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생활을 하는 부부가 있다. 이 부부는 모두 작가들이다. 원래 그림을 그리는 부부지만 지금은 사는 방법을 달리했다. 남편은 장작가마에서 구워낸 도자기 등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고, 부인은 그림을 그리는 틈틈이 유기농 채소를 키우고 있다. 이 부부가 애써 지은 작품과 농산물을 해현재 꾸러미라고 해서 한 달에 한 번 택배로 보내온다.

 

문제는 이 택배를 받을 때마다 정말 죄송하다는 것이다. 그 택배 안에는 야채와 각종 차, 심지어는 커피와 효소, 거기다가 도자기 작품은 물론, 실생활에서 필요한 다양한 것들이 들어있다. 한 달에 한번 받는 이 꾸러미를 받을 때마다 자꾸만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것은, 바로 그 꾸러미에 든 내용물 때문이다.

 

도자기 작품 하나만으로도 감동해

 

이번에 해현재 꾸러미가 세 번 째 배달이 되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손 편지로 쓴 깨알 같은 글씨는 늘 해현재에서 애써 마련한 꾸러미의 내용물을 설명하는 것이다.

‘Art Farm 해현재에서 띄우는 꾸러미 세 번째 편지. 꾸러미 가족 여러분 안녕하세요. 연일 계속되는 무더운 날씨에 고생이 많으시지요? 비가 오지 않아 해현재 들의 작물들로 타들어 가고 있답니다. 세상을 촉촉이 적셔줄 단비가 곧 내렸으면 좋겠어요.’라고 적고 있다.

 

서신의 내용을 보면 커피는 직접 로스팅해 갈았으며, 도자기 중 접시는 지난 625알과 26일에 갈쳐 이틀 동안 장작가마에서 소성된 작품이다. 이 작품 하나만 갖고도 가격이 20만 원 대에 이른다. 거기다가 나뭇잎 수저받침이 6개나 들어있다. 그 외에도 깨갈이 작은 단지와 산수유나무를 깎아 만든 공이까지 들어있다.

 

 

거기다가 오디 효소와 직접 채취한 어성초, 카모마일, 박하 등을 섞어 만든 기능성 비누도 들어있다. 또한 올 4월과 5월 채취해 말린 다래순 등도 들어있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감자와 양파, 옥수수 등도 꾸러미 안에 들어있다. 그저 도매가격으로 구입을 한다고 해도 30만원 이사의 가격을 지불하야 살만큼의 물건이 들어있다.

 

꾸러미 안에는 부부의 마음이 담겨져 있어

 

항상 송금을 하는 돈보다 몇 배의 가치있는 물건이 오는 꾸러미상자. 받아들 대마다 미안함이 앞선다, 그 가뭄 속에서 농사를 짓느라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까? 그 무더위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 속에서 가마에 불을 붙이느라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할 수가 없는 것들이다.

 

어쩌다 내려가게 된 여주에서 이젠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여주사람으로 산지가 20년 새월이 훌쩍 지났다. 그리고 그 20년 세월 수많은 일들을 하면서 땅을 익히기 시작했고, 그 당이 인간에게 주는 것들을 감사하게 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여주 해현재의 것들은 자연이 싫어하는 것들은 일체 사용치 않는다.

 

 

그렇게 소중하게 자연에서 채취한 먹거리와 두 작가 부부의 정성이 깃든 작품들이 한 달이 한 번 꾸러미라는 상자에 담겨 택배로 송달이 된다. 그 상자를 열 때마다 가슴이 설레는 것은, 그 상자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안에 것들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는가를 알기 때문이다.

 

좋은 것은 나누라고 했던가? 혼자만 이렇게 귀한 것들을 차지하고 있다는 죄스러움에 함께 공유할 분들이 있을 듯해 소개를 한다.

해현재 연락처 : 010-2631-9584 장순복 화백

꾸러미 내용 : 장장가마에서 소성한 도자기류와 자연에서 채취한 먹거리들

꾸러미 가격 : 한 달에 1회 가격 10만원(신청 후 꾸러미를 받고 입금)

 

30일 오후 택배로 상자가 하나 왔다. 열어보니 여주에서 생활하고 있는 작가 부부가 보내온 것이다. 얼마 전에 들렸더니 꾸러미를 보낸다고 했는데, 그 상자가 바로 꾸러미였다. 열어보니 손으로 직접 쓴 편지와 함께, 두 부부작가의 프로필이 담긴 안내 책자와 함께 안에 이것저것들이 보인다.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은 역시 채소였다. 직접 농사를 지은 것들로, 이 집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 농사를 짓는 집이다. 가끔 들릴 때마다 밭에 들어가 직접 따낸 야채로 쌈을 싸 먹으면 아삭한 것이 그렇게 감칠맛이 난다. 그래서 주문을 한 것이지만 이렇게 많은 양이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차도 곁들여 푸짐한 꾸러미

 

봉지에 담은 차들도 눈에 띤다. 어떻게 먹을 것인가도 손 편지로 일일이 적어 놓았다. 봉지 안에는 인슐린이 많아 당뇨와 체장, 대장에 좋다는 돼지감자차와, 이디오피아 시다모 내츄럴 생콩을 구하여 직접 로스팅한 커피까지 들어있다. 커피는 여과지를 사용하면 맛이 반감된다고 하여 직접 내려 마실 수 있는 잔과 도자기까지 곁들였다.

