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를 하는 사람들. 그것도 어쩌다 한번 하는 것이 아니다. 한 곳은 한 달에 10여 차례의 스님짜장을 전국을 다니며 봉사를 하는 곳이고, 한 곳은 창원 팔용 민속 5일장에서 장날마다 무료급식을 하는 곳이다. 이 두 곳이 만났다. 거기다가 ‘제9회 우리 마을 경노잔치’까지 곁들여졌다.

한 달에 여섯 차례 민속 5일 장날마다 무료급식을 하는 곳. 남원 선원사를 아침에 출발한 스님짜장의 봉사단 일행은 장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준비를 시작한다. 이미 이력이 붙은 솜씨들이다. 커다란 가마솥 두 개가 트럭에서 내려지자 바로 자장을 볶기 시작한다. 이미 무료급식소 주변은 어르신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몸에 밴 봉사정신

창원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봉사단체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르신들께 자장면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흔쾌히 승낙을 했다. 그리고 6월 4일 민속 5일장 날을 맞아 창원으로 향한 것이다. 중학교 학생부터, 고등학교, 일반 기업의 직업들, 그리고 주부들까지 300여명의 봉사자들이 모여,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혀를 내두른다.

스님짜장이 익어갈 무렵, 콩으로 만든 햄을 부어 넣는다.

“스님짜장에도 고기를 집어넣나?”
“아닙니다. 콩으로 만든 햄인데요.”
“암, 그래야지”




자장면을 볶고 있다. 제일 끝으로 고기맛을 내는 콩햄을 넣는다. 

간을 보고 또 본다. 아르신들의 구미에 맞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한편에서는 그릇에 밥을 담고, 한편에서는 스님이 자장을 부어준다. 자원봉사를 하는 학생들과 회사원들이 쟁반 가득 자장밥을 담아 어르신들께로 나른다.

기다리기가 지루했던지 몇 몇 분이 줄은 선다. 금방 줄은 길게 늘어났다. 큰 가마솥으로 두 솥을 자장을 볶았는데 부족하다. 이미 1,300명을 넘게 급식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이 먹을 것을 또 볶는다. 오후 1시 40분에 배식이 끝났다. 그리고 잠시 뒤, 언제 그렇게 많은 어르신들께 급식을 했는지 흔적조차 없다.


선원사 봉사단원들의 손길이 바빠진다. 한편에서 민요 한마당이 선을 보이고

봉사를 하는 손길들을 보니 몸에 밴 듯하다. 아마도 그 마음이 아름다워 표정 하나하나가 모두 밝은가보다. 그렇게 1,500그릇 정도의 자장밥으로 아름다운 봉사를 마쳤다. 스님짜장 버스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생각을 한다.

‘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세상 그 무엇보다도 아름답다’는 것을...


 

자장밥의 배식이 시작이 되었다. 그릇에 밥을 담으면 짜장스님이 자장을 듬뿍 퍼 담아준다


스님짜장밥을 드시기 위해 늘어선 줄, 그리고 밥을 맛잇게 드시는 어르신들
"고거 참 맛있다"를 연발하신다.



봉사는 누가 하는 것이 중요한가? 서로가 팔을 걷어부치고 그릇을 닦고 있다. 어르신들이 맛있게 드실 수 있도록
한 자원봉사자가 '효자손'을 어르신들께 나누어 주고 있다. 모습이 아름답다.
그리고 급식이 끝나고나자, 주변 정리를 하고 있다. 순식간에 주변이 말끔해졌다.

겁나게 더운 날, 어르신들을 위해 기꺼이 고생을 한 자원봉사자들이 '사랑실은 스님짜장'버스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였다. 모두가 행복한 표정들이다.   

