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안택굿 보존회 궁전에서 안택굿판 열어 

 

이것이 진정한 굿판이죠. 저도 나름대로 여기저기 다니면서 꽤 많은 굿을 보았지만, 이렇게 대단한 굿은 처음입니다. 진정한 열린축제의 본 모습을 오늘 보았습니다. 굿이 이렇게 흥겹고 놀이가 가득한 판굿이라는 것을 이제 알겠네요. 정말 대단한 굿입니다. 그동안 제가 본 굿은 굿도 아니네요.”

 

23일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8시간 동안 이어진 ‘2015 경기안택굿 한마당이 수원시 팔달구 남수동에 소재한 한정식 전문점인 궁전에서 열렸다. 방마다 가득 메운 사람들은 음식을 나누며 대청과 마당에서 이어지는 굿판으로 눈길을 돌린다. 굿거리가 이어질 때마다 여기저기서 좋다’, ‘잘한다라는 추임새가 이어진다.

 

경기안택굿보존회(회장 고성주) 회원들이 벌인 안택굿 한마당은, 이른 시간부터 회원들의 상차림으로 시작되었다. 상차림을 마치고 오후 3시 경이 되자 사람들이 굿판으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오래지 않아 방마다 사람들이 들이차고, 자리가 없어 툇마루에 앉은 사람들은 굿 구경에 정신이 팔렸다.

 

 

 

 

굿거리 이어질 때마다 흥이 오르는 사람들

 

안택굿은 가내의 안과태평을 기원하는 굿이다. 경기도 남부 지역의 독특한 사설과 춤사위, 음악 등으로 이어지는 안택굿은, 대문 앞에서 지신밟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대문 앞 부정을 가시고 나서 대청에 마련된 고사상 앞에서, 궁전의 여주인과 함께 비손으로 고사 축원을 한다.

 

한정식 전문점 궁전은 전통적인 한옥집이다. 자 형으로 된 한옥인 궁전은 대문을 사이에 두고 광채와 사랑채가 양편으로 붙어 있다. 안채는 자형으로 부엌과 안방, 대청, 건넌방이 마련되어 있다. 가운에 마당을 두고 있는 한옥이기 때문에 안택굿을 하기에는 제격인 집 구조를 갖고 있다.

 

안택굿은 앉은부정부터 본향 산거리, 상산거리, 안당제석, 호구부인거리, 대신거리, 대감거리, 조상거리로 이어졌다. 사람들은 굿이 이어질수록 점점 흥이 오른다. 중간 중간 춤까지 곁들인 안택굿 한마당이 성주거리를 시작할 때는 이미 밤 8시를 넘기고 있었다. 굿판은 항상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오후 8시까지 굿을 한다고 했지만, 굿이 이어지는 바람에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안택굿의 백미 성주굿

 

성주굿은 안택굿의 백미로 꼽힌다. 성주신은 집안에서 가장 으뜸인 신격으로 집안의 가장(대주)37, 47세 등 7이라는 숫자가 들어갈 때 성주맞이를 한다. 대청에는 고성주 회장과 여무 정연정이 마주 앉았다. 성주를 받기 위함이다. 성주굿에서는 먼저 참나무가지에 한지를 감아 성주를 받는다. 성주가 내리면 성주신의 신표인 대성주를 좌정시킬 장소를 고른다. 성주신은 대개 대들보나 대주가 묵는 안방 문틀 위에 자리한다.

 

고성주 회장이 축원을 하자 성주대가 쌀말위로 뛰기 시작하더니 곧 바로 바깥으로 뛰어나간다. 골목을 벗어난 성주대는 수원천 가까이 가서야 발을 멈춘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쫒아가 겨우 달래고 나서야 다시 대청으로 들어와 자릴 잡는다. 한 마디로 성주신을 제대로 섬기지 않아 화가 났다는 것이다.

 

 

 

 

 

지경다지기로 안택굿 절정에 올라

 

성주대를 들고 축원하던 고성주 회장이 대주에게 성주대를 넘겨주고 난 후, 대청에 길게 늘인 소창을 사람들이 붙들고 선다. 성주를 모셨으니 지경을 닺는다는 것이다. 선창에 맞추어 후창을 받으면서 사람들이 덩실덩실 춤춘다. 줄에 매달린 사람들은 춤을 추면서 점점 흥이 오른다.

 

그냥 보기만 해도 흥겨운 지경다지기를 하는데 막걸리까지 한 잔씩 따라준다. 나중에는 모두가 춤을 추기 시작한다. 굿이란 공유하는 것이다. 굿판에 모인 사람들은 누구나 함께 복을 빌어주고 복을 받아간다고 한다. 그런 복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로 성주굿이다. 대청에 느렸던 소창을 한 팔 길이로 끊어준다. 이 소창을 집에 걸어놓으면 복을 불러들인다는 속설이 있다.

 

 

 

 

 

 

성주굿이 끝날 무렵 사람들은 온통 춤판을 벌였다. 자연히 다음 거리인 창부거리가 시작되었다. 창부는 예능의 신격이다. 소리 잘하고 춤을 잘 춘다. 창부거리로 넘어가면서 굿판은 최절정에 이른다. 우리 굿은 한을 흥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굿판에서 하나가 되어 공동체의 힘을 만들어낸다. 일제가 우리 굿을 미신이라고 폄하한 원인이기도 하다.

 

11시까지 질펀하게 벌어진 안택굿 한마당. 굿은 끝났지만 사람들은 굿판을 떠나질 않는다. 굿판의 여운이 가시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안택굿의 매력이다. 이날 안택굿판에 들린 경기도의회 이승철 의원과, 수원시의회 한원찬 의원은, 지역적 특성이 있는 무형의 자산인 안택굿이 끊어지지 않도록 전승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