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간절곶과 호미곶을 가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동쪽 해안에 있는 간절곶. 곶이란 내륙이 바다 쪽으로 돌출된 부분을 말한다. 간절곶이 유명한 것은 새천년을 맞는 2000년 1월 1일 동북아 대륙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해가 뜬 시간은 오전 7시 31분 17초였다.
부산 광안리를 떠나 해운대를 거쳐 기장을 지나고, 31번 국도를 이용해 도착한 간절곶. 시간은 이미 점심을 지나고 있었다. 정자를 찾아 떠난 길에 정자는 찾지 못하고 대신 간절곶의 등대가 반기는 듯하다. 간절곶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은 바로 등대다. 등대야 어느 곳이나 있겠지만 그래도 저 등대 자리에서 새천년의 해를 제일 먼저 보았다니,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
소망우체통에 편지를 쓰다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두기를 좋아하는 우리네로서는 아마 그만한 의미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등대 앞 길 건너 바다 쪽에는 커다란 우체통이 하나 서 있다. 간절곶 소망우체통이란다. 높이가 5m에 무게가 7톤이나 되는 거대한 것이다. 뒷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에 엽서가 준비되어 있어, 그 자리에서 엽서를 써서 우체통 안에 넣으면 매일 오후 1시에 걷어간단다.
물론 토요일과 일요일 휴일에는 거두지를 않지만. 우체통 안을 들여다보니 한 남자가 여자의 허리를 감싸 안고 무엇인가 열심히 쓰고 있다. 참 좋을 때다. 부럽다. 우리는 자랄 때 저렇게 해보지를 못했으니 더욱 부럽다.
바닷가 쪽으로는 소망을 담은 돌무지가 몇 개 서 있고, 옆으로는 조각상들이 보인다. 바다를 향해 팔을 힘차게 내뻗은 남정네며, 새천년의 비상이라고 음각한 비도 보인다. 그 옆 한편에는 남녀가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대느라 부산하다. 그런데 그 앞에 두 딸을 데리고 서 있는 어머니의 상이 있다.
설명을 보니 박제상의 처란다. 예전 글을 쓸 때 자주 이름을 올리던 박제상의 처라니. 그럼 여기서 치술령이 얼마나 떨어져 있다는 말인가. 신라의 재상인 박제상은 충신이었다. 신라 눌지왕(재위 417~458)의 두 동생은 고구려와 왜국에 볼모로 잡혀갔는데 박제상이 먼저 고구려에 가서 눌지왕의 동생인 복호를 구해냈다.
그 뒤 왜국으로 간 박제상은 미사흔도 구출해 내어 신라로 보냈지만, 정작 자신은 탈출을 하지 못했다. 이 사실을 안 왜국의 왕은 박제상에게 신하가 될 것을 강요했지만 박제상은 끝내 거절을 하여 불에 태워 죽임을 당했다. 왜국으로 떠난 후 박제상의 처는 두 딸을 데리고 날마다 치술령 위에 올라 남편을 기다리다가, 결국은 그 자리에 망부석이 되고 말았단다. 그 뒤 박제상의 처는 치술령의 신모(神母)가 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치술령의 산신이 되었다는 설화다.
호랑이 꼬리 호미곶에 도착하다
간절곶을 돌아보는 사이에 날이 심상치가 않다. 금방이라도 비가 뿌릴 것만 같은데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그래도 어찌하랴 만행을 떠난 길이니 여정을 재촉하는 수밖에. 절집은 이미 세 곳을 다녔으니, 정자 하나라도 찾아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포항으로 올라와 처음 만난 곳이 바로 호랑이 꼬리라는 호미곶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호미곶은 호랑이의 꼬리라 하여, 한반도의 정기가 서려있는 곳이다.
조선 명종 때 풍수지리학자인 남사고선생은 『산수비경(山水秘境)』에서 한반도는 백두산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형상으로, 백두산은 호랑이 코이며, 호미곶(虎尾串)은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고 기술하면서 천하의 명당이라 하였다. 영일만의 끝부분(포항에서 38㎞)인 호미곶 앞바다는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해역으로 각종 물고기의 회유지이다.
간절곶을 떠나면서 빗방울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호미곶에 도착하니 제법 빗방울이 거세졌다. 바람까지 불어 사진을 촬영하기도 힘들다. 포항시 대보면 대보리 호미곶도 2004년에 가장 먼저 해가 뜬 곳으로 기록이 되고 있다. 호미곶 광장에는 기념조형물(상생의 손), 성화대, 영원의 불씨함, 채화기 (천년의 눈동자), 캐릭터상품특판장, 공연장, 주차장, 관리소 등이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한편에는 2004년 1월 1일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 것을 기념하기 위해 2만 명분의 떡국을 끓이려고 준비한 거대한 가마솥이 있다.
이왕 왔으니 사진 몇 장이라도 건져야 하지 않겠는가. 만행에 동행을 한 스님은 비가 오니 아예 차에서 내릴 생각도 안한다. 혼자 우산 하나를 받쳐 들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사진을 찍어대지만, 비가 계속 내리고 바람까지 불어 사진을 찍기가 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겨우 사진 몇 장을 담아낸다. 호랑이 꼬리라는 호미곶. 참으로 오랜만에 들려본 곳이다. 그동안 많이도 변했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고 서로 내세우는 간절곶과 호미곶. 오늘 여정은 아무래도 이곳에서 접어야만 할 것 같다. 비가 오는 날 정해진 일정을 취소할 때마다 늘 마음만 바쁘다. 정작 바닷가에 정자는 아직 한 곳도 찾아보지를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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