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주변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대화에 있어서 사람들은 서로가 자기의 입장만을 고수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으므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참 어려운 문제이다

 

작가 김명아가 사람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612일까지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 82-6 대한공간 눈에서 전시회를 갖는 김명아 작가는 청각장애자이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 조소과를 마쳤다. 2008년까지 한국청각장애인복지회 청음회관에서 청각장애 아동들을 위한 미술프로그램 제작 및 수업진행을 맡아했다. 2011년부터는 삼성장애아동 지원센터에서 미술심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청각장애자로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

 

작가 김명아는 청각장애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인간관계에서 누구와 언제 인연을 맺느냐에 따라서 각각 기대하고 기대 받는 것들이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른 것인지를 규정짓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문제였다는 것.

 

또래들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시기인 10대 때에는 친구들과의 대화에 참여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교우관계에 어려움이 많아 자괴감도 들기도 했습니다. 암흑기라고 할 수 있는 10대와 20대를 지나 인터넷과 메신저의 발달로 의사소통에 제약 없이 자유롭게 친구들, , 후배들과 함께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감을 가진 것이죠.”

 

 

30대가 되어 결혼을 한 후에는 또 다른 관계가 생겼다고 한다, 새로운 가족들 사이에서 자신이 해야 하는 역할과 관계, 1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러한 고민은 나이가 들어 갈수록 상황이 달라지고 그 속에서 맺는 인간관계의 양상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새롭게 형성되어 가는 경험을 쌓기도 했다는 것이다.

 

작가 김명아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일어나는 여러 생활과, 그로 인해 일어나는 감정의 형태와 서로간의 교감에 대해 다양한 드로잉을 했다. 전시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김명아 작가의 작품들은 그런 인간관계와 교감을 표현하고 있다.

 

 

작품 속에서도 인간관계를 중시해

 

작품 중에는 마주보는 사람이 서로를 조종하는 박스작업이 사람들의 인간관계에서 바라는 욕망에 가장 근접한 형태의 표현이라고 한다. 우레탄 실로 나무 박스에 가려진 두 사람을 서로 잇고 있는데, 이 우레탄 실은 인형극에서 배우가 인형을 조종하는 상자 같기도 하고 신경세포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무 박스로 사람을 가린 것은 상대방에 나무 박스 안에 숨겨진 자신과 조종하고 싶은 상대방을 자유롭게 상상하기 위한 것이란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청각장애 아이들을 비롯해 인간관계에 지친 사람들이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기를 바란다고 한다.

 

 

2013년까지 많은 전시회를 통해 사람들과 만난 작가 김명아는 2008우리 안의 신화’(토탈미술관), 2009구구절전’(홍익대학교 문헌관), ‘자네 미술전시는 보고 사는가?’(서울대학교 문화관), 2010서울조각회 30주년 기념전’(공평아트센터), 2011윤리적 일상 2011’(서울대학교 관악사), 2012조각, 무엇을 생각하는가?’(조선일보 미술관), 2013조각 광복에서 오늘까지’(독립기념관) 등 많은 전시회를 가졌다.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 82-6에 소재한 갤러리 대안공간 눈’. 이곳에서는 두 사람의 화가가 전시를 열고 있다. 1 전시실에서는 김주희의 추억, 그 기억의 잔상전이, 그리고 제2전시실에서는 김명아의 사람 + 사람전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지난 달 30일부터 612일까지이다.

 

김주희는 벌써 6회째 개인전을 갖는다.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를 마쳤다. 2012년 갤러리 Avenue 강남 초대전을 시작으로, 2012년 서울시립미술관 신진 작가전, 20133회 개인전을 모아래갤러리에서 어디든, 무엇이든지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가졌다.

 

 

4회 개인전은 2013년 그림손 갤러리에서 기억의 오버랩으로, 5회 개인전은 스칼라티움 아트스페이스 추억, 그 기억의 잔상으로 가졌다. 그리고 이번에 대안공간 눈의 전시실에서 여섯 번째 개인전을 갖게 된 것이다.

 

화려한 색채에 눈길 머물러

 

전시실 안 벽을 채운 그림들은 화려한 색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중첩이 된 색감들은 눈을 부시게도 하지만, 그 안에서 찾아보는 본래의 그름은 살며시 담장 뒤에 몰래 숨어있는 새색시만 같다.

 

나는 이미지 오버래핑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한 가지 물건이나 장소, 시간 속에 이미지를 레이어 중첩하여 색다른 모습으로 그려낸다. 이러한 중첩은 묘한 형태적 흔들림과 같은 일루전을 만들며 몽환적 분위기를 선사한다. 중첩된 이미지는 단순 혼합의 문화현상을 보여주는 외피적 혼성개념으로 읽혀진다.”

 

작가 김주희는 작가와의 대화에서 이렇게 자신의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특별한 내용이나 의미가 읽혀지기 보다는 단순히 각각 다른 이미지의 버무림을 통해 새로운 시각적 결과가 우선적으로 다가온다는 것. 따라서 이 단계에서 재현은 긍정이나 부정의 시비를 떠나 매력적인 혼성시각의 결과로 이미지의 혼합이 강조된다는 것이다.

 

중첩된 그림 속에서 추억을 찾다

 

전시실에 걸린 그림들은 천안문, 대한문, 숭례문 등과 화성의 화서문과 서북공심돈 등 다양한 색채를 중첩으로 그려 낸 작품들이다. 얼핏 보아서는 잘 알 수 없는 그림 속에서 그 본질을 찾아보기란 그리 어렵지는 않다. 단청색을 연상하듯 울긋불긋한 그림들 속에서 작가는 그 그림들이 추억과 연관이 된다고 한다.

 

 

수원 화성은 내가 추석 때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 온 추억의 장소이다. 그 전부터 수원 화성 야경을 보면서 꼭 그림으로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대안공간 눈에서 전시가 잡힌 후 새로 시작한 신작이다. 여러 장의 사진을 겹쳐서 이어지는 파노라마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보름달 달빛 아래 수원의 아름답고 긴 화성의 야경을 따듯하면서도 화려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을 적고 있다.

 

작가 김주희는 사랑하는 것이 생기면 어김없이 카메라에 담는다고 한다. 여러 번 담아 내 그 장면을 기억하고 또 기억해 낸다고. 그림을 그릴 때도 마찬가지로 겹치고 겹쳐 그 이미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추억의 이미지가 더 선명해 진다고 한다. 그렇게라도 그 소중했던 순간을 잊지 않고, 여러번 간직하고 싶어서이기 때문이란다.

 

 

전시명 추억, 그 기억의 잔상은 결국 이렇게 중첩된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도록 여러번 카메라에 담아내고, 그것을 반복적으로 그림을 그려가면서 생긴 잔상이 아닐까 한다. 612일까지 대안공간 눈에서 열리고 있는 김주희의 여섯 번째 개인전을 둘러보기를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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