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가게’, 말 그대로이다. 착한가게는 가격이 딴 곳에 비해 저렴하다. 요즈음처럼 하늘 높은 줄만 알고 치솟는 물가로 인해, 서민들의 생활은 날로 더 힘들어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만 원짜리 한 장 들고나가도 장바구니가 묵직했는데, 요즈음은 어디 가서 밥 한 그릇 제대로 먹기도 힘들다고 한다.

 

그렇기에 누구와 약속이라도 할라치면 먼저 주머니 사정부터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 요즈음 서민들의 걱정거리이기도 하다. 이럴 때 주변에 실비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만 있다면, 그보다 즐거운 일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사람 살기 좋은 곳, 수원

 

수원은 참 살기 좋은 곳이란 생각이다. 우선은 이 수원이라는 곳이 생전 물 걱정 안해도 되는 곳이다. 일찍이 정조임금에 수원이 좋아 이곳에 터를 잡을 생각을 한 것도, 그리고 여기저기 커다란 저수지를 만든 것도 그만큼의 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석거, 축만제 등 대단위로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이 이미 200여 년 전에 만들어졌다.

 

그 뿐이 아니다. 수원은 광교산 줄기에 터를 잡았다. 그리고 도심 한 복판에는 높지 않아 아이들도 원족을 할 만한 팔달산이 있다. 시내를 관통하는 아름다운 수원천 또한 사람들에게 여유로운 삶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광교산 계곡 가는 곳마다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 여름철에도 굳이 멀리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즐길 수가 있는 곳이 바로 수원이다.

 

 

2인분에 10,000원인 곱창볶음. 거기다가 술국까지 더해서 먹을 수 있다.

 

어디 그 뿐일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어있는 화성은, 우리나라 성곽 중 가장 아름다운 대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조형물이다. 물론, 성이라는 것은 전쟁을 대비한 축조물이다. 그러나 화성은 그냥 축조물이 아니다. 철저하게 주변의 자연과 하나가 되어, 그 자연을 더 윤택하게 만든 성이다. 그래서 수원은 어딜 가도 즐길 수가 있고,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착한업소가 즐비한 수원

 

이런 수원은 많은 전통시장이 있다. 특히 수원 화성의 남문인 팔달문 앞에는 10여개의 크고 작은 전통시장들이 몰려있는 곳이다. 요즈음에는 토요일마다 거리공연까지 즐길 수가 있다. 이런 수원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 걱정까지 해결을 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바로 먹는 문제이다. 가족이 어디 여행이라도 할라치면, 도대체 먹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워낙 고물가시대에 살다가보니, 4인 가족이 나들이를 해도, 쉽게 몇 만원이라는 쌈짓돈이 빠져 나가기가 일쑤이다. 하지만 수원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바로 착한가게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착한가게에 가면 자장면 한 그릇에 2,500원, 순대국밥 한 그릇에 4,000원, 국산 삼겹살 1인분 9,000원 등 가격이 정말로 저럼하다. 거기다가 칼국수 2,500원, 콩나물 비빔밥 3,500원 콩나물 해장국도 3,000원이다. 이런 집들이 수원시에는 가는 곳마다 ‘착한가격업소’라는 시에서 지정하는 표시판을 달고 있다.

 

이는 수원시가 고물가에도 원가절감 등 경영효율화 노력을 통해, 저렴한 가격과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해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착한가격업소를 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저녁이 만나 한잔 하자는 것이다. 그 한잔이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갑을 열어보니 난감하다. 이럴 때 생각나는 집이 바로 착한가격업소이다.

 

인심 넘치는 35년 전통의 ‘안성순대국’

 

35년 전통을 자랑하는 순대국밥 집은 옛날가격 그대로 푸짐한 곱창볶음 2인분에 10,000원을 받는다. 아침에 해장을 하러 이 집에 들렀을 때, 순대국밥 한 그릇에 4,000원이라는데, 그 안에 머리고기가 국물 반, 고기 반이었다. 안성순대집은 그만큼 주인아주머니의 손이 크다. 날이 더워 밖에서 한잔을 하자고 하고, 곱창볶음을 시켰다. 2인분을 시켜도 세 사람이 먹을 만큼을 준다.

