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화서지점 직원들 짜장봉사

 

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한다. 봉사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만큼 자신의 희생이 필요한 것이 바로 봉사를 하는 일이다. 누구나 다 몸이 편한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봉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심적으로 부담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시간도 그만큼 필요한 것이 바로 봉사이다.

 

주말이 되면 많은 사람들은 야외로 나간다. 그렇게 야외로 나가기에도 딱 좋은 날씨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바람까지 적당하게 불어 준다. 아랫녘에서는 벌써 꽃 소식이 봄바람을 타고 날린다. 이런 날 도로는 심하게 막힌다. 모두 나들이를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남들이 나들이를 할 때 땀을 흘리며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국민은행 화서동지점 직원들의 봄나들이

 

KB국민은행 수원 화서동지점 직원들이 김광립 지점장과 9명이 봄나들이에 나섰다. 그냥 나들이가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봉사를 나선 것이다. 수원시 장안구 장안로 458142(이목동)에 자리하고 있는 장애인 거주시설인 바다의 별’. 바다의 별은 지적장애인들의 생활시설이다. 마리아들 수녀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바다의 별에는 지적장애인들과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다.

 

그동안 남원 선원사 주지인 운천스님(짜장스님)이 수원에 올라올 때마다 빠트리지 않고 들린 곳이 바로 바다의 별이다. 운천스님이 이곳에 들리는 것은 이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무엇인가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우리가 돌보아야 할 사람들이죠. 이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입니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하나도 없지만, 사회에서 이들을 보는 시각은 남다르죠. 사실 지적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이라고 해서 이들이 남들이 누리는 것을 마음대로 누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수원에 올 때마다 이곳에 와서 따듯한 자장면 한 그릇이라도 먹이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고요. 오늘 더구나 이렇게 국민은행 화서동지점 가족들이 함께 봉사에 참여해 주어 정말 행복한 봉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한다.

 

앞으로도 이웃 찾아 봉사할 것

 

이날 봉사에 함께 참여를 한 전 국민은행 화서동 지점장이었다가, KB국민은행 본부로 영전을 한 박정운 전 화서동지점장은 지난 해 선뜻 짜장스님에게 2000만원이라는 큰돈을 스님짜장에 사용하라면서 쾌척을 한 장본인이다. 이번 화서동지점 직원들이 봉사를 하게 된 것도 박정운 전 지점장의 주선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나와서 봉사를 하니 정말 좋습니다. 무엇인가 색다른 봉사를 한다는 것이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네요. 저는 오늘 직원들을 데리고 집사람과 함께 봉사를 하러 왔습니다. 앞으로 지역 시회에 이런 봉사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봉사를 마친 김광립 지점장의 말이다. 부모님을 따라 함께 봉사를 하러 왔다는 최지윤(안양 벌말초등학교 5)양은 힘들어요라고 표현을 한다. 그래도 어머니 뒤를 따라 다니면서 상을 정리하고 빈 그릇을 주방까지 날라다가 놓는 등 할 일은 다한다. 봉사란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다. 스스로 마음에 먼저 앞서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모든 급식을 마치고 바다의 별 입구에서 사진촬영을 부탁했다. 바다의 별 가족들도 함께 사진을 찍는다. 아침 9시부터 4시간여의 봉사지만 면을 삶고 배식을 하고, 그릇들을 갖다가 뒷정리까지 모두 마치고나면 힘이 든다. 그래도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바로 봉사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이다.

 

전국을 다니면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사랑실은 스님짜장을 만들어 주는 운천스님. 대한불교 조계종 천년고찰 남원 선원사 주지인 운천스님은 수원출신이다. 운천스님은 법호인 운천보다 오히려 짜장스님으로 더 유명하다. 운천스님은 선원사 주지로 부임한 이래로 벌써 13만 그릇에 가까운 짜장면을 만들어 봉사를 했다.

 

스님이 할 일이 무엇이겠어요. 어려운 이웃에게 봉사를 하는 것이죠. 사찰에서 중생들을 상대로 포교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 함께 그 아픔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천스님의 봉사행보는 끝이 없다. 벌써 4년 째 한 달에 10여 번을 차를 몰고 전국을 다닌다. 어려운 사람들, 아픈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스님이 직접 몰고 다니는 차 안에는 밀가루며 반죽기, 면 뽑는 기계와 짜장면에 들어갈 각종 야채들로 가득하다.

