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찬의궤>에 실린 ‘몽금척(夢金尺)’을 아시나요?
<원행을묘정리의궤>는 정조 19년인 1795년에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홍씨와 아버지 사도세자의 회갑을 맞이하여, 화성과 현릉원에 다녀와서 만든 의궤이다. 정조는 이 해 윤2월 9일부터 16일까지 8일 동안 화성과 부친 사도세자의 묘인 현릉원을 참배한다.
당시 정조는 노량진 앞 한강에 배들을 잇대어 다리를 놓은 주교를 설치하고 100리 길을 행행하여 화성행궁에서 8일 동안 잔치를 벌였다. 정조는 8일간의 축제에서 진찬 외에도 문무과방방(文武科放榜), 행성조(行城操), 어사(御射), 사미(賜米), 양로연(養老宴) 등 부속 행사를 다채롭게 펼쳤다.
화성박물관 ‘헤경궁 홍씨와 풍산 홍씨’전을 보다
26일부터 팔달구 창룡대로 21에 소재한 수원화성박물관에서는 ‘혜경궁 홍씨와 풍산 홍씨’전이 열리고 있다. 기획전인 이 전시는 정조가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수원 화성으로 행행하여 회갑잔치를 베푼 지 220년이 되는 해에 열린 뜻 깊은 전시이다. 아버지인 사도세자와 동갑내기인 혜경궁 홍씨는 10살에 입궁하여 81세까지 궁에서 살다간 ‘철의 여인’이기도 하다.
6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행행한 화성행차는 조선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왕행차였다. 또한 도성을 벗어난 최초이자 최후의 왕실잔치인 혜경궁 홍씨 회갑잔치가 화성행궁 봉수당에서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그 진찬연에서 춘 춤이 바로 몽금척과 포구락 등이며, 봉수당진찬도에 세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전시실에는 100여점 가까운 보물급 문화재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수원화성박물관이 혜경궁 홍씨와 조선을 대표하는 명문대가 풍산 홍씨의 관련 유물을 한 곳에 모아 이번 전시를 마련하였다. 전시목록은 풍산 홍씨 후손,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한연구원, 한국방송공사(KBS) 등 20여개 기관에서 다양한 유물과 자료를 제공하였다.
의궤 속 춤들은 어떤 춤인가?
정조는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화성 행궁 봉수당에서 열었다. 진찬연에는 화려한 치장을 한 무희들이 춤을 추고 있는데, 이 춤이 바로 궁중 정재인 ‘몽금척(夢金尺)’과 ‘포구락(抛毬樂)’ 등이다. 몽금척은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정재(呈才)로 일명 ‘금척’이라고도 한다. 정도전이 태조의 공덕을 칭송하기 위해 만든 악장인 ‘몽금척’을 춤으로 꾸민 것이다.
이 의궤에서 보이는 금척은 <악학궤범>에 소개가 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금척이 조선 후기에 와서 다시 ‘몽금척’이라고 환원되었으며, 화려한 의물들이 배제되었다. 악학궤범에 실린 금척은 죽간자 2인, 족자, 금척, 황개 각 1인과 춤 12인 등 총 17명으로 구성되고, 따로 인인장, 정절 등 의물을 든 20명이 거들고 있다.
<봉수당진찬도>에는 몽금척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고려 때부터 전해진 정재인 ‘포구락’등 여러 춤이 보인다. 당시에 함께 춤을 춘 것인지 그림을 그리는 화공이 여러 춤을 합해 그린 것인지는 모르지만, 당시 <원행을묘정리의궤>의 그림들이 사실적으로 표현 한 것으로 보아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은 그야말로 화려함의 극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봉수당진찬도, 문화재청 보물 지정 예고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그림인 <봉수당진찬도>를 문화재청이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이 진찬도는 1795년 정조가 부친 사도세자 묘소인 현릉원을 참배하기 위해 행차했을 때의 주요 행사를 그린 8폭 병풍 ‘화성능행도병’ 가운데 1폭이다.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잔치이자 가장 중요한 행사였던 진찬례가 그러져 있다.
<봉수당진찬도>는 동국대학교 소장본 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과 리움삼성미술관, 고궁박물관, 일본 교토대학 문학부 박물관에도 소장되어 있는데, 전체적인 형식은 같지만 세부묘사에 있어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 중 동국대학교본은 다른 진찬도에 비해 채색의 농도가 짙고, 묘사가 대체로 정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혜경궁 홍씨와 풍산 홍씨’전. 회성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돌아보면, 정조의 어머니에 대한 효성과, 풍산 홍씨들의 조선조에서 얼마나 대단한 외척이었는가를 가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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