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사람들이 무료할 때가 있다. 그러다가 주변에서 갑자기 이상한 것이라도 하나 볼작시면 그것에 재미를 들이기도 한다. 그래서 무료한 세상이 즐거워지기도 하고 말이다. 일을 마치고 피로를 풀거나 취재하고 기사 쓰느라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때는, 그저 간단하게 한 잔 하고 잠을 푹 자두는 것이 제일이다.

 

딱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그것이 조금 더 조금 더 하다가 보면. 결국엔 만취가 되는 것이 세상사. 이럴 때는 미쳐 주머니 사정을 헤아리지 못했음을 후회하기도 한다. 술을 입에 대면 ‘두주불사(斗酒不辭)’인고로, 술집 문을 나설 때쯤이면 주머니가 비어 외상을 하기도 하는 것이 주태배기들의 공통된 생활인 듯도 하다.

 

 

관할지구대 대장님 동의서가 있어야 한다고

 

그런데 아주 웃기는 집이 있다. 술집에 붙여 놓은 문구가 정말 사람을 환장하게 만든다. 외상을 하려면 서류를 갖추어서 신청을 하라는 것인데. 헉 그 문구를 보다가 그만 배를 잡고 굴러버렸다. 외상을 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자그마치 수백통이다. 그 중 가장 웃기는 대목이 ‘관할지구대 대장님 동의서’란다.

 

외상 한 번 하는데 가족관계 등록부 121통, 보증인 130명, 재산세납부증면서 10통, 등기부 등본 111통을 제출하란다. 그런데 그래도 여기까지는 참아줄만 했다. 밑으로 내려 갈 수록 점입가경이다. 건강진단서에 건축물관리대장, 관할지구대 대장님 동의서도 필요하단다. 이걸 어찌 받아갈꼬 거 참.

 

그 밑에서는 그만 숨이 넘어가는 줄 알았다. 자동차등록원부 25통이 있어야 하는데, 중형차 이상이어야 한단다. 그리고 또 하나 이장님 친필 추천서가 55통이나 있어야 한다고. 외상값보다 서류준비를 하는 비용이 훨씬 더 들어갈 듯하다.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이런 문구를 보고 외상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난 아무래도 지구대 대장님 동의서와 이장님 친필 추천서가 안 될 듯해서 포기해야겠다. 세상 살다가 보니, 참 별 일을 다 본다.

남의 집 앞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사람들은 버릇인 듯하다. 아무리 글을 써서 붙여 보아도 막무가내로 버리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어떤 생각들을 하고 세상을 사는 것일까? 우연히 길을 가다가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문구 하나. 도대체 얼마나 지겨웠으면 저런 문구를 붙여 놓았을까?

그런데 정말 지겨운 것은 그 문구 아래 흐트러져 있는 쓰레기였다. 저런 글을 써 붙일만도 하다는 생각이다. 대개 쓰레기를 버리는 곳에 보면 단계별 문구가 보인다. 그 단계별을 보면 대개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이 된다. 



1.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2. 양심을 버리겠습니까?
3. 쓰레기 무단 투기 고발조치함
4. 쓰레기 버리는 놈 잡히기만 해봐라

그 다음이 바로 위의 문구입니다.


음식을 먹으면서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사람들마다 식성이 다르다가 보니, 내 입에는 맞아도 남의 입에는 별로일 때가 있다. 그럴 땐 괜한 구설수에 오르내릴 수도 있다. 한 마이도 ‘맛이 없는 음식을 소개’했다는 것이다. 그런 연유로 음식을 잘하는 집을 가도 가급적이면 소개를 하지 않는다.