 

 

수원구치소 3000명에게 짜장봉사

 

지난 해 7월 대전교도소 사회복귀과 정병희 계장과의 인연으로 수원에 거주하는 김성원 씨와 함께 대전 교도소를 찾아 냉짬뽕 봉사를 한 운천스님이, 이번에는 수원구치소 3000명에게 스님짜장을 들고 찾아간다고 한다. 1월부터 수원구치소 측과 연락을 가진 운천스님은, 12일 수원구치소를 방문하여 스님짜장 봉사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것.

 

지난 해 대전교도소 방문을 해보니 재소자들이 정말 좋아해요. 여름이라 짜장면보다는 냉짬뽕이 좋을 것 같아서 준비를 했는데 식욕들이 좋다고 해서 4500명분을 준비를 했어요. 워낙 많은 인원을 먹여야 하기 때문에 일주일 전부터 준비를 했죠. 몸은 비록 힘들었지만 행복한 마음으로 임하니 그리 힘든 줄은 몰랐어요.”

 

이번에도 그 정도는 준비를 해야겠다고 하는 운천스님. 12일 수원구치소 봉사에 이어 13일에는 우만종합사회복지관, 14일에 지동 못골 경로당, 15일에는 이목동 바다의 별에서 봉사를 한단다.

 

 

아무래도 남원에서 수원까지 올라온다는 것이 그리 쉽지가 않아요. 그래서 수원에 올 때는 한 번에 며칠을 잡아서 준비를 하죠. 토요일 이목동 바다의 별 봉사 때는 국민은행에서 함께 해 주실 거예요. 짜장면 외에도 그곳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에게 여러 가지를 대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저 봉사를 하는 것을 천직으로 알고 계신 운천스님. 4년이라는 시간을 그렇게 봉사를 다닌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봉사의 행보는 그칠 줄을 모른다.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더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것만 같다.

 

지난해는 네팔에 초등학교도 지어

 

운천스님은 해외봉사에도 남들보다 앞장을 선다. 어려운 동남아의 한 곳에 우물을 30곳을 파서 식수원이 모자라는 사람들을 도왔는가 하면, 변변한 교실 한 칸 없이 흙바닥에서 공부하던 네팔 룸비니 오지마을 어린이들에게 학교를 지어주기도 했다. 지난 해 학교를 지어주기로 약속을 한 후 자신이 주지 소임을 맡아오면서 모아 놓은 보시와 후원자들의 성금으로 학교를 지었다.

 

 

룸비니는 부처님이 탄생한 성스러운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지만, 그 명성과는 동떨어진 오지마을이다. 인프라는 물론 교육시설 등이 턱없이 부족한 시골마을로, 대부분 주민들은 하루 1끼만 먹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 마을에 초가로 만든 바람벽도 없는 학교가 있었지만 폭으로 인해 무너져 내린 것.

 

그 소식을 들은 운천스님은 한 달음에 달려가 협약식을 맺고 선원사 초등학교를 지어준 것이다. 이렇듯 국내외를 돌면서 봉사를 하고 있는 운천스님. 고향이 수원이고 어릴 적 생활을 한 곳이 수원이라 남다르다고 한다.

이번 봉사는 급식자들이 많아 준비물도 많습니다. 미리 준비를 해 두어야죠. 수원의 봉사가 기다려지네요.”

 

한 달에 한 번 수원을 찾아와 스님짜장으로 봉사를 하시던, 남원 선원사 주지 운천스님이 오랜만에 수원을 찾았다. 전라북도 남원시 도통동에 소재한 천년고찰 선원사의 주지인 운천스님은, 4년 전부터 전국을 다니면서 스님짜장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 운천스님이 짜장봉사를 한 것은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난후부터이다.

 

당시 남원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태안을 찾아가 천여 명에게 짜장봉사를 한 것을 시작으로, 군부대, 보육원, 경로당, 복지관 등을 찾아다니면서 그동안 8만 그릇이 넘는 짜장을 사람들에게 무료로 베풀었다. 운천스님은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있으면, 어디나 마다않고 쫓아다녔다. 구미 불산 사고가 났을 때도 가장 먼저 이곳으로 찾아간 운천스님이다.

 

 

수원이 고향인 운천스님

 

운천스님이 이렇게 수원을 찾아와 봉사를 하는 것은, 그의 고향이 바로 수원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 수원에서 태어나 자란 운천스님은, 나중에라도 수원에 올라와 봉사를 하겠다고 한다.

 

제가 어릴 때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놀던 수원에도, 짜장으로 봉사를 할 곳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수원에서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남원서부터 이곳까지 와서 2~3일씩 봉사를 하고 내려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고향이기 때문에 더 정이 가는 것은 사실이죠.”

