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선원사 절집에 토끼 네 마리가 들어왔다. 그런데 이 녀석들 얼마나 잘 먹고 살았는지 살이 올라 토실하다. 이 녀석들이 한 녀석은 암놈인줄로만 알았다는데, 알고보니 네 녀석들이 모두 숫놈이다. 토끼는 생육이 빠르다. 임신 주기도 짧고 한 달에 한 번씩 새끼를 낳는다고 한다. 참 얼마나 대단한 녀석들인가.

녀석들은 팬스 안 보호소에 있다. 안전하게 저희들끼리 살라고 그곳에 두었는데, 한참 혈기 왕성하게 자란 듯하다. 이 녀석들이 하루 종일 저희들끼리 이상한 짓들을 한다. 남이 보면 참으로 남사스럽다. 그렇다고 하지 말라고 한들, 알아 들을 것도 아니니 말이다.

"야! 너희들끼리 그러냐 나 여자거든"


문제는 팬스 밖에서 살고 있는 절집 봉순이다. 이 녀석이 혼자 심심하던 차에 팬스로 가려져는 있다고는 해도, 그래도 숫놈들을 보고는 입맛을 다시고 있다. 아마도 제가 암놈이라서인가. 숫놈끼리 해괴한 짓을 하는 것을 보면서 입맛만 다시는 봉순이. 이 녀석도, 저 토생원들도 짝을 찾아 주어야 할까보다.

비는 오고 짐을 싸다가 잠시 내려가보니, 그 비를 맞으면서 이 녀석들이 장난을 치는 모습을 부러운 듯 보고 있는 봉순이의 눈길이 애절하다.
 



전북 남원시 도통동에 소재한 천년고찰 선원사. 선원사는 신라 헌강왕 원년인 875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하였다는 절이다. 도선국사는 남원의 지세가 객산으로 힘이 센 교룡산을 누르고, 주산으로 힘이 약한 백공산을 복돋아야 남원이 번창할 수 있는 곳이라 판단하고, 백공산의 모체는 천황봉 밑 만행산 줄기이므로 만행산의 힘을 빌어 교룡산의 힘을 누르고자 백공산 날줄기 끝에 선원사를 창건하였다고 한다.

이 천년고찰 선원사는 현재는 남원 시내 한 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선원사에는 보물로 지정된 고려시대의 철조여래좌상과, 약사전, 대웅전, 범종 등이 문화재로 지정이 되어 있으며, 남원팔경 중 '선원모종'이 들어있는 유명한 절이다. 이 고찰에도 가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작은 일주문 안으로 절집을 들여다본다. 한때는 30여채의 전각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곳이다. 범종각 앞에도 가을은 깊어간다.




가을은 절집 어디에나 자리하고 있다. 절집 안에 피어있는 가을꽃들이 이제 절정에 달했다




선원사는 돼지감자차를 생산하는 곳이다. 절집 여기저기에도 꽃들이 가을을 알린다. 그리고 수확을 하고 난 밭에도 노란 은행잎들이 떨어져 가을이 깊었음을 이야기한다.



밭에서 수확을 한 형형색색의 호박들이 정겹다. 그리고 이 고찰에는 봉춤을 추는 봉순이가 산다. 
'사람에게만 달인이 있는 것이 아녀. 우리 같은 강아지들도 달견이 있는 것이여' 남원 선원사 절집 강아지 봉순이(원래 이름은 써니라는데 난 이 녀석을 늘 봉순이라고 부른다)가 일갈을 한다. 이 녀석 심심하면 쇠말뚝을 붙들고 춤을 추워댄다. 하던 짓도 멍석을 피면 안한다고 했던가? 봉춤을 추다가도 카메라만 가까이 들이대면, 바로 먼산을 쳐다보며 딴청을 피우기가 일쑤이다.

"어이~ 봉순이 봉춤 좀 한 번 추어보지"
"됐거든 아저씨"
"그러지 말고 한 번 추어봐"
"그럼 딱 한 번만이여라"
 

심심하면 철봉을 잡고 봉춤을 추어대는 봉순이

녀석 봉을 잡고 좌우로 흔들어댄다. 이제 4개월 째인 봉순이. 이녀석이 봉춤을 추면 사람들이 자지러진다. 다음에는 몰래 카메라를 하나 설치해 놓고, 동영상으로 찍어야 할 판이다.

잘 추다가도 사람들이 보이면 딴청을 하기 일쑤다. 녀석 숫기도 없어 갖고...
    




치사하기는 조금만 보여달라고 해도 딴 청이다. 그리고 놀아달라고만 조른다. 나도 그냥은 절대 안놀지. 봉춤 한 번 보여주면 놀아줄께

아이폰으로 찍었더니 화질이 별로이다. 그래도 머 봉순이 표장은 일품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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