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제는 정말 우리의 문화재가 무엇인지? 혹은 문화재의 가치는 무엇인지를, 대한민국 모든 국민을 상대로 학습을 시켜야만 할 것 같다. 이제는 하다하다 국보 1호인 남대문을 방화를 하더니, 이번에는 국보 제67호인 구례 화엄사(주지 종삼수님)의 각황전을 불태우려고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화엄사는 임진왜란 때 완전히 불타버린 것을 인조 때 다시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의 국보 제67호 각황전 터에는 3층의 장륙전이 있었고, 사방의 벽에 화엄경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파괴된 것을 조선 숙종 28년인 1702년에, 이층으로 건물을 다시 지었으며 ‘각황전’이란 전각의 명칭을 숙종이 지어 현판을 내린 것이라고 한다.

 

 

 

국보 각황전에 불을 놓다니, 이건 또 무슨 짓

 

각황전 앞에 서면 사람이 압도당한다. 신라시대에 쌓은 것으로 보이는 장대석의 기단석 위에 정면 7칸, 측면 5칸 규모로 지은 2층 전각이다. 팔작지붕으로 지어진 각황전은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장식하여 짠 구조가, 기둥 위뿐만 아니라 기둥 사이에도 있는 다포계 양식이로 매우 화려한 느낌을 준다. 건물 안쪽은 위 아래층이 트인 통층으로 되어있으며, 세분의 여래불과 네 분의 보살상을 모시고 있다.

 

밖에서 보면 이층인 전각으로 꾸며졌으나, 안을 보면 단층이다. 워낙 전각의 규모가 크다보니 중간에 기둥을 세워 받쳐놓았다. 그 안의 공포의 장식 등이 화려하다. 각황전 안을 들여다보면서 그 거대함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 각황전을 어떤 미친 인간이 방화를 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CCTV에 범인의 행동 등 찍혀

 

화엄사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10월 5일(금) 새벽 2시 30분 경에 건장한 등산복 차림을 한 괴한이 각황전 뒤편 문에 신나 등을 뿌리고 신문지에 불을 붙여 방화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각황전 주변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밝혀졌는데, 현재 관계당국에서는 이 괴한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다행히 크게 불이 번지지 않은 것은 각황전은 방염방재 처리가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대체 이 소중한 국보에 방화를 하려고 한 자는 누구일까? 아직은 그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을 할 수 없지만, 지난번의 동화사 산신탱화 낙서사건 등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이러한 일련이 사건들을 보면서, 참으로 참담한 마음이다.

 

이 정부 들어서 이렇게 사찰의 불법 난입과, 무분별한 문화재 훼손이 극에 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제는 국회에서 문화재보호법에 대해 더 강한 법안을 만들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국보나 보물 등을 훼손하는 자들은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를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산시 금정구 청룡동 546에 소재한 범어사 사천왕문이 화재로 인해 전소가 되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문화재 답사를 하는 나로서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법이 참으로 종이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문화재란 그 나라의 상징이다. 그러한 문화재에 대해 훼손을 한다고 해도, 벌이라는 것이 참 어이없을 정도로 약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화재가 일어나기 전날에는 누군가에 의해 법고까지 훼손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 문화재법에는 화재 등이 났을 때 지자체의 장이 화재, 도난 등을 방지하도록 되어있다. 이런 조짐이 계속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은 방화로 인한 화재로 천왕문이 타버렸다는 것이다. 


범어사 천왕문에 모셔진 사천왕상(자료 / 범어사 홈페이지)

제14조(화재 및 재난방지 등) ① 문화재청장이나 시·도지사는 지정문화재의 화재 및 재난방지, 도난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하여야 한다.

② 문화재청장 및 시·도지사는 문화재별 특성에 따른 화재대응 지침서(이하 “지침서”라 한다)를 마련하고 이를 지정문화재의 소유자, 관리자 또는 관리단체가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③ 지침서는 연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점검·보완하여야 하며, 화재대응을 위하여 포함되어야 할 사항 및 지침서를 마련하여야 하는 문화재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④ 지정문화재의 소유자, 관리자 및 관리단체는 지정문화재의 화재예방 및 진화를 위하여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른 소방시설과 재난방지를 위한 시설을 설치하여야 하며, 지정문화재의 도난방지를 위하여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도난방지장치를 설치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제4항에 따른 소방시설과 재난방지를 위한 시설 또는 도난방지장치를 설치하는 자에게는 예산의 범위에서 그 소요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보조할 수 있다.

제85조(문화재 방재의 날)

① 문화재를 화재 등의 재해로부터 안전하게 보존하고 국민의 문화재에 대한 안전관리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2월 10일을 문화재 방재의 날로 정한다.

②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재 방재의 날 취지에 맞도록 문화재에 대한 안전점검, 방재훈련 등의 사업 및 행사를 실시한다.