 

그렇게 봉사를 하다가 곤혹을 치루기도 했다. 손가락이 으스러져 15일 간이나 병원에 입원을 했기 때문이다. 그 고통 속에서도 매주 찾아가는 어르신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스님의 봉사는 남들이 이해를 하지 못할 정도로 열심이다.

 

 

필리핀에 우물 40개를 파기도

 

스님은 그동안 소년소녀 가장에게 장학금을 주기도 하고, 국내뿐이 아니라 해외에도 봉사를 계속했다. 선원사는 남원 시내에 자리하고 있지만, 그렇게 부유한 절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촌 공생회를 통해 필리핀에 40개의 우물을 파서, 식수난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돕기도 했다. 12월에는 네팔에 선원사 초등학교를 준공한다고 한다. 스님이 이렇게 봉사를 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이다.

 

종교가 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무슨 사람들을 구제하겠습니까? 꼭 절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법문을 하고 염불을 해야 구제중생이 아니란 생각입니다. 세상에 많은 불행한 사람들에게 작은 것이나마 베풀 수 있는 것이 종교죠. 나 혼자 잘 먹고 잘 쓴다면 어려운 사람들을 언제 구제할 수가 있나요?”

 

 

그래서 한 달이면 거의 10일 이상을 전국을 돌아다닌다. 그곳에 스님짜장이 필요한 이웃들이 있기 때문이다. 19일 오전부터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에 소재한 우만종합사회복지관에 스님이 짜장봉사를 하기 위해 찾았다. 200여 명의 어르신들에게 짜장을 봉사하기 위해서이다. 20일에는 이목동에 소재한 장애인들이 생활을 하고 있는 바다의 별에서 봉사를 한다.

 

농사를 직접 지어서 봉사

 

사실 운천스님이 1년이면 3만 그릇 가까운 스님짜장을 베푸는 경비는 만만찮다. 그래서 선원사 경작지나 신도들의 땅을 도지를 내고 농사를 짓고 있다. 양파, 고구마, 호박, 감자 등 직접 농사를 지어서 재료를 충당한다. 지리산에서 야생으로 자란 돼지감자를 채취해 돼지감자차를 만들어 그 수익금으로 짜장을 만드는데 충당을 한다. 스님짜장에는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다. 그 대신 10여 가지나 되는 야채로 육수를 낸다.

 

처음 먹는 사람들은 밋밋하다고 하지만, 먹고 나면 뒷맛이 개운하다. MSG(화학조미료)나 고기를 넣지 않는 대신, 직접 농사를 지은 무공해 재료를 이용해 조리를 하기 때문이다. 우만종합사회복지관의 식당에 어르신들로 가득하다. 짜장면과 복지관에서 준비한 우유를 한 병씩 받아들고 좋아 하신다.

 

 

그동안 수원에 와서 많은 봉사를 했다. 우만복지관, 서호노인복지관, 지동 경로당, 바다의 별, 율천동, 장애인 체육대회 등 20여 회의 봉사를 하면서, 조리를 해서 베푼 짜장만도 3천 그릇이 넘는다.

 

그래도 주변 분들이 많은 도움을 줍니다. 20일에는 부산에서 버스 2대로 봉사자들이 올라와 김장을 해주겠다고 하네요. 내가 베풀면 남도 나를 위해 베푸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움켜쥐고 아까워하는 것이 가장 어리석은 짓이죠. 조금 부족한 듯해도 남에게 베풀면, 그 이상의 것이 나에게 돌아옵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기도 하고요

 

20일 봉사 때문에 재료를 미리 갖다 주어야 한다고 총총히 길을 떠나는 운천스님. 스님짜장을 드신 어르신들이 인사를 하신다.

짜장스님 정말 반갑습니다. 그리고 잘 먹었습니다

처음에 이 말을 들을 때는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 그릇에 원가로 따져서 1,000원을 잡아도, 2만 그릇이면 2천 만 원이나 되는 거액이다. 그런 금액을 선뜻 후원을 하겠다니, 처음에는 얼떨떨하다.

 

46(),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약속을 했으니 가 볼 수밖에.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 23-3에 소재한 장애인 생활시설인 바다의 별’. 이곳에 스님짜장을 봉사하기로 한 날이다. 비는 내리지만 그래도 봉사를 하는 분들이, 벌써 주방에 들어가 야채를 써는 등 한창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짜장스님인 운천스님과 함께 박정운 국민은행 수원 화서동 지점장이 짜장을 볶고 있다) 

 

박정운씨 봉사하는 자리에서 밝혀

 

바다의 별에는 색다른 사람들이 찾아들었다. 평일에는 봉사를 할 수 없는 은행 직원들이 도움을 주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박정운(국민은행 화서동 지점장)씨와 함께 찾아 온 이들 10여명은,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후 바로 일을 시작한다. 누구는 밀가루 반죽을 하고, 누구는 짜장을 삶아낸다. 그런가 하면 배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늘 저희 지점 직원들이 저와 함께 봉사를 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저희들이 일을 도와야죠. 평일에는 아무리 봉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 오늘 이렇게 주말에 스님짜장 봉사를 하려고요.”

