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골이 되도록 일을 했는데 아직도 멀었네
8개월 가까이 쉬어보질 못했다. 30년 이상이 된 폐가 하나를 2월에 세로 들어와 고치기 시작했다. 벌써 8개월 가까이 몇 사람이 힘을 합쳐 집을 꾸미고 있다. 그동안 이곳에 쏟아 부은 돈만 해도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 집을 사용하려면 멀었다. 그렇다고 누가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도움은커녕 오히려 재를 뿌리는 사람들만 보인다.
내가 왜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단다. 하지만 시작을 했으니 꼭 이루었으면 하는 열망하나로 버티고 있다. 여자의 몸으로 혼자 해머 질을 하고 무거운 것들을 나르다보니 양 편 어깨에 무리가 생겼다. 나가서 강의를 하고 벌어 온 돈은 모두 집을 고치는데 사용을 했다. 추석전에 강의를 하고 받은 돈도 자재구입비로 사용을 해버렸다. 그것도 회원의 남편이 함께 도와주어서 가능했단다. 오죽하면 단돈 5만원으로 추석을 보냈다. 가족들에게는 면이 서지 않는 노릇인줄을 알지만, 그래도 공사를 멈출 수는 없었다.
잘 나가던 사람이 왜 이 짓을
엄지영(여, 50세)씨는 잘 나가던 사람이었다. 한 때는 미술입시학원을 5개씩이나 운영을 하던 CEO였다. 그런데 어느 날 주변에 불행한 사람들을 보고나서 그냥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남을 돕는 일. 하지만 남을 돕는다는 것이 그리 녹녹치가 않았다. 젊었을 때 잘 나가던 생각을 지우고 나니 마음 편하게 남을 도울 수 있는 길이 보였단다.
“이렇게 장애인들과 한 부모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한 것이 4년째예요. 저희가 편하게 봉사를 하겠다고 생각을 했으면 좋은 집을 얻어 들어가도 되죠. 그런데 저희는 정말 봉사가 하고 싶은 거예요. 어려운 아이들을 가르쳐 그 아이들이 스스로 자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죠. 그래서 다 쓰러져가는 이 집을 세를 얻어 들어 왔어요,”
수원시 팔달구 인계로 29번길 63-14(인계동). 허름한 집이라는 것을 한 눈에 보아도 알 수가 있다. 이집을 세 들어 왔을 때 지붕도 없고 비가 오면 2층부터 1층까지 물길이 날 정도였다는 것이다. 이 집을 들어올 때 목요일에 봉사를 하던 회원이 20명이 넘었으나 다 발길을 끊고 남은 사람은 고작 5명뿐이었다고.
“저희들이 목요일이라고 한 것은 목요일에 많은 행사를 벌였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붙인 이름예요. 그 전에는 도손이라는 봉사 단체였거든요. 이 집을 구해놓고 공사를 시작하자 15명 정도가 발길을 끊었어요, 아마도 감당이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다시 문화팀, 사진팀, 도예팀 등 각 분야에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20명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보습학원을 운영하시는 선생님은 자녀가 필요한 것을 이곳 선생님들이 가르쳐 주는 대신 이곳에서 아이들에게 영, 수, 국어를 가르치는 봉사를 해 달라고 부탁도 드렸다고, 이곳은 아이들에게 논술은 물론 스스로 자활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가르치고 싶어서 꾸민 공간이란다.
도움은 주지 않고 재만 뿌리는 사람들.
정신장애자와 지체장애자, 그리고 한 부모 가정의 아이들에게 홀로서기를 가르치기 위해 꾸민 공간이다. 일일이 회원들이 돈을 모아 재료를 사들이고 전문적인 시공을 제외한 것은 모두 직접 공사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8개월 만에 겨우 1층 공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 하지만 2층과 다락은 아예 손을 대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희가 처음 이 집을 구해서 들어왔을 때 온통 쓰레기더미였어요. 주민센터에 가서 사정을 해 다시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쓰레기를 치웠죠. 그리고 마을만들기 사업에 신청을 해 집을 꾸미려고 하는데, 그것도 처음 하는 사람은 해당이 안 된다고 하면서 도움을 줄 테니 받은 예산의 일부를 자신들에게 달라는 거예요.”
그것뿐이 아니라고 한다. 당연히 도움을 주어야 할 곳의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에 낮술을 먹고 들어와 쓸 때 없는 소리를 하기도 하는 등 힘들게 했다고 한다. 도움을 주어야 할 사람들은 재만 뿌리고 갔다는 것. 지금도 그런 사람들을 생각하면 울화가 치민다는 것이다.
장애가 있는 아이에게 작은 방 하나 만들어 주고 싶어
이층을 올라가보니 화장실도 없고 전기는 물론 수도시설도 없다. 이층은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곳으로 이용을 하겠다고 한다. 남들이 버린 가구서랍을 주어와 그것으로 재활용 작품을 만들어 방을 꾸몄다. 그리고 그 한편을 돌아보다가 엄지영씨의 말투가 갑자기 울먹거리는 듯하다.
“장애를 가징 여자아이가 한 방에서 8식구가 사용을 하고 있어요. 이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석사과정을 공부하려고 하는데, 이 방을 꾸며서 좁은 공간이지만 그 아이 공부방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런데 전기도 없고 물도 없어요. 저희들은 이제 한계에 도달한 듯하고요. 그래서 아직도 그 아이에게 방을 만들어 주지 못했어요. 이 방을 얼른 꾸며서 그 아이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데 말이죠.”
이곳에서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한다. 이곳에 와서 공부를 하겠다는 아이들은 많은데 제대로 공사를 마무리를 못해 아직도 그 아이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안타깝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지체장애인들이 이곳에 와서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는 입구가 경사가 심해 넘어져 다치기도 했다고. 하지만 그곳을 평탄하게 해달라고 말을 했다가 오히려 지청구만 들었다고 한다.
“저는 이 곳을 공방골목으로 만들고 싶어요. 이 골목에 아직도 공가들이 있어요. 우리 아이들을 잘 가르쳐서 몇 년 뒤에는 모두 자신이 직접 자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주변에는 아직도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는 듯해서 안타까워요.”
손수 팔을 걷어 부치고 일을 하지만 그도 한계가 있다고. 회원들이 강의를 나가 받아오는 돈으로 모든 것을 꾸미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하는 엄지영씨. 그녀의 바람은 하루빨리 공사를 마무리해 아이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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