쓰고 고생들을 하나 몰라요. 여긴 수리산에서 내려오는 물이라 깨끗하지만, 그리 차지도 않아서 아이들이 놀기도 좋아요.”

“자주 나오세요?”

“예전에는 그저 사람들이 여기 와서 텐트를 치고 놀고 가고는 했는데, 올 해 부터는 시에서 관리를 잘 해주어 많이 좋아졌어요.”

 

반월천 야영장은 반월천 위편 숲 속에 마련되어 있어, 숲과 내를 함께 즐길 수 있다

 

군포시 계룡삼환 아파트에 산다는 이아무개(여, 45세)는 아이들과 함께 자주 찾는다고 한다. 멀리가지 않고도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굳이 많은 경비를 들여가면서 고생할 필요가 있겠냐는 것. 수심이 낮다보니 아이들이 들어가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 물놀이를 해도 안심이 된다는 것이다.

 

군포시에서 시범운영 중

 

이곳 반월천은 이미 십 수 년 전부터 여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쉬고는 했다. 그런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정리를 해 놓은 개울가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함부로 쓰레기들을 버리고 가 주변을 오염시켰다는 것이다. 마을에서도 여름철이 되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와서 어지르고 가는 것에 대해 골머리를 앓았다는 것.

 

 

 

군포시에서는 올 해 들어 이곳에 야영장을 시범운영하기로 하고, 대야동주민자치위원회와 관리운영 용역계약을 맺었다. 7~8월 45일간 시범운영을 하기로 한 것이다. 8월 26일까지 야영장을 운영해보고 난 뒤, 그 자료를 평가분석을 하겠다는 것.

 

군포시 청소년교육체육과 청소년정책팀 임현주 팀장은

 

“그동안 반월천은 매년 많은 분들이 찾아와 피서를 즐기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개울가에 너무 많은 음식쓰레기들이 쌓여있어, 그런 것들 때문에 주민들이 많이 불편을 겪기도 했고요. 올 해 시에서 야영장을 정리하고 대야동주민자치위원회에 운영 용역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올 한 해 45일간 운영을 해보고, 그것을 평가 분석하여 앞으로의 운영에 반영하려고 합니다.” 라고 하다.

 

 

음식의 조리는 개울가에서는 못하지만,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장에서는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교각 밑에는 텐트를 칠 수 없는 곳이지만 햇볕을 피해 그곳으로 몰려들고 있어, 수시로 지도계몽을 한다는 것.

 

군포시민은 물론, 인근 타 시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와 부담 없이 즐기고 갈 수 있는 곳. 수리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에서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분들은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다. 반월천의 여름은 그렇게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 하나를 만들어 주는 곳이다.

일기예보에서는 연일 ‘찜통더위’라는 표현을 한다. 그만큼 올 여름은 무덥고 더위도 길다고 한다. 소나기라도 한바탕 퍼부어주면 좀 시원해질 듯도 하건만, 오는가 하면 어느새 멈춰버린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등줄기로 땀이 흐른다. 참 견딜 수가 없는 무더위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7월 29일 오후 2시. 30도를 넘는 기온에 참을 수가 없다. 차라리 이런 날은 땀을 흘리고 목물이라도 한바탕 하면 덜 더울 듯하다. 광교산으로 향했다. 어차피 바닷가로 갈 수가 없다면,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에 발이라도 담구는 것이 좋을 듯해서이다.

 

 

 

광교산은 수원시와 용인시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수원의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막아주며 시가지를 품고 있는 수원의 대표적인 산이다. 광교산의 원래 이름은 ‘광악산’이었으나, 고려 태조 왕건에 의해 광교산으로 명명되었다고 전해지는 수원의 진산이다. 주말과 휴일이 되면 수십만의 등산객이 이용한다는 광교산은, 자연이 살아있는 곳으로 숲과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이 사람들에게 건강한 삶을 안겨주고 있다.

 

‘우리는 광교산으로 피서 간다.’

 

광교산으로 오르는 상광교 버스종점서부터, 계곡에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위로 오르면서 앉을만한 곳에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다. 더러는 숲에 텐트를 치고 본격적인 피서를 즐기기도 한다. 조리를 할 수 없다는 것 외에는, 무엇 하나 불편함이 없는 곳이다. 깔 자리를 옆에 낀 사람들이 자꾸만 위로 오른다.

 

 

 

 

 계곡에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맑은 물과 숲이 있어 피서에는 제격이라고

 

노루목으로 오르는 길가 옆으로 흐르는 계곡에도, 여기저기 사람들이 모여 있다. 담소를 나누면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참 행복한 표정들이 보인다.

 

“시원한가요?”

 

묻지 않아도 될 만한 말이다. 하지만 얼마나 행복한지 정도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물속에 발을 담구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넨다.

 

 

 

 “정말 천국입니다. 내려오셔서 발 좀 담가보세요. 내장까지 시원합니다.”

“어디서 오셨나요?"

“요 아래 연무동에서 자리 하나 갖고 올라왔어요.”

“피서를 갈 생각은 없으신가 봐요?”

“길 막히고 바가지 쓰고, 거기다가 덥고 끈끈한 곳이 해수욕장인데 왜 그런 곳을 갑니까? 저희들은 걸어서 올라올 수 있는 거리에 이 산이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돈 안 들고 정말 좋은 피서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여름엔 바다 냄새라도 좀 맡아야 하지 않나요?”

“우리는 매년 여기 와서 한 여름을 보내고는 해요. 아이들 고생도 안 시키고 깨끗한 물과 숲이 있어서 정말 좋아요. 내가 수원에 산다는 것, 그리고 광교산 가까이 산다는 것이 정말 행복합니다.”

 

광교산 아래 연무동에 산다는 이아무개(남, 43세)는 입이 침이 마르도록 광교산 자랑을 한다. 아마도 막히는 도로에서 짜증을 내기보다는, 이렇게 시원한 곳에서 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일 것이란 생각이다.

 

 

 

노무목으로 오르는 길목의 숲길(위) 자리 한 장이면 올 여름 피서는 끝이라는 사람들도 계곡을 찾아 노루목으로 오른다(아래)

 

나도 자리 하나 들고 피서 나설까?

 

노루목으로 오르는 길을 조금 더 걸어본다. 숲속의 시원한 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준다. 연일 땀을 흘리며 사무실에서 보낸 시간에, 여기저기 땀띠가 돋았다. 그저 맑고 찬 계곡물에 풍덩 뛰어들고 싶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돗자리 한 장 들고 노루목을 향해 걷는다.

 

“어디로 가시는 길입니까?”

”조금 더 올라가면 바위를 따라 흐르는 물이 모여 있는 작은 소가 있어요. 옆에는 바위도 있고요. 거기다가 자리 펴고 책이나 보려고요.“

“올 여름은 어디 안가세요?”

“이곳보다 좋은 곳이 어디 있겠어요. 우린 광교산으로 피서갑니다.”

 

환하게 웃는 그 모습에서 정말로 광교산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곳. 그리고 맑은 계곡물과 우거진 숲이 있는 곳. 광교산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수원사람들. 올 여름에는 나도 이곳에 명당자리 하나 마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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