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를 하다가 보면 가끔은 기분풀이로 문화재가 아닌 딴 것에 눈이 가기도 한다. 딴 것(?)이라고 하면, 괜히 속으로 홍홍~ 거릴 분들도 있을 것 같아, 미리 답을 얻고 간다. 바로 내가 만난 것은 '개밥 그릇'이다. 순수하고 조금은 촌스러운 우리 말 표현을 하면 '개밥 그릇'이요, 좀 좋게 요즈음 말로 하면 '강쥐 얌얌통'이라고 해두자.

원래 동물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평소 사람과 개를 구별하는 데는 이골이 나 있는 나이다. 아무리 딴 말은 다 이해를 해도, 아직 개와 나와의 관계를 '엄마, 아빠'란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물론 개를 안아도 주고, 진심으로 귀엽다고 예뻐해 주긴 한다. 동물을 가족처럼 살피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개 아비가 되는 일은, 내 살아 생전에는 절대로 없는 말이다.

개밥 그릇의 종결자 - 유기 일첩 반상
 
이거 머이가 있다?


일이 있어 국악을 하는 곳을 찾아갔다. 사람 섭외를 하러 갔는데, 정작 내가 가야할 곳은 엉뚱한 곳에 있다는 것이다. 항상 그렇지만 길을 가면서도 무엇인가 글 소재를 찾아 굶주린 하이애나처럼 눈을 번뜩거린다. 연식이 좀 있는 블로거는 늘 그렇다. 그것이 초보와 고참의 차이이기도 하다.

그 곳에서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저 녀석은 누구람? 개 한 마리가 자꾸만 힐끗 거리면서 자리를 피한다. 직감적으로 느낌이 온다. 무엇인가가 여기 근처에 있다. 저 녀석 눈을 보니 불안해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한테 들켜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순간 내 눈은 사냥을 하는 매의 눈이 된다.


멀리가지 못하고 불안한 듯 주변을 돌고 있는 녀석
  

멀리 가지 않고 주변에서 맴도는 녀석. 무엇인가를 내가 들고 갈까봐 불안한 것이다. 녀석이 나왔던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러면 그렇지, 거기 제 밥이 있었다. 얼라 그런데 이건 머? 개 밥 그릇이 새로 나온 것인가? 조금 색다르다. 가까이 가서보니, 사료를 담아놓은 그릇이, 농악을 할 때 사용하는 꽹가리다. 녀석 이걸 집어갈까봐, 그렇게 멀리가지 못하고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었는가 보다. 하긴 이건 '일첩 유기반상'이 아닌가?

아무리 단단한 용기라도 깨지기 마련, 그런데 이런 고귀한(?) 유기반상에 밥을 먹는 저 녀석은, 분명 이 집 주인은 아닌 것 같다. 이곳으로 흘러 들어온 녀석을 위해, 누군가 사료와 물을 이곳에 놓아 준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반문을 하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우선 이 정도되는 개를 키우는 집이라면 사료를 먹이는 것으로 보아, 물과 밥을 함께 주는 커다란 사료그릇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저만한 개라면 목줄이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변을 돌아보아도 개집이 없다. 이런 점으로 보아 이곳에 찾아들어 굶주리고 있는 저 녀석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있다는 것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개밥 그릇의 종결자. 유기 1첩 반상


누군지는 몰라도 참 고마운 사람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소중한 국악기인 꽹과리에 개밥을 주고 있다니. 밥통을 들고 살펴본다. 금이 가 있다. 그러면 그렇지. 설마 국악을 하는 곳에서 멀쩡한 꽹가리에 개밥을 주었을라고. 그랬다가는 이 성질 별로 안좋은 인간이 벌써 난리를 쳤을 텐데.

속으로는 '아~ 그냥 깨지지 않은 꽹가리에 주었으면, 내 무용담을 담은 더 좋은 글을 쓸수 있었을 것을. 아쉽다' 생각을 했다. 역시 난 블로거 맞다. 그래도 이건 정말로 대단한 글 소재를 주은 것이다.

바로 '유기 1첩 반상 개밥그릇'이 아닌가? 이 정도면 어디가서 '개밥 그릇의 종결자'라고 우길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을 돌아다니다가 보면 가끔은 황당한 일도 있다. 하지만 황당을 넘어 요즈음 말로 졸결자로 불리는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다. 문화재를 찍으로 다니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세상을 보다가 우연히 주변에서 보이는 것들. 그런 것들이 세상을 사는데 청량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남들이야 그것이 머 대단한 것이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내가 보기에는 이보다 더한 종결자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일을보러 다니다가 우연히 마주친 것들. 그러한 것들이 지친 몸과 마음을 조금은 누그러트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수박장사의 종결자

 


수박이라는 것이 둥글다보니 차에 싣고 다니면 굴러 떨어지기 십상이다. 트럭 한 가득 수박을 싣고 팔러다니는 수박장수의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한 것. 그것인 바로 스카치테이프였다. 스박을 가득 싣고 스카치테이프로 고정을 시켰다. 우습기도 하지만, 더 많이 싣고 많이 팔아야겠다는 이분, 수박장사의 종결자가 아닐까?

신팻션의 종결자일까?

정말 모르겠다. 이것이 신 팻션인지, 아니면 실수인지. 당당한 걸음걸이로 보면 실수는 아닌 것도 같다. 처음엔 손수건으로 멋을 냈다고 생각을 했다. 당당히 걸음을 걷는 어느 여성의 가슴에 보이는 흰 것. 손수건치고는 두텁다. 멋을 낸 것일까? 그런데 아닌 것도 같다. 보는이의 생각에 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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