 

밖에서는 배식 준비가 한창이고(위) 주방 안에서는 스님이 면을 뽑고 있다. 모자를 쓴 이는 e수원뉴스 김우영 주간

 

박정운씨는 오래전부터 짜장스님과 친분이 있다고 한다. 그러고 어떻게 도와 줄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스님이 수원에 올라오셔서 봉사를 하실 때마다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원가 1,000원씩을 잡아 2만 그릇을 제가 후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정도로 후원을 하면 스님이 편안하게 짜장 봉사를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서죠

 

 

좋은 일을 하는데 보탬이 되고 싶어

 

주방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 국민은행 화서동 지점에서 장애인 가족들에게 나누어 줄 요구르트와 귤 등도 준비를 했다. 장애인 생활시설인 바다의 별에서 묵고 있는 70여 명의 장애인들이 식당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식판과 그릇에 스님짜장과 단무지, 요구르트와 귤 등을 받아들고 자리에 앉았다.

 

한 시간 남짓 식사시간이 끝났다. 그리고는 일반 자원봉사자들도 모두 돌아갔다. 하지만 주방에는 박정운씨를 비롯해 국민은행 봉사자들이 열심을 내고 있다. 그릇을 세척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대걸레를 들고 식당 바닥을 닦아내는 사람들도 있다. 모두가 열심히 봉사를 하고 있다.

 

식사를 마치고 난 뒤 국민은행 화서동 지점 직원들이 그릇을 세척하고 았다

 

이렇게 열심히 봉사를 하는 분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거기다가 박정운 국민은행 화서동 지점장께서 2만 그릇을 후원하시겠다고 하니, 절로 힘이 납니다. 앞으로 수원에서 스님짜장 봉사를 할 때는 아무런 걱정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마음이 있어 세상이 살 맛 난다.

 

짜장스님(남원 선원사 주지 운천스님)은 얼굴에 희색이 만연하다. 사실 스님짜장 봉사를 하면서 전국을 다니지만, 적지 않게 들어가는 경비를 감당하기가 수월치는 않다는 것. 지리산에서 캔 야생 돼지감자를 이용한 국우차판매로 봉사를 하지만, 요즈음은 그것도 전과 같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의 생활이 팍팍해졌기 때문이란다.

 

봉사를 한 국민은행 화서동 지점 직원들과 스님이 기념촬영을 했다(맨 앞 줄 좌측이 박정운 지점장) 

 

스님께서 좋은 일을 하시다가 부상까지 당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저 먼저라도 스님이 봉사를 하시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 결정을 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직원들과 함께 스님의 봉사를 도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세상은 이렇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어, 아직은 온기가 있는가 보다. 적지 않은 돈을 쾌척하겠다는 박정운씨의 마음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일에 참여하는 작은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 그것만이 짜장스님이 봉사를 하다가 부상까지 입은 것에 대한, 조그마한 보상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가끔 한 번씩은 짜장스님으로 유명한 남원 선원사 주지스님인 운천스님과 함께 봉사를 하는 현장을 따라 다니기도 했다. 3년 전부터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소외되고 불편한 이웃들을 위해 스님짜장을 만들어 봉사를 한 것이, 어느새 150여회에 7만 그릇을 넘었다고 하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우리가 아는 상식으로는 스님이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니었다. 막말로 스님이 절에서 중생들을 위해 열심히 정진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것을 과감히 박차고 중생들 틈으로 파고든 것이다. 스님짜장을 들고. 흡사 운천스님이 스님짜장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 전쟁에 나간 병사와 같다. 한 손에 커다란 주걱을 들고, 또 한 손에 국자를 들고 말이다.

 

  수원 이목동에 자리한 '바다의 별' 가족들이 스님짜장을 먹고 있다. 아래는 짜장을 볶는 운천스님

 

고향 수원을 위해 만든 스님짜장

 

짜장스님의 고향은 수원이다. 어려서부터 광교산과 팔달산을 헤집고, 수원천 물에 발을 담그고 살았다. 출가를 하고 난 뒤에는 고향이라는 것을 별로 깊게 생각지 않았다고 한다. 스님은 속세와의 인연을 끊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러나 스님짜장을 들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급식공양을 베풀다가 보니, 자꾸만 고향이 눈에 밟혔다는 것이다.

