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스님은 남원의 천년 고찰 주지스님인 선원사의 주지 스님이신 운천스님을 말한다. 2009년부터 전국 각지를 돌며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다니면서 년간 3만 그릇 이상의 짜장면을 만들어 급식봉사를 하는 운천스님은 사랑실은 스님짜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급식공덕을 하는 것으로 유명세를 타신 분이다.

 

우리의 옛 이야기 중에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가면 무슨 공덕을 하고 왔는가를 묻는다고 한다. 헐벗은 이에게 옷을 준 것은 의복공덕이요, 목마른 이에게 물을 준 것은 급수공덕이요, 다리가 없는 개울에 다리를 놓아 준 것은 월천공덕이라고 했다. 그 중에 가장 큰 것은 역시 굶주린 이에게 배고픔을 면하게 해주는 급식공덕이라는 것이다.

 

 

 

쉬지 않고 하는 급식공덕

 

운천스님이 급식공덕을 시작한 것은 벌써 4년째이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면서 찾아간 곳만 해도 엄청나다. 운천스님은 남들이 들어가기 싫어하는 곳도 마다않고 드나들었다. 구미 불산누출마을에도 두 번이나 찾아갔다. 불산으로 인해 마을이 황폐화가 되어, 남들이 들어가기를 꺼려하는 곳에, 스스럼없이 찾아든 것이다.

 

올 초에는 손가락이 망가지는 아픔도 당했다. 그러나 두 달여 만에 다시 아픈 손가락이 비닐봉지를 씌우고 다시 짜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굶주린 이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운천스님이 4월의 마지막 날 찾은 곳이 바로 구리시에 있는 인창경로식당이었다.

 

 

이곳은 남양주의 봉선사에서 운영하는 남양주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경로식당이다. 이곳은 무의탁어르신들과 차상위 계층어르신들을 비롯해 어려움이 있는 분들에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무료급식을 하고 있는 곳이다. 30일 오전 730분에 수원을 출발하여 인창경로식당에 도착을 하여 준비를 하고, 1130분부터 급식을 시작했다.

 

봉사자들 줄 이어 찾아와

 

이곳에서 운천스님이 스님짜장봉사를 돕기 위해 찾아온 분들은 구리시 유적답사회 회원 20여명 이었다. 인창경로식당에는 매일 돌아가면서 봉사를 하는 분들이 찾아오신다고 하는데, 많은 모임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분들이 일사분란하게 봉사를 한다. 그런데 수많은 곳을 다니면서 운천스님과 봉사를 해보았지만, 이곳처럼 규율이 잡혀있는 곳을 보지 못했다.

 

 

어르신들이 식당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화장실에 들어가 손을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누구라도 예외는 없었다. 식당 봉사자 한 분이 문 앞에서 한 분 한 분 손을 씻으라고 하는 것이다. 누구라도 먼저 들어갈 수가 없다. 한 번에 50여명이 식사를 하고 있는 조금은 비좁을 식당이지만, 이렇게 철저하게 지켜지는 질서로 인해 큰소리 한 번 나지 않고, 200여분의 어르신들이 식사를 마칠 수가 있었다.

 

스님 다음 달에도 오시나요?”

 

인창경로식당에서 스님짜장의 급식은 딴 곳보다 많은 양을 그릇에 담아주었다. 그런데도 한 분도 음식을 남기는 분들이 없다. 그리고는 짜장을 다 드시고 나서 모두가 맛이 있다고 인사를 하고 나가신다. 그 중 한분은 운천스님께 인사를 하면서

 

 

스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음 달에도 또 오시나요?” 라고 묻는다. 이래저래 짜장스님의 행보는 더욱 더 바빠질 것만 같다. 급식을 시작할 때쯤 남양주노인복지관의 관장이신 동각스님께서도 배식에 한 자리를 도와주신다. 그런 아름다운 보습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을 한다. 늘 운천스님이 하시는 말씀이다.

 

사랑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입니다. 찾아오는 분들에게 베푸는 것은 반쪽짜리 사랑이죠.”

지난 2011년에 51회 봉사에 30,000여 그릇, 2012년 12월 20일까지 64회 35,000 여 그릇. ‘사랑실은 스님짜장’의 주인공인 운천스님이 전국을 다니면서 ‘스님짜장’으로 봉사를 한 회수와 그동안 봉사를 한 짜장면과 짜장밥의 그릇수이다. 2년 동안 115회 봉사에 65,000 그릇 정도를 급식공덕을 했다.

 

운천스님의 짜장봉사는 날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처음에는 노인복지관과 군부대, 그리고 장애자들이 있는 복지재단 등에서 활종을 하더니, 이제는 전국 방방곡곡 안 다니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심지어는 남들이 들어가기 싫어하는 불산누출 사고마을이나 섬까지 들어가 봉사를 한다.