답사를 자주 하는 나로서는 가끔 곤욕을 치루는 때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생리현상 때문이다. 장시간 차를 타고 이동을 하려면 먼저 볼일부터 보기는 하지만, 사람의 장이라는 것이 꼭 때를 맞추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가끔은 참으로 난감할 때가 생길 경우에는 정말 ‘미칠 것 같다.’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길게는 5~6시간 씩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다가보면 평균 두 시간을 넘기지 않고 휴게소를 들어간다. 그러나 그것도 꼭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떨 때는 출발한지 채 30분이 되지 않았는데, 휴게소에서 15분을 쉬고 가기도 한다. 바로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님들의 밥 때를 맞추기 때문인가 보다.


버스 여행에 길들여진 버릇

갑자기 일이 있어 매일 옆구리에 부치고 다니던 카메라 가방만 짊어지고 길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2시간 30여 분이 걸리는 길이라, 아무 걱정 없이 차에 올랐다. 여행을 할 때는 항상 맨 앞좌석을 달라고 부탁을 한다. 시야도 확보되지만, 가끔은 버스를 타고 다니다가도 기사거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버스에 오르면 제일먼저 하는 일이 카메라를 옆에 놓는 일이다. 그런 버릇 때문에 기사님들에게 괜한 핀잔도 듣는다. 왜 카메라를 옆에 두느냐고. 대답이야 가다가 경치를 찍으려고 한다지만, 버스 유리창이 그렇게 깨끗하지는 않으니 찍지는 않지만. 그래도 무엇이라고 하면, 슬그머니 카메라를 집어넣는 체 한다. 찍을 것이 생기면 재빨리 꺼내드는 데는 이미 이골이 났다. 참 버릇치고는 좋지 않은 버릇이다.

출발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야기가 딴 곳으로 흘렀지만, 그렇게 버스를 타고 출발을 했다. 전주에서 목포까지는 고작 두 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버스를 타려는데 기사님이 승객들에게 일일이 질문을 한다. “가다가 휴게소에 들리지 않아도 되죠?” 라는 질문이다. 승객들이 하나같이 “예”라는 대답을 한다.

그런데 슬슬 배가 이상하다. 고속도로를 들어서 얼마가지 않았는데 영 속이 불편하다. 이걸 어쩐다. 그러고 보니 출발하기 전에 꼭 들려야 할 곳을 들리지 않았다. 이제 겨우 출발한지 한 시간 정도가 지났는데 이걸 어쩌나.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마땅하게 해결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좋은 방법이란 버스에서 내리는 길인데, 고속도로에서 내려달라고 할 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난감하다.

기사님 잠시만 쉬어가면 안될까요?

이제는 방법이 없다. 참을 만큼 참았지만, 더 이상은 견뎌 낼 자신이 없다. 그런데 휴게소 안내판이 나왔다. 5km를 가면 휴게소란다. <휴게소 함평천지>, 그 안내판이 왜 그렇게 반갑던지. 얼른 기사님에게 이야기를 했다.

“기사님 휴게소에 잠시만 들려가죠”
“아까 물어보았잖아요. 안 가셔도 된다고 하셨으면서”
"갑자기 탈이 난 듯 하네요. 잠시만 들려주세요.“
“이제 한 40여분만 가면 되는데, 조금 참아보세요”

이런 답답한 일이 있다. 참을 만큼 참다가 도저히 못 참겠어서 부탁을 하는데, 더 참아보라니.

“기사님이 제 생리현상을 해결해 보실래요. 그렇다면 그냥 가시고요”
“그 양반 참. 그러니까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죠"
"기사님은 생리현상도 마음대로 조절을 하시나 보네요"

사람들은 자지러지게 웃는다. 두 사람의 대화가 그렇게 재미가 있었나. 남은 속이 까맣게 타는 줄은 모르고. 결국 버스는 함평천지 휴게소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버스가 도착하니 여기저기서 줄을 지어 내린다. 그렇다면 저 분들도 다 속이 불편했나? 저 분들 나 아니면 오늘 다 일 벌어질 뻔 했단 생각이다. 그러고 보면 그 기사님이 나 혼자만을 살린 것은 아닌듯하다. 저렇게 여러 분이 생리현상을 해결했으니. 여행을 하다가 보면 가끔 이렇게 황당한 일을 당한다. ‘애고 다음부터는 꼭 볼일부터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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