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무대가 요란하다. 모듬북을 배운 수강생들이 신바람나게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면서 북을 치고 있다. 조금은 박자가 어긋나 우지직거리기도 하지만, 그것이 무슨 대수랴. 그저 한바탕 땀을 흘리면서 북을 두드리면 되는 것을. 7일 오후 2시 팔달산 자락에 자리한 수원문화원대강당에서는 제22회 수원사랑 큰잔치가 열렸다.

 

수원문화원이 매년 연말이 되면 마련하는 수원사랑 큰잔치는 문화원에서 수강을 받는 문화학교 13개 팀과 동아리 10개팀, 민속예술단까지, 문화원에서 재능을 배우고 있거나, 함께 재능을 키워가는 사람들의 잔치이다. 흔히 자신들만의 잔치라고 하지만 그런들 어떠하랴? 즐기면 되는 것을.

 

 

문화는 서로가 향유하는 것

 

문화를 향유한다는 것은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근본이 됩니다. 수원문화원의 회원들은 예술적 재능을 계발하고 발전시켜 인문학 도시 수원의 문화인으로써 활발한 활동을 펼쳐가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문화학교와 동아리 활동을 통해 배우고 익혀온 기량을 선보이는 오늘, 여러분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오늘 여러분 모두를 축하합니다.”

 

염상덕 수원문화원장은 이날 모인 문화학교 회원들과 동아리 회원들을 축하하는 인사말을 했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수원시장은

 

여러분들이 오늘 이렇게 잔치를 갖게 된 것을 축하합니다. 수원문화원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자리에 위치하고 있지만, 이곳은 우리 수원의 상징과 같은 곳입니다. 새로 지으려고 해도 이곳은 철거를 하면 건물을 지을 수 없는 문화재보호구역 안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이 왜 새로 건물을 지어주지 않느냐고 하시지만, 그런 이유로 인해 구조변경 밖에는 할 수 없습니다.”라며

 

인문학의 도시, 문화의 도시인 수원은 오늘 벌써 일곱 번째의 도서관을 착공했습니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는 곳이 아니라, 이곳에서는 문화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곳입니다. 여러분들이 열심히 실력을 닦아 이렇게 많은 도서관에서 함께 문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시기를 바랍니다.”라면서 파이팅을 외치기도.

 

 

갈고 닦은 기량 선보여

 

이날 대강당을 꽉 메운 회원들은 일년간 활동을 한 모습들을 영상으로 만난 다음, 2부에서는 각 동아리들의 실력을 뽐내는 무대도 마련하였다. 그 전에 라비에서는 한복을 직접 만드는 전통의상 만들기 반, 맥간 공예반, 꽃꽂이 반, 규방 공예반 등이 마련한 작품들을 전시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구경하고 있던 한 문화학교 회원은

정말 대단합니다. 저는 예반인데 이렇게 좋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각 문화학교 회원들의 실력을 보니,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내년에는 저도 무엇인가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하기도.

 

 

수원사랑 큰 잔치를 구경하러 왔다고 하는 어르신 한 분은

문화원에서 이렇게 실력을 갈고 닦은 분들이 무대에서 한바탕 자랑을 하는 것을 보니 저도 배우고 싶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배움이란 것은 나이도 없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는 듯하네요. 오늘 이렇게 자랑을 하는 분들에게 축하를 드립니다.”라고 했다.

 

수원문화원에는 경기민요반, 규방공예반, 꽃꽂이반, 노래부르기반, 도자기공예반, 맥간공예반, 모듬북반, 사물놀이반, 서예반, 서예반 장안구분원, 전통한복 의상만들기반, 하모니카반, 한국무용반 등 13개 문화학교와 문미회(유화), 비르투오조, 수원 화성소리사랑, 여상타악 난장, 춤사랑, 태평소 애체, 한땀두땀 우리한복, 하모니카 동아리 소리뜰, 오카리나, 사계절봉사회 등 10개 동아리와 수원민속예술단이 있다.

223일과 24일 수원의 이곳저곳에서 대보름 한마당 잔치가 열렸다. 우리민족은 음력 정월 15일을 대보름이라고 하여 큰 명절로 여겼다. 농경사회인 우리나라에서는 정월 대보름을 시작으로, 한 해의 농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보름이 되면 일 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많은 놀이들이 행해졌다.

 

대보름에는 귀밝이술을 마신다. 청주를 데우지 않고 마시는데, 이 귀밝이술을 마시면 일 년 동안 좋은 소식을 듣게 되고, 귓병을 앓지 않는다는 속설 때문이다. 또한 이 날은 부럼이라고 하여. 호두와 땅콩, 밤 등 껍질이 단단한 과실을 깨무는 습속이 있다. 일 년 간 이를 단단히 하며, 부스럼 들이 몸에 나지 않고 건강하라는 뜻이다. 이 외에도 복쌈을 먹는다거나 오곡밥을 지어 먹기도 한다.

 

수원 행궁 광장에서 시작된 대보름잔치 한마당의 서막을 알리는 대취타

 

정월 대보름의 풍습

 

정월 대보름에는 한 해의 안녕과 마을의 평안을 위한 각종 놀이가 펼쳐진다. 개인이 하는 놀이로는 더위팔기와 쥐불놀이 등이 있다. 그리고 마을의 공동체 놀이로는 횃불싸움이나 석전, 지신밟기, 다리밟기, 줄다리기, 장치기. 달맞이 등 많은 놀이가 전래한다. 이러한 모든 대보름의 놀이들은 공동체를 창출하고, 겨우내 움츠러든 몸을 원활히 하기 위함이다.