 

안에 들어있는 물품을 하나하나 꺼내보다가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한 달에 한 번 보낸다는 이 꾸러미의 가격은 10만원이라고 하는데, 그 안에 들어있는 도자기 숙우하나만도 가격이 10만원이 훨씬 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장순복 화가의 그림까지 하나 곁들였다. 엽서 크기만 한 그림 한 점당 10만원이라고 하는데, 내용물 전체를 따져보니 가격이 40만원을 호가한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렇게 많은 것을 주고도 남는 것이 있을라나. 그저 시골에 살면서 야생에서 채취를 한 농산물과 차, 그리고 자신들이 직접 그리거나 전통 가마에서 구워 낸 도자기들이지만 그 땀과 노력을 알기 때문에 더 미안한 마음이 든다.

 

효소와 전통 장으로 맛을 낸 장아찌도 있어

 

하나하나 들춰볼 때마다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렵게 농사를 지은 것들을 보내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거기다가 자신들이 직접 그리고 가마에서 구워낸 작은 소품들까지 곁들여 보내다니. 이렇게 해서 도대체 이 부부에게 무엇이 남을 것인지가 궁금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 그렇게 보내고 더 많은 분들이 주문을 하면 매달 새로운 것들로 함께 보내려고요. 도자기와 주변 자연에서 채취한 것들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저도 즐거움이고요

 

전화에서 들리는 말이 더 사람을 미안하게 만든다. 상자 안에 있는 내용물을 하나하나 펼치다보니 그 안에 봉지 안에 든 것이 보인다. 땅두릅 장아찌란다. 땅두릅을 채취하는 것도 만만치가 않은데 거기다가 전통간장과 효소를 첨가해 숙성을 시켰다고 한다. 이 부부는 일체 음식에 화학조미료를 첨가하지 않기 때문에, 갈 때마다 색다른 음식을 맛보고는 한다.

 

 

꾸러미를 판매하는 곳은 많다. 모두가 유기농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 많은 것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완전 자연에서 채취한 것만으로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부부는 직접 농사를 짓고 주변에서 자생하는 것들로 꾸러미를 꾸민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부부가 시골에서 생활을 하면서 정성으로 담아 보낸 꾸러미’. 그것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거기에 두 부부 작가의 작품까지 받을 수 있다니 이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을까? 그저 고마움만 더 깊어진다.

 

전화번호 010 2631 9584

우체국 102343 02 006428 장순복

가격 / 1개월 1회 배송 100,000원

 

22일 밤에 여주로 향했다. 그동안 도통 산에 오르지를 못해, 온몸이 근질거린다. 매주 토요일이 되면 어김없이 산을 올랐기 때문이다. 산을 탄다는 것도 행복이지만, 그 산이 나에게 주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산삼, 버섯, 더덕, 밤 등. 산에서 구해오는 것들은 모두 우리에게 건강의 이익이 되는 것들이다.

 

자연에서 얻은 귀한 것들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재미도 좋다. 그것을 받아들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하면, 나는 얼빠진 사람일까? 누구는 그렇게 고생을 해서 채취한 것을 그냥 준다면서 투덜대기도 하지만, 세상에 무엇인가 댓가를 꼭 받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다.

 

 

저 사람 혹 조금 모자라는 사람 아냐?”

 

산삼이나 더덕을 채취하기 위해 오르는 산은 정말 험하다. 등산로를 다니는 것이 아니고, 계곡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끼가 낀 바위에서 미끄러지기도 하고, 때로는 바위와 함께 구르기도 한다. 한 여름에는 얼음물을 두병씩 준비를 해도 반나절도 못돼 모두 떨어져버린다. 마침 계곡에 물이라도 흐르면 다행이지만, 물이 없으면 고통은 더 심해진다.

 

그렇게 고생을 해서 채취를 해다가 사람들을 주면, 처음에는 모두 의아해 한다. 한 마디로 세상에 누가 산삼을 그냥 주느냐?’는 표정들이다. 몸이 편찮다고 해서 드린다고 이야기를 해보지만, 설마 하는 눈치들이다. 그렇게 5월부터 8월까지 산을 올랐다. 9월 한 달은 산 근처도 갈수 없게 바빴기 때문이다.