 

 

 

35년 전통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 집의 주인은 지동에서만 40년 이상을 살아오신 분이다. 지나는 사람마다 일일이 기억을 하고는 하신다. 큰 그릇에 들깨까지 듬뿍 넣어주는 곱창볶음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거기다가 술국까지 한 그릇 더해주신다. 자리를 끝낸 후 가격을 물으니 술값까지 19,000원이라고 한다. 세 사람이 배불리 먹고, 기분좋게 취한 가격치고는 정말 착한가격이다.

 

이런 착한가격업소가 수원 여기저기에 간판을 달고 있다. 무엇을 볼 것인가? 무엇을 즐길 것인가? 무엇을 먹을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나들이에 좋은 가을, 이 안성순대집을 찾아가 푸짐한 상 한 번 받아보길 바란다. 앞으로는 화성이 있어 더욱 운치가 있는 집이기 때문이다. (수원 착한가게 업소 블로그 / http://suwongokr.blog.me)

 

주소 : 수원시 팔달구 지동 창룡문로 10

전화 : (031) 253-5886

이틀사이로 전국을 강타하고 지나간 태풍. 이젠 그 이름조차 듣기가 싫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인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보면 마음만 아프다. 모처럼 비가 그쳤다. 그저 저녁시간을 무료하게 보내다가 인계동으로 향했다. 수원 인계동은 밤만되면 불야성으로 변하는 곳이다.

 

해가 지면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곳으로 향한다. 물론 돈 많은 사람들이야 비싼 집에 가서 편안하게 시중을 받으면서 술 한 잔 하겠지만, 우리 같은 민초들이야 가장 편안한 곳이 바로 인계동 포장마차이기 때문이다.

 

 

 

‘매운 닭발’이 일품인 곳

 

30일 저녁 7시가 조금지난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골목에는 차와 사람들이 뒤엉켜 난리법석이다. 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술을 마시는 것일까? 나 역시 거르지 않고 술을 마시는 편이지만, 왜? 라는 질문을 하면 딱히 대답을 하기가 어렵다. 다만 좋은 사람들과 만나 편안하게 한 잔 할 뿐이다.

 

요즈음은 ‘포차’가 성업 중이다. 인계동 뒷골목에는 별별 포차가 다 있다. 그 중에는 한두 가지 음식만을 고집하는 집들이 많아,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 바로 인계동 뒷골목이다. 그 중 가끔 찾아가는 집이 한 곳 있다. 매운 닭발을 팔팔 끓여주는 ‘한신포차’라는 곳이다.

 

 

 

 

‘닭발매운탕’이라고 들어는 보셨소?

 

술을 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실내에는 사람들이 꽤 많다. 늦게 가면 아예 자리조차 없는 날도 있는 집이다. 닭발을 시키면 시원한 콩나물국과 당근 몇 조각을 내온다. 그리고 닭발을 놓고 먹을 앞 접시와 수저, 들고 먹을 비닐장갑이 다이다. 닭발은 익혀 나오지만, 불에 올려놓고 끓이면서 먹는 맛이 일품이다.

 

난 이집 닭발을 ‘닭발매운탕’이라고 부른다. 그저 한 냄비면 두 사람이 소주 2~3병을 먹을 양이 된다. 가격이 한 냄비에 15,000원이니 소주 값까지 합해도 20,000원 정도이다. 이 정도로 기분 좋게 술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태풍이 지나고 난 뒤, 모처럼 마음 편하게 먹는 포차의 매운 닭발 한 냄비. 이런 음식이 있어 저녁이 즐겁다.

 

주소 :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1038-9

전화 : 031)221-8359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때론 참 행복한 일이다. 너무 허기가 진 상태에서는 오히려 음식의 맛이 반감이 된다고들 한다. 그래서 대충 배가 고파지기 시작할 때 먹는 음식이 가장 맛이 있다는 것. 그런데 배가 고프지 않은 데도 음식이 맛이 있다면, 그야말로 정말 맛이 있거나 혹은 특별한 음식일 것이다.

 

나란 인간이 워낙 맛집 블러거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이웃인 맛집 전문 블로거들의 글을 늘 보기는 하지만, 그렇게 정성을 들여 리뷰를 작성하지 못한다. 그저 답사를 다니다가 배가 고파 식당에 들렸는데, 우연히 그 집 음식 맛이 좋으면 먹다가 사진 몇 장을 찍어 올리는 것이 다이기 때문이다.