 

 

봉사는 나의 운명이라는 짜장스님

 

운천스님의 짜장봉사는 천년고찰인 남원선원사 주지로 부임을 하면서 부터이다.

 

“선원사 주지 소임을 맡아 왔는데, 우연히 짜장면을 만들어 공양을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인근에 군부대가 있어 장병들에게 무엇이 가장 먹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짜장면’이라는 것입니다. 몇 날을 고민을 하다가 결정을 했죠. 부처님의 가르침을 대중 속으로 들어가 실천을 하자고요. 헐벗고 굶주리는 이들, 마음에 무엇인가가 채워지지 않는 사람들에게 제가 다가갈 수 있는 길은 짜장면을 들고 가는 길이 가장 지름길이라고 생각을 한 것이죠.”

 

그래서 '사랑실은 스님짜장'을 시작했다. 지금은 선원사 주지 운천스님보다, 오히려 ‘짜장스님’으로 더 유명하다. 운천스님의 행보가 요즈음은 종교의 벽을 뛰어 넘었다. 시류가 그렇게 변하고 있다고 해서가 아니다. 이미 종교의 벽은 하나도 가치가 없다고, 어떤 종교에서 필요로 하던지 망설이지 않고 달려간다.

 

 

처음 불교와 관련 된 곳을 찾아다니던 운천스님은, 이제는 스님짜장 한 그릇으로 갑갑하고 꽉 막혔던 종교의 벽을 허물어 버리는데 일조를 했다. 한 번 움직일 때마다 경비가 만만치 않다. 요즘처럼 기름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는데, 그 또한 많은 부담이 된다고 한다. 더구나 장비를 싣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적은 차로 이동은 불가능하다.

 

“짜장 한 그릇에 원가를 따져보니 1,400원 정도가 들어갑니다. 물론 자재 값만 그렇습니다. 인건비면 운송비 등을 합치면 원가는 더 들어가겠죠. 하지만 저는 그런 것을 따질 수가 없습니다. 누구라도 저희를 필요로 한다면 달려가야죠. 지금은 그것이 제 운명이 되어버렸습니다”

 

껄껄 웃으면서 밀가루 반죽을 한다. 내일은 또 멀리 길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요즈음은 전보다 더 힘들어졌다고 한다. 일 년이면 60회 정도를 봉사를 하러 다니다가 보니, 함께 봉사를 하던 봉사단들이 모두 치쳐 있다는 것.

 

 

스님짜장의 특별함, 그 비밀

 

스님짜장이 사람들에게 왜 인기가 있을까? 물론 무료로 나누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정답이 아니다. 매달 두 번씩 찾아가는 부산 구서 전철역의 무료급식소에는 800여명 정도의 어르신들이 모여든다. 자리가 모자라 항상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만 한다. 그 중에는 이런 곳에 와서 드시지 않아도 될 법한 어르신들도 눈에 띤다. 왜일까?

 

“스님짜장의 맛이 달라요. 우선은 정성이 가득 들어가 있기도 하지만, 고기를 쓰지 않아요. 그리고 먹으면 먹을수록 담백함이 느껴져요. 무엇인가 이 짜장만이 갖고 있는 비밀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스님짜장을 급식하는 날이 되면, 일부러 이곳에 오신다는 한 어르신의 말씀이다. 도대체 스님짜장 안에 무슨 비밀이 있는 것일까? 짜장 봉사를 하면서도 그것을 먹는 사람들의 건강까지 걱정을 하는 운천스님이다.

 

“비밀이 무엇이 있겠어요. 그저 남들보다 더 좋은 재료를 준비하고 고기보다 비싸다는 콩고기와 콩 햄 등을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일 것 같아요. 그리고 현장에서 짜장을 볶아내고 면을 그 자리에 뽑아서 삶아내기 때문인 듯도 하고요”

 

그렇게 대답을 하는 운천스님이지만, 사실 스님짜장의 맛의 비밀은 딴 곳에 있었다. 짜장을 어쩔 수 없이 사용을 하고 있지만, 짜장을 볶을 때 사용하는 육수를 밴댕이 등의 어류와 멸치를 삶아서 만든다. 그리고 야채의 종류가 7~8가지나 들어간다. 이런 것들이 모여 담백한 맛을 내는 것이다. 먹는 사람들의 건강을 최우선 한다는 것이다.

 

 

“가끔은 돼지고기를 넣기도 합니다. 외진 곳이나 불산마을, 군부대 등에는 고기를 사용하기도 하죠. 그런데 그것이 콩고기보다 더 쌉니다. 그래도 옛날 분들은 그런 것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고기를 넣어 드리기도 하죠.”

 

결국 스님짜장의 비밀은 정성과 재료가 남다르다는 것이었다. 우선 들어가는 야채 종류가 다양해 그것들이 어우러져 느끼한 맛을 없애준다는 것이다. 짜장면을 한 그릇씩 비운 분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그것을 보는 짜장스님의 얼굴이 오늘따라 더욱 환하다.