 

 

산에 오른다고 해서 꼭 산삼이나 더덕, 혹은 버섯을 채취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마음을 편하게 먹고 열심히 돌아다니다가 보면, 몇 뿌리 발견을 할 때도 있고 빈손으로 내려오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런 약재들을 캐서 내 입에 넣은 것은 단 한 뿌리도 없다. 모두 주변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리고 그들이 건강하기를 바란다. 오직 그런 즐거움이 있어 힘들게 산행을 하고는 하는 것이다. 이런 나를 보고 주변에서는 산에 미친 사람이라고 이야기들을 한단다. 그리고 자신의 입에는 단 한 가지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이상한 사람이나 조금 모자라는 사람이라고도 한단다.

 

 

일 년간의 산행이 즐겁다.

 

23일 산행에서는 작은 산밤만 작은 자루로 한 자루를 주웠다. 그것 역시 필요한 사람이 있다기에 선뜻 주어버렸다.

이거 다 주시면 어떻게 해요?”

저는 내년에 또 주우면 되죠.”

그래도 어렵게 산에 올라 가져오신 것인데

맛있게만 드세요

 

산행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잠시 쉬면서 생각을 해본다. 정말 올 한 해 너무나 많은 것을 채취를 했다는 생각이다. 거기다가 사람들에게 모두 다 나누어주었다. 받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면서 나까지 행복해진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그런 것이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남과 같이 나누는 행복이 아마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지난 날 산행에서 채취를 한 것들을 정리해 본다. 참 많이도 산에서 받아왔다. 그저 욕심부리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채취를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귀한 산삼을 주시다니. 이것을 잘 먹고 건강하게 살겠습니다.”

산삼을 나누어 받았던 지인 한 분이 말했다. 몸이 많이 쇠약하다고 하시더니, 몇 번 산삼을 드시고는 감기도 걸리지 않는다고 전화가 왔다.

 

이제는 올해 산행을 멈추려고 한다. 물론 한 겨울에도 산에서는 우리가 필요한 것들을 얻어올 수 있지만, 올 여름 내내 행복했던 기억만을 떠올리며 쉬어야겠다는 생각이다. 내년에는 또 어떤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가 있을까? 벌써부터 머릿속으로 생각을 그려본다.

 

사람이 자연에게서 받는 것은 무한한 듯합니다. 

그저 땀 조금만 흘리고 부지런을 떨면 지천에 먹을 것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산을 좋아합니다. 건강도 챙기고 좋은 먹거리까지 구할 수 있는

오늘 아침부터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늘 다니던 산이지만, 이번 장마 때 비가 얼마나 쏟아졌는지

계곡의 물길이 모두 달라지고

작은 물이 흐르던 계곡은 깊이가 거의 어른 두길이나 되 보이고

계곡의 암반이 다 들어나 보이고...

 

 

상상만으로도 당시의 상황을 알수 있을니까요

그런 자연을 인간들이 너무 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정말 반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자연으로부터 재앙이 작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저 발길을 옮기기도 두려웠다는...

 

사람들은 자연에게서 받고 살면서도

어찌 그리 자연에 대해 고마워할 줄을 모르는 것인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계곡을 따라가다 보니 더덕이 보입니다.

아우녀석 하나가 요즈음 기운이 딸린다면서 부탁을 한 터라

그저 눈 질끔 감고 캤습니다.

요즈음은 씨가 날릴 때라 잘 안캐는데도 불구하고

그래도 자연이 준 선물로 알고 조심스레 챙겼습니다. 

 

이렇게 고마운 것이 바로 자연입니다

그리고 산 여기저기 파여나간 것을 보면서

자연의 무서움도 함께 알았다는 것이죠.

참 하찮은 곳이 인간인데 왜 그리도 자연에게 몸쓸 짓을 하는 것인지.

 

 

필요한 만큼만 채취를 해서 하산을 했습니다

아침부터 몇 시간을 족히 산을 탄 듯하네요

얻을만큼 얻었으니 돌아가렵니다.

돌아가 뵙겠습니다

 갑자기내린 폭우로 인해 바위 등이 번들거린다. 이런날 계곡을 따라 다녀야 하는 산행은 정말 위험하다  


 

몇 년 전인가 산사에서 생활을 했던 적이 있다. 본의 아니게 여러 가지 주변의 복잡함이 싫어 세상을 회피한 것인지도 모른다. 산사의 생활이란 것이 우리기 흔히 생각하듯 그렇게 꿈같은 것은 아니다, 나름 규범이 있는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네 같은 천방지축은 가끔은 속이 터질 것만 같기도 하다.

