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즐겁다고 하면, 그 즐거움을 누군가 선물을 해야만 한다. 춤과 소리의 재능으로, 혹은 글과 말의 재주로 말이다. 그런 즐거움을 주는 무대가 마련되었다. ‘생태교통 수원2013’ 평생학습축제에 일환으로 마련된, ‘44(四人四色) 인문학 콘서트 호호화락(好好和樂)’의 무대가 바로 그것이다.

 

행궁 광장에 설치된 특설무대에 올려 진 호호화락은, 사단법인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의 주관으로 이루어진 무대였다. 시인들의 시낭송, 재담, 구연동화와 재인청 춤으로 이어진 무대였다. 사람과 사람의 화합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확인하고, 그 위대함을 실현하고자 한다는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의 취지에 맞춘 무대였다.

 

 

난장을 이끌지 못했던 무대

 

44색이라는 뜻에 맞게 네 가지의 서로 다른 장르의 문화가 무대에 올려 진 호호화락. 첫 번째 단락은 시낭송이었다. 그러나 비가 그친 후 따가운 햇볕으로 인해 오랜 시간 객석에 않아있기도 힘든 터에, 지루한 시낭송과 관람객들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시(英詩)낭독으로 인해 그나마 앉아있던 관람객들까지도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두 번째 무대는 배수옥 일행이 보여준 재담이었다. ()경서도 창악회 경기도지회장 배수옥 일행이 무대에 올린 서울시 지정 무형문화재 제38호 재담소리 장대장네 재담굿, 우리의 전통 개그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꽹과리와 장고, , 태평소 등의 악기가 풍장을 울리면서, 시낭송으로 조용했던 무대가 왁자해졌다.

 

 

재담소리란 서울과 경기 지역의 대표적인 연희예술이다. 단순한 재담이 아니라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익살과 해학으로 풀어가면서 소리와 연기로 관객과 호흡하는 민속극의 한 장르이다. 재담이란 단순한 말을 주고받는 만담과는 다르다. 한 마디로 재담이란 재주가 섞인 말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가 있다.

 

914() 행궁광장에는 한편에는 평생학습축제를 위한 각종 부스들이 자리를 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주민자치박람회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비가 그치고 난 뒤 생태교통 현장을 찾은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다니고 있었지만, 그들을 무대 앞 객석으로 이끌어 들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재담으로 인해 모여들었던 관객들은 동화구연이 시작되자 또 다시 자리를 떠나는 모습들이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난장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두기에는 조금은 역부족이었던 무대구성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조용한 공간에서 했더라면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한 구성이었지만, 난장에서는 역시 무리였다.

 

재인청 춤으로 마무리를 한 무대

 

윤영옥 등이 출연해 들려준 동화구연은, 권선동의 유래와 팔달산 유래 등을 동화구연으로 들려주었다. 그리고 이어서 고성주와 문하생들이 출연한 재인청 춤이 추어졌다. 재인청교방무의 화려한 춤에 이어 고성주의 한량무가 호호화락의 대미를 장식했다.

 

 

고성주는 어릴 때부터 재인청의 고 운학 이동안 선생에게서 많은 재인청 춤을 직접 사사받은 장본인이다. 18세에 신내림을 받은 후 무업(巫業)을 하면서도, 꾸준히 재인청 춤을 가르치고 추어왔다. 집에는 재인청 춤을 전승시키기 위해 무용실까지 마련하여,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는 운학 이동안 재인청 춤의 춤꾼이다.

 

비록 생태교통과 평생학습축제, 주민박람회장에 모은 사람들을 무대 앞 객석으로 가득 채우지는 못했지만, 나름 의미 있는 무대였다. 1시간 30분 가까이 진행된 이날 44색 인문학 콘서트 호호화락은 또 다른 무대예술의 다양함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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