‘맛집’을 소개한다는 것은 ‘맛집블로거’들의 소관이다. 물론 가끔 정말 좋은 음식을 만나면 슬그머니 한 꼭지쯤 나도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전국을 워낙 돌아다니는 인사이다 보니, 찬찬히 앉아 음식을 음미해가면서 사진을 찍을 틈조차 없다. 그 시간에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짝으로~’ 란 정겨운 말에 낚였다

어제(8월 1일) 아침 일찍 답사를 떠났다. 전남지역을 몇 곳 찾아보리라 마음을 먹고 이른 시간부터 강행군을 한 것이다. 아침도 거르고 나간 답사길인데, 곡성과 화순을 거쳐 보성으로 들어갔다. 보상 대원사를 돌고 나니, 벌써 시간이 을 12시가 넘었다. 허기가 지는 김에 근처 식당을 찾다가 발견한 현수막의 한 문구. ‘이짝으로 ~“으로라는 정겨운 말이 쓰여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흰 고무신 두 켤레가 입구에 놓인 것이 보인다. 그것 하나만 갖고도 분위기 운운하면서 꽤 맛있는 음식을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입구에 ‘시골백반 7000원’이라고 써붙였다. 7,000원이면 적당한 가격이란 생각이다.



솔직히 처음에 이 가격을 보았을 때는 전주백반 생각을 했다. 6,000원을 받던 것을, 요즈음 들어 7,000원을 받는 곳도 있다. 우선 전주백반은 찌개가 세 그릇(된장, 계란찜, 그리고 김치)에 생선, 김, 각종 반찬 15가지 정도가 나온다. 밥도 좋지만, 국 또한 시원한 것이 나온다. 그 생각을 떠 올린 것이다.

맛없는 집도 소개를 해줘야 한다.

야외 평상에 앉았다. 옆으로는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꽤 그럴 듯한 분위기인 셈이다. 얼마를 기다리고 있으니 찬을 놓은 쟁반을 들고 온다. 그런데 반찬을 보니 이상하다. 밑반찬 몇 가지가 달랑 있을 뿐이다. 순간적으로 오이를 썰어 내온 것을 보았다. 무엇인가 이상하다. 생오이를 식당에서 내주는 경우는, 반찬이 부실할 때 한 가지라도 더 놓으려는 생각에서 많이 주기 때문이다.

"이게 반찬 다야?"
"그렇데요"
"국도 없이?"
"예"



밥을 주고 찌개가 나왔다. 이게 다라는 것이다. 국도 없다. 명색이 7,000원이나 되는 시골백반이라는 것이 국도 없고, 무엇하나 구미를 당길만한 것들이 없다. 고등어찌개를 떠서 고등어를 먹어본다. 냉동고등어인 듯하다. 정말 심하다. 어찌 이것을 아무리 뜨내기손님들이 들려간다고 해도 그렇지, 7,000원짜리라고 내놓을 수가 있을까?

반찬도 영 입맛에 맞지가 않는다. 대체로 짠편이다. 장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반찬들이다. 부침은 한번 떼먹어보더니, 아무도 막지 않는다. 참 괜히 짜증이 난다. 어떻게 이렇게 성의없이 음식을 해 줄수 있는 것인지. 계산을 하려는데 '맛있게 드셨어요? '라고 묻는다. 마음 같아서는 '당신 같으면 맛있게 먹겠소'하고 한 마디 해주고 싶다.


거기다가 음악은 왜 그리도 정신없이 틀어대는 것인지. 정신이 빠질 지경이다. 맛은 둘째치고라도, 그 가격이라면 좀 더 신경을 써서 반찬을 준비해 밥을 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다만 한 가지라도 맛깔스런 특별한 것을 해주어야 하거늘. 국도 없는 맨밥. 물을 말아먹었지만, 기분은 많이 언짢아졌다. 함께 밥을 먹은 사람들도 다들 한 마디한다. 내가 우겨 데리고 들어갔으니, 정말로 얼굴이 화끈거려 견딜 수가 없다.  

완전히 ‘이짝으로 ~ ’에 낚여버린 것이다. ‘이짝으로~’ 좋아하지 마라. 자칫 ‘내 짝’ 날 테니.
(주) 그래도 이 집의 밥은 맛있었다는.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손님들이 더 많이 찾는 집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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