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간이란 절에서 커다란 행사를 할 때 내거는 깃발을 말한다. 대개는 절 입구에 당간을 내 걸게 되며, 이 당간을 거는 지주 대를 당간지주라고 한다. 당간을 세우는데 필요한 버팀기둥인 당간지주는, 돌을 양편에 세우고 위아래에 구멍을 뚫어 깃대를 받쳐주는 빗장을 끼워 당간을 고정시킨다.

 

과거 전국의 있는 절집을 찾아가면 이 당간을 만날 수가 있다. 당간은 대개 나무나 돌로 만들어 세우는데, 어느 곳에는 철로 만든 당간이 있는 곳도 있다. 국보 제41호 용두사지 철당간은 당간지주를 세우고, 깃대를 세우는 당간을 철로 만들었다.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에 자리한 용두사지는 고려 광종 13년인 962에 창건되었으나, 고려 말의 잦은 전쟁과 난으로 인해 폐허가 된 절이다.

 

부석사 입구에 선 당간지주

 

지금은 국보로 지정된 철당간 하나가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다. 라지만 이 철당간의 위용으로 보아 당시 용두사가 어떠한 절이었는가를 가늠할 수 있다. 경북 영주시 부석면 북지리 117에 소재한 부석사. 많은 국보와 보물이 있는 부석사 입구에 서 있는 이 당간지주는 보물 제255호로 지정이 되어있다.

 

 

부석사 입구에 1m 간격을 두고 마주 서 있는 이 당간지주는, 마주보는 안쪽 옆면과 바깥면에는 아무런 장식이 없다. 양쪽의 모서리의 모를 둥글게 다듬었으며, 기둥 윗부분은 원을 2겹으로 경사지게 조각하였다. 옆면에는 3줄의 세로줄이 새겨져 있기도 하다. 기둥머리에는 깃대를 단단하게 고정시키기 위한 네모 모양의 홈이 파여 있다.

 

기둥 사이에는 한 돌로 된 정사각형의 받침 위에 원형을 돌출시켜, 깃대를 세우기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이 주변에는 연꽃을 장식하고, 윗면 중앙에는 구멍을 뚫어 당간의 밑면을 받치고 있다.

 

 

통일신라 전기에 세운 당간지주

 

천년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부석사의 입구에 서서, 부석사를 드나드는 많은 인간들을 비켜보았을 당간지주. 높이 2.28m의 부석사 당간지주는 양 기둥의 꼭대기에 내면 상단에서 외면으로 내려오면서, 호선을 그리며 외부로 꺾어졌다. 이 호선은 1단의 굴곡을 두었을 뿐, 별다른 장식이 없이 밋밋하다.

 

이 굴곡부에서 당간지주 사이에는 아름다운 연꽃을 조각한, 원형의 간대석이 놓여 있다. 앞뒷면이 중앙에 종선문이 내려오고, 정상부에는 2단의 아름다운 원호가 경사진 형태로 조각이 되었다. 측면에도 3조의 종선문이 있다.

 

 

부석사 당간지주는 대체로 꾸밈을 두지 않아 소박한 느낌을 주는 당간지주이다. 또한 가늘고 길면서도 아래위에 다소 두께 차이가 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안정감을 주며, 간결하고 단아한 각 부분의 조각으로 보아 통일신라 전기의 작품으로 추정한다. 그 오랜 시간을 풍화에 노출이 되어있었으면서도, 아직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부석사의 당간지주를 만나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이 절집을 드나들던 수많은 사람들이, 이 당간지주 앞에 서서 합장을 하고 얼마나 많은 서원들을 했을까? 그리고 그 서원들이 모여, 이 당간지주가 천년을 넘기면서도 이렇게 당당하게 서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다. 아마도 앞으로 또 천년, 부석사의 당간지주는 그렇게 손들을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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