 

 

‘짬뽕 한 그릇 먹자고 거기까지 가’

 

태풍이 올라온다고 난리들을 피우는 날인 8월 27일 갑자기 강원도에 볼일이 생겼다. 일을 하다말고 부랴부랴 챙겨서 강원도로 달려가 일을 보고 난 후, 아침을 든든히 먹었는데도 속이 출출하다. 마침 점심시간도 되었고 하니 밥을 먹어야 하는데, 동행을 한 분이 ‘짬뽕을 아주 특별하게 잘 하는 집’이 있다는 것이다.

 

전날 먹은 술로 인해 숙취도 가시질 않았겠다. 고성군 공현진에 있다는 중국집을 찾아갔다. 속초에서 7번 국도를 타고 고성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죽왕면 소재지를 지나 좌측에 철새도래지인 송지호가 보인다. 그곳을 조금 지나치면 일출이 아름답다는 공현진리가 나오고, 마을 안 찻길이 휘어지는 곳 좌측에 ‘수성반점’이 있다.

 

 

 

 

이 수성반점의 짬뽕이 바로 추천하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허름한 길가 중국집에서 무슨 특별한 요리가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안으로 들어가 보았자 비좁고 날이 더우니, 길가에 있는 평상에서 먹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오징어 한 마리가 짬뽕 그릇에 ‘풍덩’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짬뽕이 나온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특별한 것 같지가 않다. 그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짬뽕이다. 그런데 가격도 만만치가 않다. 짬뽕 한 그릇에 6,500원이라니. 이 시골구석에서 가격도 착하지 않은 평범한 짬뽕 한 그릇에 많은 돈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그래도 음식을 시켰으니 어찌하랴, 배도 출출한 김에 짬뽕을 한 번 뒤집어 보았다. 그런데 이게 뭐야. 바닥에 깔린 것이 해물이다. 어림잡아 오징어 한 마리를 통째로 집어넣은 듯하다. 국물도 얼큰한 것이 일품이다. 이곳을 소개한 분은 ‘이 집 짬뽕에는 오징어가 두 마리가 통째로 들어있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 말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정말 그랬으니 말이다. 먹어도 먹어도 오징어가 또 나온다, 아마 한 마리를 통째로 썰어 집어넣은 듯하다. 세상에 짬뽕 먹다가 턱이 다 아파보기는 또 난생 처음이다. 결국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곳을 들리는 분이 있으면 턱 한 번 아파보라고 권하고 싶다.

 

 

세상에 짬뽕 한 그릇 먹다가 턱이 다 아파보기는 난생 처음이다. 결국 시골 허름한 집의 짬뽕 가격 6,500원이 비싼 것이 아니었다. 알고 보면 아주 착한 가격이기 때문이다.

 

살다가 보면 가끔은 술이 한 잔 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하긴 요즈음처럼 날 덥고 왕짜증이 나는 날이면 저녁에 술이라도 한 잔 해야 잠을 편케 잘 수가 있지만. 그럴 때면 가끔 찾아가는 곳을 자랑 좀 해야겠다. 내가 가는 술집은 뻔하다. 고급 룸살롱이라는 곳은 태어나 한 번도 가보질 않았고, 비싼 유흥주점도 나는 별로란 생각이다.

 

하긴 주제도 안 되지만, 그런 곳에 가서 목에 힘주고 목소리를 까는 것이 나에게는 정말로 생리에 맞질 않는다. 그래서 자주 찾는 곳은 거의 정해져 있다. 빈대떡 한 장에 막걸리를 마시거나, 두부김치 한 접시에 만원이면 소주 2병을 해치울 수 있는 곳, 그렇지 않으면 그저 시원하게 소주 몇 병을 비우고 나올 수 있는 포장마차 정도이다.

 

'술집포차'의 대표적인 술안주인 '할매돼지볶음'

 

수원의 새 명소 인계동 포장마차 골목

 

수원시 인계동에 자리한 인계종합상가 인근은 요즈음 새로운 명소로 자리를 잡아간다. 한 집씩 늘어나기 시작한 실내포장마차가 어느 새 골목골목마다 자리를 하고 있다. 이 포장마차들은 각기 나름대로 내세우고 있는 음식들이 달라, 가끔 찾아가면 입맛에 맞는 대로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술 한 잔 마시는데 무엇을 그리 까다롭게 구느냐고도 하겠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이것저것 먹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작은 행복이다. 이곳을 가면 찾아가는 집이 있다. 새롭게 문을 연 집이라고 하는데, 주인 부부가 손님들에게 참 친절하다. 나는 이 집을 갈 때마다 ‘정말 짜증나게 친절하다’ 라고 표현을 한다.

