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필의 말, 각양각색의 옷으로 치장한 1,800여 명의 사람들. 화성문화제의 꽃은 역시 능행차를 재현한 거리행진이었다. 공설운동장을 출발해 장안문을 거쳐 팔달문까지의 거리에는 구경꾼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매년 능행차 연시를 보기 위한 사람들이 모여든 것이다.

 

화성문화제에서 이루어지는 능행차 연시는, 조선 22대 왕 정조가 어머니 경의왕후( 敬懿王后 : 혜경궁 홍씨 )의 환갑을 기념하여 아버지 장헌세자(사도세자)가 묻힌 화성 현륭원으로 행차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인 정조대왕화성행행반차도(正祖大王華城幸行班次圖) 또는 화성행차도(華城行次圖)를 재현한 것이다.

 

 

이 기록은 경의왕후(혜경궁홍씨)의 환갑잔치 내용을 치밀하게 기록한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에 김홍도의 책임아래 최득현 김득신, 이인문, 장한종, 허식 등의 자비대령화원들이 제작한 목판화가 남아 있다. 반차도란 궁중의 각종 의식 장면을 그린 그림으로써 행사에 참여한 문무백관이 임무와 품계에 따라 늘어서는 차례를 기록한 도표를 가리키며 반열도 또는 노부도라고도 부른다.

 

늘어선 행렬이 장관이었다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정조대왕의 능행차 시연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거리에 늘어선 사람들마다 환호성을 울리는 것은, 200여 년 전에 이토록 화려한 행렬이 있었다는 것에 대한 찬사이기도 하다.

 

종합 운동장을 떠난 능행차 일행은 장안문에서 화성유수로 분한 염태영 수원시장과 노영관 수원시의회 의장, 그리고 시의원 등의 영접을 받는다. 그 뒤로는 어머니인 경의왕후와 누이동생인 공주들. 그리고 정조의 시위무사들인 자용외영의 군사들과, 취타대 등 옛 모습 그대로 재현한 일행 등이 뒤를 따랐다.

 

 

예전에 이렇게 많은 인원을 대동하고 화성 행궁으로 들어 온 정조대왕은 정말 대단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이렇게 화려한 행군을 보면서도 가슴이 설레는데, 200여 년 전에는 정말 대단한 행군이었을 것 같아요. 오늘 우리 수원이 정말 대단한 곳이라고 느꼈습니다.”

 

장안문 위에서 지나가는 행렬을 보고 있던 시민 정아무개(, 44)씨는 연신 감탄을 하면서 박수를 친다.

 

시민퍼레이드도 뒤따라

 

따듯한 복지도시 등 수원을 상징하는 문구와 각 주민센터에서 내 놓은 문구를 적은 깃발이 시민퍼레이드의 맨 앞장을 섰다. 언제나 시민퍼레이드를 느끼는 것은 이런 장관을 어디서 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수원은 역시 사람살기 좋은 곳이라고 극구 칭찬하는 한 블로거는 능행차 연시와 시민퍼레이드를 다 관람한 후 눈물이 난다고 할 정도였다.

 

 

시민퍼레이드는 화성에서 춤추다라는 제목을 달고 시작하였다. 시민, 대학생, 기업, 시장상인들, 해외관광체험단까지 총 50개 팀 2천여 명이 참가한 시민퍼레이드는 길가에 운집한 군중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정말 대단합니다. 능행차 연시가 장관이라면, 시민퍼레이드는 재미를 주네요. 화성문화제는 전국 최고의 문화제입니다. 어느 도시에서 이렇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를 하는 퍼레이드를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수원이기에 가능합니다. 그리고 수원이 하면 전 나라가 따라하지 않습니까? 생태교통, 화성문화제 이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도시는 우리 수원밖에 없습니다.”