③ 문화재 방재의 날 행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문화재청장 또는 시·도지사가 따로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문화재가 화재가 나고 소실이 될 때, 혹은 도난이나 재난 등에 대비해 얼마나 방비를 하고 있는가가 의심스럽다. 범어사 측에 따르면 이미 천왕문이 화재가 나기 이전부터, 많은 이상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대도 어찌 이렇게 방화로 인해 전소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문화재를 훼손할 경우 상당한 징벌에 처해야

범어사 천왕문은 보물 제1461호인 일주문과, 불이문 사이에 있어 보물의 보호차원에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방당국과 범어사 측이 협의를 거쳐 굴착기로 건물을 완전히 철거했다고 한다. 당초 천왕문에 있던 4대 천왕상은 경내 성보박물관에 보관했다고 전해 다행스럽다. 화재 당시 천왕문에 있던 천왕상은 모사본이어서 문화재의 소실은 막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방화에 의하거나, 또는 종교적인 편향으로 인해 수많은 문화재가 훼손이 되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방관을 하고 있을 것인지 답답하다. 지금이라도 문화재법을 더욱 강력하게 시행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더불어 종교적인 편향으로 인해 소중한 문화재를 훼손한다면 특가법이라도 만들어 가중처벌을 해야 할 것이다.

소중한 문화재 하나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다면, 어찌 이 나라를 문화대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문화대국, 문화의 나라 등. 말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강력한 처벌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불탄 다음 찾아가는 그런 뒷벽은 이제 제발 그만두고. 현상금까지 걸었다고 하니, 하루 빨리 용의자가 검거되어 모든 사정이 소상히 밝혀지기만을 바란다.


함양군 안의면 금천리에는 중요민속자료 제207호인 안의 금천리 윤씨 고가가 있다. 일명 ‘허삼둘 가옥’으로도 불리는 이 고가는, 영남지역 상류주택으로서의 면모를 간직하고 있는 집이다. 지난 번 10월에 함양을 돌아볼 때는 이 집을 빠트려, 이번 12월 11일의 답사에서는 먼저 찾아가 본 집이기도 하다.

허삼둘 고가는 기백산을 뒤로하고, 덕유산의 지맥을 따른 진수산에 형성된 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이 마을은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고 하여, ‘쇠부리’라고 부른다. 마을 앞으로는 내가 흐르고 있어, 배산임수의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집이기도 하다. 허삼둘 고가는 약 70여 년 전 윤대흥이 진양 갑부인 허씨 문중에 장가를 들어, 부인 허삼둘과 함께 지은 집이다.


멋들어진 사랑채의 구성

허삼둘 가옥은 대문채, 행랑채, 사랑채, 곳간, 안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좌측으로 행랑채가 있고, 그 옆으로 ㄱ자로 구성된 사랑채가 자리한다. 사랑채 앞에는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데, 넓은 공지인 것으로 보아 예전에는 이곳에 정원이 있었음을 알 수가 있다.

사랑채는 마주보면서 우측으로 한 칸을 빼내어 누정으로 삼았다. 난간을 두르고 기둥을 세워 정자와 같은 모양으로 꾸며 놓았다. 이단의 돌을 쌓은 기단을 놓고, 그 위에 사랑채 건물을 지었다. 중앙을 빼고 좌우로도 난간을 둘러 멋을 더했다.



함양 허삼둘 가옥의 전경(위) 솟을대문과 사랑채 누정(아래)

특이한 안채의 구성은 놀라워

안채로 들어가면 ㄱ 자로 꾸며졌는데, 7칸의 집에는 특이하게 중앙에 부엌을 두었다. 이 안채는 꺾인 부분에 좁은 판자문을 두어 마루로 나올 수 있도록 꾸몄다. 안채는 여느 집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건축방법을 택했다. 우선 중앙에 부엌으로 통하는 판자문도 특이하지만, 까치구멍을 넓게 ×자형으로 달아낸 것도 그렇다.

대청은 이중으로 꾸며, 문을 달아낸 뒤로도 다시 마루를 놓았다. 아마 밖에서 들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이중으로 대청을 구성함으로써 여름이면 해를 막은 뒤편에 그늘을 만들고, 겨울이면 따듯하게 보호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특이한 집의 구성으로 인해 중요민속자료 제207호로 지정이 되었다.




ㄱ 자형으로 꾸며진 안채. 꺾인 부분에 문을 낸 특이함. 그리고 X 형으로 구성된 까치구멍과 이중으로 된 대청
 
불탄 흔적 그대로 방치가 되

이렇게 잘 꾸며진 허삼둘 가옥을 보면서 참으로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다. 담장은 무너져 내리고, 사랑채와 안채는 불에 튼 흔적이 그대로 있다. 행랑채가 보수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안채와 사랑채의 불에 탄 흔적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것도 일부만 그렇게 탔다는 것이 더욱 의심이 간다.

안의면 담당자와 통화를 해보았다. 5년 전인가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는 것이다. 문화재는 아무리 국가에서 지정을 했다고 해도, 개인소유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손을 댈 수가 없다. 그런데 그 즈음에 안의면에서는, 정자를 비롯한 몇 채의 한옥에 불이 났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마도 의도적인 방화일 것으로 추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에 탄 흔적이 있는 사랑채와 무너진 담장

그 후 문화재청에서는 이 가옥을 사서 보수를 하려고 했으나, 여러 가지 여건이 맞지가 않아 아직 그대로 있다는 것이다. 어느 집보다도 특이한 형태로 꾸며진 집이, 이렇게 방치가 되어있다니. 이럴 때는 강제로라도 보수를 할 수 있는 법은 없는 것인지. 그저 집안을 돌아보면서 답답할 뿐이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한 곳이라도 더 돌아보려고 길을 나서지만, 자꾸만 그 불탄 모습이 눈에 어른거려 쉽게 발을 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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