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해 북을 치다보면 스트레스 제로예요
지하 연습실을 꽉 메운 사람들이 몸을 추적이며 북을 두드린다. 곁에서 보고 있는 사람도 괜히 어깨 짓이 나는 신나는 장단이다. 북을 두드리다가 제 흥에 겨워 소리를 치기도 한다. 난타는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모두 흥이 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3일 오후 송죽동 주민센터 지하연습실인 문화사랑방.
좁은 연습실 안은 열기로 가득하다. 이런 정도의 인원이 들어가기에는 비좁은 듯한 넓이이다. 그곳에서 15명 정도의 인원이 서로 북을 칠 때마다 북채가 닿아서 운신의 폭이 마땅치도 않다. 하지만 북을 두드리는 회원들은 무엇이 그리도 신바람이 나는지 열심이다. 난타가 주는 특별한 매력이 바로 이런 점인가보다.
이제 3년이 채 안된 난타 팀, 봉사는 일등
우리나라 사람들은 춤추고, 소리하고, 두드리는 것에는 이골이 났다. 언제 어디서나 북을 치던지 노랫소리가 들리면 몸이 절로 움직인다. 그만큼 악가무희(樂歌舞戱)는 우리 민족과는 땔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고구려의 동맹, 부여의 영고, 예의 무천 등이 모두 악가무희의 종합적인 판놀음이었다.
난타를 즐기는 사람들은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몸으로 표현을 한다. 음악소리를 들으면서 장단을 치고 몸을 움직여 흥을 더한다. 그것을 합치면 그야말로 하나의 퍼포먼스 동작이 된다. 하기에 난타는 악가무희의 종합적인 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신바람 나게 북을 두드리다 보면 스트레스는 저만큼 날아가 버린다.
“저는 젊을 때부터 난타가 하고 싶었어요. 퇴직을 하고 난 후 바로 난타를 시작했죠. 다행히 송죽동에 난타 강습회가 있다고 해서 바로 시작을 했어요. 이렇게 직접 난타를 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않았죠.”
송죽동 난타 강습의 유일한 남자인 박경빈(남, 64세)씨는 난타의 회장을 맡고 있다. 전에는 부부가 함께 난타 연습을 했는데, 부인은 딴 것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이 많은 분들이 역할을 해 주잖아요”라고 농담을 할 정도로 분위기에 푹 젖어있는 모습이다.
모든 회원들 친목으로 우의 다져
“저희 난타 회원들은 정말 우의들이 좋아요. 제가 몇 곳을 다니면서 가르치고 있지만 송죽동처럼 가족 같은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어요. 이곳 회원들은 한 명도 빠져나가려고 하지를 않아요. 장소가 비좁아 15명으로 인원이 제한되어 있는데, 하고 싶다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만두는 분들이 없어서 들어오지를 못해요”
난타 지도강사인 김연주씨는 송죽동 난타 회원들은 들쑥날쑥 거리지를 않는다고 한다. 그 말을 받아 정인숙 회원은 “저도 지난 1월에 몸이 아파 그만둘까 생각을 했는데, 그만두면 다시 들어올 수도 없고 난타를 하지 못하면 더 큰 병이 될 것 같아 계속하고 있어요. 그래서인가 몸도 많이 좋아졌고요”라고 한다.
송죽동 난타 회원들은 일 년에 10회 정도의 봉사를 한단다. 보훈원과 모후원 등에 봉사를 다니고, 지난해는 10월 8일 SK아트리움에서 열린 ‘사람중심 더 큰 수원’ 비전 선포식에 식전행사로 초청을 받아 공연을 하기도 했다.
많은 행사에 따르지 못하고 있는 악기상태
“지난 해 비전선포식 때는 근처에 숙박업소를 잡아 밤새 혼자 연습을 헸어요. 행사를 해야 하는데 개인적인 일로 연습을 하지 못했거든요. 틀리면 망신을 당할까봐 혼자 연습을 한 것이죠.”
밤새 숙소를 잡아 연습을 했다는 박경빈 회장의 말대로, 이들은 문화강좌 수강생이라기보다는 준 프로에 가까운 마음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사용하고 공연을 한다는 난타 북을 들여다보니 그만 어이가 없다. 북을 치는 가죽은 제 가죽이 아니고, 거의 소리를 먹어버린 낡은 상태다. 이런 북을 갖고 공연을 했다고 하니,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다.
“저는 난타를 하고나서 정말 달라졌어요. 몸도 건강해지고 생활을 할 때는 신이나요. 그 전에는 이렇게 신이나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딴 곳 북들을 보면 부럽기도 해요.”
이명화(여, 50세)씨는 어떻게 남들처럼 좋은 북이나 모듬북이 있으면 더 열심히 봉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아무리 열심히 북을 쳐도 제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 연세가 71이 넘었다고 하는 오선자씨. 이제 배운지 1년이 지났지만, 난타를 시작하고 나서 지난해보다 젊어졌다고 한다. 믿기 어렵다고 하자, 회원들이 모두 산 증인이라며 웃는다. 남을 위하고 나의 스트레스를 풀어 즐겁다는 송죽동 난타회원들. 이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신바람 나게 봉사를 할 수 있는 소리 좋은 북을 갖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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