 

구경을 하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갖는다는 한 시민은 박수를 얼마나 열심히 쳤는지 손바닥이 벌겋다고 보여준다. 수원시 22개 전통시장들의 연합회의 행진이 지나간다. 보부상 차림을 한 상인회장들이 이것저것 전통시장의 상징인 것들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시장상인연합회가 다가오자 장안문 앞에 모여 있던 일부 시민들이 달려든다. 매년 이렇게 장안문 앞에서 이것저것을 나누어 주었기 때문에, 미리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2시간 여 동안 감동과 재미를 준 정조대왕 능행차 연시와 시민퍼레이드. 맨 마지막에는 생태교통에서 선보인 탈거리들을 탄 외국인들과 시민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뒤편에는 화성열차에 탄 외국인들과 전기차를 탄 염태영 수원시장과 노영관 수원시의회 회장이 시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장엄함의 극치인 정조대왕의 능행차 연시는, 수원시민들에게 자부심을 만들어 주었다고 한 시민은 이야기를 한다.

 

수원화성문화제가 올 해로 반세기를 맞이했다. ‘50주년 수원화성문화제가 반세기를 맞은 기념으로 지난해까지 3일간이었으나, 올해는 927일부터 101일까지 5일간 열린다. ‘생태교통 수원2013’과 함께 101일에 동시에 막을 내리게 된다. 이번 화성문화제는 화성 행궁과 연무대 등 수원화성 일원에서 성대하게 거행이 된다.

 

수원화성문화제는 정조대왕의 효심과 부국강병의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화성을 축조한 세계문화유산이자 사적인 화성 등에서 열리게 된다. 이번 50주년 문화제에서는 정조대와의 을묘년 화성원행에 따른 정조대왕 능햍차를 비롯해,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 무예종합 총체공연인 야조, 과거시험 등 다양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1964년 화홍문화제로 시작

 

1964년 화홍문화제를 시작으로 올해 반세기를 맞이한 수원화성문화제는,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수원화성, 꿈을 펼치다! 시민과 함께하는 소통의 울림 50이란 주제 아래 5대 특별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국제자매도시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루마니아, 중국, 일본 전통예술단 등 5개 단체 초청공연을 비롯해, 50주년 수원화성문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봉화대 봉수의식과 수원화성 브랜드 공연 무예도보통지 선의 노래’, 수원화성문화제 50년사 사진 및 능행도 자수전과 생태교통 수원 2013과 수원화성문화제 홍보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지난 14일 진행한 서울 홍보의 날등을 기획했다.

 

문화제의 대표행사는 조선시대 최대의 군사퍼레이드인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 능행차는 각종 문헌 및 자문 등 고증을 통한 원형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정조대왕과 어머니 혜경궁 홍씨 그리고 1800여명의 군사와 신하, 100여필의 말이 참여한다.

 

능행차 후미에는 시민 퍼레이드를 진행한다. 대학생 동아리, 시민, 단체, 기업, 해외관광체험단 등 50개팀 2천여명이 참여하는 대형 거리 퍼레이드다. 특히 올해 시민 퍼레이드의 부제는 화성에서 춤추다로 흥과 춤에 초점을 맞춰 참여하는 사람들 외에도 퍼레이드 행렬을 보는 관람객 모두 흥겹고 신나는 퍼레이드로 진행된다.

 

 

개막연과 폐막연은 격조 있고 내실 있게 기획했다. 개막연은 정형화된 의전 위주의 개막행사에서 벗어나 전통적이며 새로운 형식으로 웅장하고 장엄한 시작을 알린다. 별도의 의식행위 없이 공연진행 중 자연스럽게 개막선언을 진행하며, 시민 50명이 참여하는 색소폰 연주, 최소리의 물불 퍼포먼스, 팝핀 현준 박애리, 경기도립국악단 협연으로 진행되는 뮤지컬 갈라, 축하 가수 강산에 등이 무대에 서며, 개막 불꽃축제로 환상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생태교통 수원2013 폐막과 함께 막 내려

 

생태교통 수원 2013 폐막행사와 함께 진행하는 문화제의 폐막연은 솥뚜껑(핸드팬) 연주 및 BMX(묘기자전거) 전문공연팀의 화려한 볼거리를 시작으로 정조대왕의 상하동락사상을 바탕으로 한 창작공연 낙성연 행사를 펼친다.

