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체구에 비스듬히 장고를 어깨에 걸치고 가락을 치면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한 여인. 풍물패 속에 끼어 든 이 작은 체구의 여인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지나는 행인이 안고 있는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덩실거리는 이 여인은 춤이면 춤, 장고와 꽹과리 등 만능 제주꾼이다.

 

김현주씨는 어려서부터 춤을 배웠다고 한다. 그런데 중간에 춤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춤을 배웠어요.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추다가 춤을 중단했는데 지금은 다시 배우고 있죠. 결혼을 하고나서 고색동으로 이사를 왔는데 사물을 가르친다는 거예요. 그래서 처음으로 시작을 했죠. 아줌마들이 모여서 1년 만에 정월 대보름에 여는 고색동 줄다리기에 나가서 호남우도 농악으로 마당놀이를 했어요. 그런대 고색동에서 저희들을 보고 ‘고색농악’에 들어오라는 거예요. 그때부터 고색농악대로 많은 행사에 동참하게 된 것이죠.”

 

2001년 5월부터 고색동에 있는 새마을금고에서 연습을 하던 농악팀은 지금은 노인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그런 김현주씨를 지신밟기 연희가 한창인 마당굿패 삶터의 풍물판에서 만났다. 작은 여인이 풍물패 안에서 유독 눈에 띤 것은 남들과는 달리 몸에 밴 신명 때문이다. 벌써 몇 년 전부터 이곳 풍물패에서 장고를 맡고 있다는 김현주씨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흥이 난다.

 

김현주씨가 몸담아 있는 고색농악단은 일 년에 담당하는 행사만 해도 적지 않다. 정월 대보름에는 근동 사람들이 다 모여드는 줄다리기를 하고, 5월에는 어버이날 행사에서 판굿을 벌인다. 그런가하면 매년 10월에 열리는 고색동 도당굿에서 한마당 질펀하게 놀기도 한다. 풍물이 있는 곳에는 김현주씨를 만날 수 있다. 그만큼 풍물에 깊이 빠져있는 사람이다.

 

 

“처음에 사물놀이반에 들어갔는데 저는 장구를 치고 싶었어요. 그런데 장구는 이미 사람들이 다 차고 쇠잽이 자리가 비어 있는 거예요. 그래서 꽹과리를 맡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게 더 잘된 일인 듯해요. 제 적성에도 딱 맞고요.”

 

그런 연유로 자신이 좋아하는 장고와 함께 쇠까지 칠 수 있는 기능을 익혔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쇠면 쇠, 장고면 장고 닥치는 대로 연주를 감당해 낼 수 있는 실력을 쌓았다. 거기다가 어려서부터 익힌 춤으로 기본기를 닦아 놓았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어디성나 필요로 하는 재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저 분은 몸에 춤태가 배어있네요. 아마 그냥 풍물만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장고를 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멋진 동작이 저렇게 나오는 것을 보니 우리 것에 대해 남다른 소질이 있는 것 같아요.”

 

지나던 행인 한 사람이 장고를 치면서 덩실거리며 춤을 추던 김현주씨를 보고 하는 말이다. 몸에 밴 흥이 길 가던 행인조차 발길을 멈추게 했다. 그만큼 본인 스스로가 흥에 겨웠다는 것이다. 3월 1일 고색동 줄다리기가 펼쳐진다. 그곳에 가면 김현주씨의 흥겨운 가락과 함께 멋들어진 춤도 만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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