 

 

추신수(남, 38세)씨와 정진경(여, 39세)씨가 운영을 하고 있는 ‘술집 포차‘는, 인계동 990-9에 소재한다. 이 집을 찾아가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안주인이 요리를 해서 내어놓는 ’할매돼지볶음‘ 때문이다. 그저 별 것 아닌 듯한데 묘하게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이 할매돼지볶음 한 접시면, 그저 소주 서 너 병은 거뜬하기 때문이다.

 

3대째 물려받은 요리비법 ‘할매돼지볶음’

 

‘할매돼지볶음’ 이란 명칭은 할머니에게서 전수 받은 요리이기 때문이란다. 안주인 정진경씨는 부산 사람으로 어릴 적 양념이 풍족하지 않던 시절에, 할머니가 돼지볶음 요리를 해주면 담백한 맛이 있어 좋았는데, 그 요리를 자신들의 주력상품으로 삼자 손님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한 접시 내 오는 요리를 보면 특별하지도 않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은 통마늘을 썰어 넣고, 양파와 당근, 피망, 고추 등이 보인다. 맛을 보면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춘 듯한데,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맛이 사람을 사로잡는다.

 

“요리는 누구에게 배우셨나요?”

“어릴 적부터 할머니께서 해주시던 요리를 어머니께서 저에게 알려 주셨어요. 포장마차를 하면서 이 요리를 손님들에게 드렸더니 생각 밖으로 반응들이 좋아, 저희 집의 대표 안주가 되었죠.”

“들어간 것들은 다 알겠는데 특별한 양념을 사용하시나요?”

“그건 비밀인데요. 아마 그걸 말씀드리면 모두 다 따라 하잖아요. 그럼 단골이 많지 않은 우리는 장사 못해요.”

 

담백한 맛이 일품

 

하긴 그렇다. 어느 집이나 자신들이 자랑하는 음식은 꼭 한 가지 비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괜히 묻고도 머쓱해진다. 조용하던 홀 안이 갑자기 사람들이 몇 테이블 들어왔다.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할매돼지볶음’을 찾는다. 그만큼 이 음식에 대한 마니아들이 생겨난 모양이다. 술을 하고 있는 옆 자리 손님들에게 물어보았다.

 

주인이 추천한 안주 '닭똥집볶음'은 12,000원이다. 

 

“할매돼지볶음, 맛이 어때요?”

“담백하니 돼지냄새도 나지 않고 정말 좋습니다.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저로서는 최고입니다”

“옆에 게신 선생님은요?”

“이 집은 주인이 요리를 시킬 때 미리 물어봅니다. 매운 것을 좋아하느냐고요. 매운맛을 좋아한다고 하면, 맵게 해주더라고요. 이런 안주라면 언제나 술 마실 수 있죠”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담백하다’라고 한다. 하긴 몇 번을 먹었지만, 먹을 때마다 돼지고기 특유의 향이 나질 않아 좋다. 맛집 탐방을 하라고 했더니, 술집 탐방이냐고 눈을 흘겨도 할 수 없다. 어차피 음식점이나 술집이나 요리는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이러다가 나중에 전국에 있는 ‘포장마차 음식특선’이라는 책 한 권 펴내자고 하지 않으려나?

 

(찾아가는 길)

 

주소 :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990-9 '술집포차'

전화 : (031) 235 - 9673

참 이상하다. 음식이란 것이 꼭 분위기 좋고 멋들어진 치장을 해야, 맛이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저 옛날 우리 부모님들이 사시던 곳만 같은, 시골의 어느 집을 찾아든 것 같은 허름한 입구. 그리고 마당에 놓인 탁자 몇 개. 실내에 길다랗게 붙여 놓은 테이블. 이런 분위기를 사람들은 왜 그리 좋아하는 것일까?