 

 

문화제 기간 동안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작품은 지난해 연무대와 창룡문 일원에서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던 총체공연. 수원시의 자랑거리인 무예24기 지상마상무예 기예를 중심으로 박진감 넘치는 대형야외공연으로 구성했다.

 

총체공연은 광활하게 열린 성벽 야외공간을 무대로 빛과 소리에 중점을 두고, 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정조대왕의 을묘원행 야간군사훈련을 토대로 진행한다. 28일과 29일 오후 82차례 걸쳐 영상쇼, 마상쇼, 3D프로젝션맵핑, 레이저쇼 등을 통해 60분간 스펙타클한 장면을 연출한다.

10월 5일과 6일 돌아본 제49회 수원화성문화제. 여기저기 벌어지는 각종 행사를 돌아보면서 제법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가 있었다. 물론 그 중에는 실망스런 부분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런 곳은 차후에 거론하기로 한다.

 

행사 첫 날인 10월 5일, 오후 4시부터 벌어진 시민환영퍼레이드가 수원공설운동장에서 연무대까지의 구간에서 열렸는데, 이 시가행진은 각 단체 및 마을 등에서 자신들을 상징할 수 있는 모습으로 꾸미기도 하는 등 나름대로 열심을 낸 모습이 보인다. 두 시간 정도를 장안문(화성 북문)에서 퍼레이드가 끝날 때까지 지켜보았다.

 

 

 

퍼레이드에서도 ‘강남스타일’이 대세

 

이 날 퍼레이드를 보면서 가장 많이 들은 노래는 역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었다. 댄스 팀을 동반한 각 팀마다 으레 나오는 노래는 강남스타일에 맞추어 춤을 추었기 때문이다. 장안문 앞에서 가장 먼저 시작을 한 어린 꼬마들의 춤은, 주변 사람들은 많은 박수를 받았다. 구경을 하던 어느 어르신은 ‘정말 예쁘다. 저런 손녀 하나 있었으면 원이 없겠다’고 할 정도로.

 

연무대를 출발한 퍼레이드 팀들이 장안문 앞으로 몰려들었다. 모든 거리행렬 팀들은 장안문 앞에서 한바탕 자신들의 장점을 자랑을 해보이기도. 이 행진에 참가를 한 각 팀은 심사를 거쳐 1등에게는 1천만 원의 상금이 걸려있어서인가, 예년보다 더 많은 정성을 들인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한다.

 

 

 

'수원엔 웬 미인이 이렇게 많아요?'

 

행진에 참가한 팀들은 자신들이 즐기고 있었지만, 구경을 하는 사람들 역시 즐거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민퍼레이드는 나름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다는 생각이다. 경기풍물연합회의 풍물팀이 앞장 선 가운데 그 뒤로 많은 단체와 각 동, 학교 등이 정성을 다해 준비한 거리행진. 두 시간을 보면서도 지루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거리행진을 보면서 나름 눈여겨 본 팀들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신풍초등학교의 취타대, 수원시 태권도시범단, 수원시상인연합회, SKC, 삼성전자 등이었다. 상인연합회에서는 떡 등을 관람객들에게 나누어 주는 등 재미를 더했고, 태권도시범단은 공중격파시범을 보여주어 사람들의 환호를 받았다.

 

 

 

축제는 재미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장안문 주변서부터 행궁 광장까지 운집한 수많은 관람객들에게 재미를 준 시민환영퍼레이드는 꽤 많은 재미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서울 역삼동에서 친구들과 구경을 왔다는 김 아무개(남 27세)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이 모든 퍼레이드에 참가한 팀들이 자신들이 스스로 이렇게 꾸며 참가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수원에는 왜 이렇게 미인들이 많아요? 물이 좋아서 그런가요?”

 

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군악대의 마지막 연주로 끝난 시민퍼레이드. 두 시간 동안 사람들의 정신을 다 빼놓은 소란함과 박수소리, 그리고 강남스타일이 함께 만들어 낸 수원화성문화재의 또 다른 볼거리였다. 그래서 축제가 무르익어 가는 것이지만.

 

시민환영퍼레이드 행진속의 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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