 

굳이 내 고향을 멀리해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래서 작정을 하고 고향을 위해 베풀자는 생각으로, 3일 간을 수원에서 스님짜장을 만들었다. 19일 수요일은 이목동에 있는 바다의 별에서, 110일 목요일은 서호노인복지관에서, 그리고 111일 금요일은 지동에 있는 한 골목에서 스님짜장을 만들었다.

 

 둘째날인 10일 서호노인복지관

 

피곤하지 않아요. 피곤하면 이렇게 할 수가 없죠. 제 생각엔 제가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곤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에게 늘 그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들도 제가 좋아하는 것을 가르치라고요. 하기 싫은 것 아무리 강요해도 이룰 수가 없거든요

 

그저 언제나 싱글벙글이다. 흡사 우리가 불교관련 달력 등에서 보는 동자승을 연상케 한다. 밀가루를 반죽하고, 한편에서 그것을 눌러 잘 반죽이 되게 하고, 그러다가 보면 어느새 커다란 솥에 짜장을 볶고 있다. 그것이 끝나면 면을 뽑아내고 뜨거운 물에 삶아내고, 그렇게 바쁘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 몸에 밴 듯하다. 혼자 그 많은 일을 해낸다.

 

  세째날인 11일 지동골목길이 때 아닌 조리실로 변했다. 아래는 짜장을 볶고 있는 신동호 MBC 아나운서

 

짜장스님, 방송 타셨네.”

 

111일 금요일 오전 9. 지동에 있는 동문경로당 앞 골목이 시끌벅적하다. 이날 지동 5개 경로당 어르신들을 위해 짜장스님이 이곳을 찾았다. 아침이라 그런지 날이 쌀쌀한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였다. 지동이라는 마을은 참으로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저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손을 걷고 나서기 때문이다.

 

이날 짜장스님을 돕기 위해 지동 기동순찰대 대원들이 합류를 했다. 추운 골목길이 금방 사람들도 만원이 되었다. 가스버너에 불을 붙이는 사람. 물을 길어다가 통에 붓는 사람. 골목길이 추울까봐 열풍기까지 동원하는 사람. 어르신들이 짜장을 드실 때 혹여 싱거울세라 김치와 단무지를 테이블에 올려놓는 사람. 모두가 잘 훈련된 병사들처럼 움직인다.

 

짜장급식을 하고 있는 윤건모 팔달구청장(좌)와 박찬복 지동장(우)  

 

갑자기 방송 카메라 두 대가 골목에 나타났다. MBC 간판 아나운서인 신동호 아나운서국 부장이 이곳을 취재하기 위해 카메라를 대동하고 나타난 것이다. 함께 스님짜장을 만들면서 밀가루 반죽도 하고, 짜장도 볶고 배식도 한다. 사람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거기다가 골목길 스님짜장 잔치가 벌어졌다고 하니, 염태영 수원시장, 윤건모 팔달구청장, 박찬복 지동장 등이 이곳에 합류했다.

 

지동 골목은 언제나 봄날

 

동문경로당 아래 위층이 짜장을 드시러 오신 어르신들도 꽉 찼다. 윤건모 팔달구청장과 박찬복 지동장도 지동에서는 피해갈 수 없다. 쟁반에 짜장그릇을 담아 연신 어르신들께 날라다가 드린다. 찬바람이 불고 지나가면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던 골목길이, 짜장스님으로 인해 봄날이 미리 온 듯한 모습이다.

 

스님짜장 정말로 맛있어요. 날마다 와서 해주면 정말 고맙겠구먼.”

 

염태영 수원시장도 이곳을 찾아 마을 어르신들과 짜장 한 그릇을.... 

 

두 그릇이나 드셨다고 하는 어르신의 말씀이다. 짜장 한 그릇이 주는 행복. 지동 사람들은 그 고마움을 알기 때문인가? 준비한 음식이 조금 남았는데, 그 하나까지 모두 나누어 갖는다. 텅 빈 짜장 통을 차에 싣던 운천스님.

 

누가 이 마을을 낙후되었다고 이야기를 하나요. 마음이 부자인 이 분들이 정말 부자인 것이죠. 조금 비좁고, 조금 부족하고, 조금 남들보다 돈이 없다고 낙후란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 마을 분들을 보세요. 정말 마음이 부자입니다. 참 부자는 이런 분들이죠. 작은 것 하나를 나눌 줄 아는 이분들이야 말로, 제가 다닌 많은 곳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부자들입니다

 

() 이날 녹화된 내용은 120() 오후 8시 뉴스편에 방송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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