 

벽에는 사인지들이 붙어 있다. 참 다양한 사람들이 이 집을 드나들었음을 알 수 있다. 정치계, 연예게, 체육계에서부터, 시시콜콜한 우리와 같은 사람들까지도 이 집을 좋아한다. 사람마다 즐겨 찾는 음식을 다르겠지만, 내가 이 집을 찾는 것은 ‘묵은지 고등어’ 찌개에 막걸 리가 한 잔 하고 싶을 때이다.

 

 

수원 팔달구 골목에 자리하고 있는 ‘골목집’

 

수원시 팔달구 북수동 254에 소재한 골목집. 이 집을 들어서면 제일먼저 좌측에 있는 화장실 입구가 눈에 띤다. 알 듯한 얼굴의 남자가 검은 안경을 쓰고 쭈그리고 앉아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다불유시(多不有時)’라고 적어 놓았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 그냥 화장실 ‘W.C'를 한문으로 유식하니 적은 것이다.

 

내가 이 집을 찾아 든 것은 꽤 되었다. 이 집에서 우리 모임인 ‘우공이산(愚公移山)’이 모임을 갖기 때문이다. 또 편하게 술이 한 잔 하고 싶을 때도 이 집을 찾는다. 그저 마음 편하게 대해주는 주인도 좋지만, 이곳에는 늘 가면 내가 좋아하는 먹을 것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분위기와 먹거리 때문에, 사람들은 이곳을 즐겨 찾는 듯하다.

 

각종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

 

벽면에 붙은 사인지를 훑어보니, 참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이 집을 찾아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인 중에는 이해찬 현 민주통합당 당대표도 이 집을 거쳤다. 벽에는 ‘불취무귀(不醉無歸)’라 적었다. ‘취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다’는 술꾼들의 대표적인 이야기이다. 또 현 박원순 서울시장도 글을 남겼다. ‘함께 꾸는 꿈(2011, 5, 13)“이란 글을 적고 있다.

 

 

그 외에도 김문수 경기도지사, 염태영 수원시장을 비롯하여, 많은 연예인들도 이 집을 들려갔다. 코미디언 이영자를 비롯하여 배우 공영진, 그리고 개그맨 김한석, 오정태, 이동엽 등과 황경수 씨름감독도 이름을 남기고 있다. 이 허름한 집에 그들이 찾아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묵은지 고등어’에 반한 맛

 

나야 주로 좋은 사람들과 만나 술을 마시고 싶을 때 이 집을 찾는다. 7월 29일 한 낮에 땀으로 범벅이 되어 광교산 산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려고 이 집을 찾았다.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영업을 하는 이 집은 술꾼들도 오지만, 식사 손님들도 만만찮다.

 

오후 9시 30분 쯤 문을 들어섰는데, 청소를 마치고 마감을 준비하고 있다. 워낙 더운 닐이라 문을 닫을 시간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반갑지마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성을 다해 상을 보아준다. 이 집의 반찬은 참 촌스럽다. 시골의 어느 집 밥상을 받는 듯한 반찬들이다. 그리고 그 중앙에 놓인 ‘묵은지 고등어’. 묵은지에 고등어를 넣고 끓여내는 것이다.

 

 

 

조금은 찌그러진 노랑 양푼에 끓어대는 묵은지 고등어가 입맛을 다시게 한다. 술을 한 잔 하려고 들어갔는데, 밥 한 공기씩을 갖다 놓는다. 사실 그 시간까지 저녁을 먹지 못해 배도 고팠을 때다. 묵은지를 밥에 얹어 먹어본다. 그 맛이 어디로 갈 것인가? 이 맛에 저 많은 사람들이 줄줄이 이 집 대문을 들어섰으니 말이다.

 

이 집의 묵은지 음식은 ‘묵은지 돼지’와 ’묵은지 꽁치‘가 더 있다. 가격은 일인당 8,000원이다. 두 사람이 밥을 맛있게 먹고, 거기다가 맥주 한 병까지 먹은 가격이 19,000원다. 공기밥은 계산이 되지 않았다. 맘 좋은 주인은 가끔 이렇게 멋대로 계산을 한다. 술이라도 먹으려면, 묵은지를 더 내어 끓여주고는 한다.

 

 

‘사람 사는 맛’을 아는 주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집을 찾아드는 것인가 보다. 하긴 사람의 정만큼 후한 것이 어디 있을까? 사람들의 입을 통해 소문이 났다는 ‘골목집’. 허름한 대문에서부터 시골의 정감을 느끼게 만들어 주는 골목집의 정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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