 

한 해의 농사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공동체 놀이를 하면서, 서로를 위하고 한 해의 안과태평을 기원하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문화말살정책을 편 것도, 이렇게 공동체적인 놀이를 하면서 항일의 마음을 키웠기 때문이다. 당시 사라졌던 수많은 우리의 전래놀이를 이 시대에 재조명한다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더 크다고 하겠다.

 

 고사덕담과 행궁 광장 한 가운데 마련한 달집. 서원지들이 걸려있다

 

대보름 민속놀이 한마당

 

223() 수원 화성 행궁 앞 광장에서는 수원문화원이 주관하는 24회 대보름 민속놀이 한마당이 열렸다. 수원시민들이 참여하는 이 놀이판에는 토요일을 맞은 가족들이 모여들어 윷놀이와 연날리기, 널뛰기, 소원지 쓰기 등 다양한 놀이가 펼쳐졌다. 사람들은 소원지에 자신의 서원을 적어 광장 중앙에 마련한 달집에 갖다 걸어놓는다.

 

한편에서는 널을 뛰고, 또 한편에서는 소리를 쳐가며 윷놀이를 한다. 놀이판이란 역사 왁자해야 흥이 난다. 소달구지에 타고 있는 아이들은 신기한 듯 마냥 즐거워하고, 수레를 끌던 소도 부럼을 파는 곳으로 가서 부럼을 먹는다. 그것이 재미있어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렇게 즐기고 있는 사이, 행궁 앞에 마련한 무대에서는 고사상을 차려졌다.

 

부럼을 먹고 있는 소와 달구지를 타고 즐거워하는 아이들

 

오후 2시경에 대취타로 시작한 이날의 한마당 잔치는 오후 6시 경까지 계속되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올 한 해 모든 가정에 액은 사라지고 안과태평하기를 바란다.“며 놀이판을 찾은 시민들과 함께 윷놀이와 널뛰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온수골 풍류한마당도 흥청

 

223() 오후 4시부터 권선구에 소재한 명당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2회 온수골 풍류한마당이 열렸다. 곡선동주민센터와 곡선동단체협의회에서 주최를 하고, ()한국생활국악협의회에서 주관을 한 온수골 풍류한마당은 운동장을 찾아 온 인근의 주민들로 북적거렸다.

 

날아갈 듯 널을 뛰고 있는 염태영 수원시장과 윷놀이 판을 즐기고 있는 염태영 수원시장과 노영관 수원시의회 의장

 

한 편에 마련한 무대에서는 춤과 노래, 사물놀이, 비나리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으며,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주민들은 연날리기와 쥐불놀이를 하면서 즐거워했다. 대보름이 풍성한 것은 나눔이 있기 마련이다. 예로부터 우리민족은 이웃과 서로 소통하고 나누며, 함께 힘을 보태면서 일 년의 안녕을 기원했던 것이다.

 

보름달은 중천에 떴건만

 

우리민족의 정월대보름 놀이는 개인놀이이기 보다는 공동체놀이였다. 대보름의 가장 큰 놀이는 다리밟기와 줄다리기, 그리고 달이 뜨면 준비한 달집에 불을 붙이고 일 년의 안녕을 비는 달집태우기이다. 다리밟기는 풍물을 앞세우고 그 뒤를 사람들이 따라가며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던 연희이다.

 

온수골 풍류한마당에서 선 보인 부채춤 

 

고구려의 동맹이나 예의 무천, 그리고 부여의 영고 등에서 유래하는 3일 밤낮을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며 서로가 수족상응(手足相應)하고. 답지저앙(踏地底昻) 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지신밟기나 다리밟기 등의 놀이에서 나타나는 형태이다. 집집마다 액을 물리쳐주고 복을 불러들이며, 한 해의 건강을 기원하는 다리밟기 등은 이 시대에도 필요한 놀이이다.

 

줄다리기는 풍년을 기원하는 놀이이지만, 꼭 풍년만을 기원한 것은 아니다. 힘을 써 줄을 당김으로써 일 년 간의 농사를 짓기 위한 힘을 비축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달집태우기 역시 달집에 불을 붙이고 마음속에 서원을 함으로써, 한 해의 안녕을 모두가 빌었다. 달집에 불을 붙이는 것은 한 해의 모든 재액을 태워버린다는 뜻도 함께 갖는다.

 

온수골 풍류한마당교정 한가운데 마련한 달집 저 위로 둥근달이 떠올랐다. 그러나 무대에서는 이런저런 공연이 계속되어진다. 물론 주민들을 위해서 많은 공연을 보여줄 필요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달집태우기란 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려, 제일 먼저 달을 본 사람이 망월이여를 외치고, 달집으로 달려가 불을 붙이는 것이다.

 

하지만 달은 중천에 떴는데 행사는 계속 이어진다. 한 마디로 대보름에 대한 의미가 퇴색되어지고, 그야말로 즐기기 위한 놀이판이 된 것이다. 우리의 놀이들은 모두가 그 안에 사고를 지니고 있다. 사고가 제외된 형식적인 놀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달은 중천에 떴는데, 그 앞에 놓인 고사상이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조금은 실망스럽게 돌아서면서, 내년에는 정말 우리놀이가 갖는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는 대보름행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원천에 놓인 많은 다리 위에서 남녀노소가 풍물을 앞세우고 춤을 추며 다리를 건너는 모습이나. 행궁 광장에서 수원시민들이 몰려들어 당기게 되는 줄다리기 한판.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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