 

그런 산사에서의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참 많은 공부를 한 것만은 사실이다. 우선은 ‘참는다.’는 것을 배웠고, 사람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갈 곳과, 가지 말 곳을 구별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리고 덕분에 산행(등산이 아니라)을 하는 법까지 배웠으니, 산사생활이 나에게는 정말 많은 것을 가르친 것만 같다.

 

“산은 사람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지”

 

아마도 그 어렵고 힘든 시기에 한 어르신을 만나지 않았다고 하면, 지금쯤은 어떻게 되었을까?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해본다. 산사의 틀에 박힌 무료한 시간을 달래느라, 산행을 하다가 만난 어르신. 무엇을 하느냐고 물으신다. 봄이라 산더덕을 캐러 왔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얼마나 캤는지 좀 보자는 것이다.

 

“그만큼 캤으면 됐네. 이제 그만 내려가게”

“일행이 아직 산에 있어서요.”

“알아서들 내려오겠지. 산에 올라서는 절대 욕심을 부리면 안 되지. 딱 필요한 만큼 가져가는 것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라니”

 

 

더 할 말이 없어, 일단 산 밑으로 내려왔다. 어르신이 돌아가시면서 하신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다.

“산은 사람을 실망 시키는 법이 없지. 다음부터 산에 오를 때는 미리 무엇을 얼마큼 가져 갈 것인지 생각을 하고 올라가게, 딱 그만큼은 가져 갈 수 있으니”

 

구실을 만들기 위한 마음이 미안해

 

10일(토), 일기예보에서는 중부지방에 70mm가 넘는 비가 쏟아진다고, 산이나 계곡으로 피서를 가는 사람들은 조심을 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산행을 하기도 작정을 했으니, 비가 많이만 오지 않는다면 강행을 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주변에서는 요즈음은 국지성 소나기가 많이 내리는데, 어떻게 산행을 하느냐고 만류를 한다.

 

아침이 되었는데 날이 잔뜩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는다. 서둘러 집을 나섰다. 산행을 한다고 하니, 누군가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서 부탁을 했기 때문이다. 다급한 사람이 부탁을 하는 것을 듣고, 내 몸 하나 편하자고 안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동행을 하기로 한 아우도 한 시간만 출발 시간을 연장을 하잔다.

 

 

솔직한 심정이 이럴 때는 아우가 한없이 고맙다. 만일 출발하기 전에 비가 오면 기지 않아도 될 구실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시간을 연장을 했는데도, 비가 오지 않으니 출발을 할 수 밖에. 피서객들도 인해 고속도로는 아침부터 정체라고 한다. 국도로 목적지까지 가서 산행을 시작했다.

 

딱 필요한 만큼만 채취를 해

 

산을 오르고 있는데 멀리서 천둥소리가 요란하다. 급기야는 시커먼 구름이 몰려오더니, 이내 빗방울이 후드득거리고 떨어진다. 곧 그치겠지 하면서 여기저기 찬찬히 살펴본다. 하지만 곧 그치겠지 하고 생각한 비는 점점 세차게 퍼붓는다. 이내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거센 빗줄기에 천둥과 벼락까지 친다.

 

전화벨이 울린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누구일까? 전화와 지갑 등이 비에 젖을까봐, 비닐봉지로 꽁꽁 싸매 두었는데. 큰 나무 밑으로 가서 전화를 받는다.

“형님 비가 많이 와요. 천둥도 치고 벼락도 때리고. 산에서는 큰 나무 밑은 위험하다고 하니, 작은 나무 밑으로 가서 비 좀 피하세요.”

 

꼭 필요한 것이 있다고 당부를 한 아우의 전화다. 막상 산으로 간 형이 쏟아지는 비에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까봐 전화를 한 것이다. 걱정 말라고 안심을 시킨 후 다시 산행을 계속한다. 저만큼 영지버섯이 보인다. 산을 올라왔으니 이것도 산에서 주는 선물이 아닐까? 잘 캐서 봉지에 집어넣는다. 이번에는 장수버섯이 나무에 가득 달렸다.

 

그리고 딱 필요한 산삼 두 뿌리를 캤다. 더 이상은 이 비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라는 어르신의 말씀 때문이다. 사실 그 이후로 산행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채취했지만, 아직 한 번도 나를 위해서 먹거나 사용을 한 적이 없었다. 모두를 주변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었으니.

 

크진 않지만 필요한 산삼 두 뿌리에 영지버섯과 장수버섯. 이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그래도 이만한 수확을 했으니 얼마니 기쁜 일인가? 장수버섯과 영지버섯을 함께 동행 한 아우와 나누었다. 세상에 내 것이 아니지 않은가? 욕심을 버리면 구하는 만큼 준다는 어르신의 말씀. 하산을 하면서 아우에게 그 말을 전해준다. 아우도 욕심을 내지 말고, 산에서 채취를 한 것은 나누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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