6월 17일, 광주광역시에 있는 <광주광역시장애인종합복지관>으로 향했다. 일찍 연락을 받고 날짜를 정한 터라, 미리 장애우들에게 ‘사랑 실은 스님짜장’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이다. 이날따라 꽤 많은 봉사자들이 참석을 하였다. 장애우들에게 봉사를 한다고 하면, 더 많은 봉사단이 참석을 하는 것이 선원사 봉사단의 특징이기도 하다.

광주시장애인복지관은 재활복지관이다. 복지관 여기저기를 돌아본다. 재활을 위해 땀을 흘리는 장애우들과, 곁에서 그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 모두 열심이다. 수영장이며 체육시설 등이 고루 갖춰진 곳이다. 화장실도 장애우들이 사용하기 편하게 널찍하게 만들어 놓았다.


봄날처럼 표정이 밝은 장애우들

짐을 내리자마자 운천스님을 비롯한 봉사단원들의 손길이 바빠진다. 젊은 봉사자들도 열심히 반찬을 날라 테이블위에 올려놓는다. 11시 30분 정도가 되자 마음이 바쁜 사람들이 식당으로 먼저 찾아 왔다. 면을 뽑아 끓는 물에 집에 넣으면서, 이마에 흐르는 땀조차 닦을 여유가 없다. 날이 무더울 때는 불 옆에서 조리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중 반수 이상이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곳에는 많은 장애우들이 재활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270명분을 준비해 달라고 했지만, 혹 모른다며 그 이상을 준비를 했다. 먼저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부터 짜장면을 날라다 드리고 난 후, 병문안을 오신 분들과 재활을 돕는 분들이 줄을 선다.



그 줄이 도통 줄어들 줄을 모른다. 몸이 불편하지만 혼자 힘으로 짜장면을 힘겹게 드시는 분들도 있다. 그래도 연신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힘들지 않으세요?”
“괜찮아요.”
“좀 도와달라고 하시죠.”
“아녜요. 혼자 할 수 있어요.”

힘이 든대도 불구하고 혼자서 젓가락질을 하시는 분. 그렇게 혼자 재활을 위한 노력을 하는 중이시다. 그런데도 그 얼굴 표정이 참으로 밝다. 그 분에게서 봄날 같은 미소를 본다. 사람이 사는 것이 별 것이 아니란 생각이 불현 듯 든다. 이분들이라고 몸이 아플 줄을 알았을까? 그저 살다보니 남들보다 조금 더 몸이 성치 않을 뿐이다. 그런데 그 마음은 한 없이 맑기만 하다. 그리고 그 표정은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할 편안함이 있다.


“맛있어요. 또 한 번 해주세요.”

이구동성이란 말이 있다. 이분들이 그랬다. 어떤 분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세 번이나 배식구를 찾았다. 그동안 짜장면이 꽤 드시고 싶었든가 보다.

“그런데 스님짜장이라 그런가? 고기가 없네”
“예, 고기 대신 콩 고기를 넣었어요. 맛이 없으세요?”
“아닙니다. 맛이 담백한 것이 좋아요”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을 위할 줄 안다고 했던가? 혹 말 한 마디에 상처라도 받을까봐 말을 돌리시는 분을 보면서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외형적인 아름다움이 정말 아름다운 것일까? 이렇게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 하나가,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처럼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그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남원 선원사(주지 운천스님) 자원봉사단의 '사랑실은 스님짜장'이 5월 1일 정읍 105연대를 찾아갔다. 장병들은 5월 10일 부처님 오신날을 기념하는 봉축법회에 이어 군부대 운동장에 상을 놓고 스님짜장을 공양했다. 선원사 자원봉사단은 아침 일찍 선원사를 출발하여, 장병들을 위해 준비해간 음식을 모두에게 나누어 주려고 땀을 흘렸다.

105연대 장병들은 자장면을 먹으면서 '맛있습니다.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면서 두 그릇씩을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더욱 이날 자장급식에는 정읍 내장사 합창단까지 함께 자장면을 먹으면서, 스님짜장이 전국을 다니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급식공양을 하는 것에 감사를 하였다. 

선원사 자장면 봉사단이 장병들에게 줄 자장면을 준비하고 있다.
 

장병들에게 줄 포도를 다듬고 있는 봉사단들

빵이며 떡, 포도, 방울토마토 등을 자장면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자장면을 먹기 위해 장병들이 줄을 서 있다

내장사 합창단원들도 고운 한복 차림으로 줄을 서 있다

선원사 주지 운천스님이 직접 자장을 퍼 담아주고 있다

'스님짜장'을 맛있게 먹고 있는 장병들

자장면을 먹고 있는 뒤로 스님짜장의 버스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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