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에 사시는 분들에게 가끔 묻는다. 지동이 무엇이 좋아 떠나지 않으시냐고?

 

지동요? 사람살맛 나는 곳이죠. 우선은 재래시장이 세 곳이나 있어 먹거리가 풍부하고요. 다 저녁이 되어 손님들이 갑자기 밀어닥쳐도 우린 걱정이 없어요. 코앞에 있는 시장에 나가면 푸짐하게 한 상 차릴 수 있으니까요. 거기다가 화성 있죠. 벽화골목 즐비하죠. 제일교회 종탑 노을빛 전망대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심이 후한 곳이니까요

 

이야기를 듣다가 보면 지동이란 곳이 정말로 살맛나는 마을인 것은 틀림이 없는 듯하다. 가끔 재래시장인 지동사징과 못골시장, 미나리광시장을 돌아보기도 하지만, 먹거리 하나는 정말 푸짐하게 마련을 할 수 있다. 남들은 물가가 너무 올라 살림살이가 팍팍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지동은 인심이 넘쳐나는 곳이라 장보기가 그리 팍팍한 편은 아니다.

 

 

시장 사람들의 인심은 어째 그리 후해?

 

지동 세 곳의 시장을 돌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 있다. 바로 푸짐한 인심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덤을 더 달라고 하지 않아도 한 주먹 덥석 쥐어 올려준다거나. 한 개 더 달라지 않아도 그저 몇 개 더 올려주는 분들이 있다. 그래서 지동은 이래저래 인심 좋은 마을이다.

 

꼭 덤을 주어서만은 아니다. 지동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분들은 대개개 대물림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보니 오래된 단골들이 많기 때문이다. 멀리서도 찾아오는 단골들이 있어, 지동시장의 사람들은 언제나 정을 푸짐하게 더 얹어준다. 그것이 바로 우리네 재래시장이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고 하는 까닭이다.

 

 

손님들이 왔다고? 그럼 순대타운으로 오리고 해

 

갑자기 손님이라도 찾아오면 요즈음은 참 곤란을 겪기도 한다. 준비가 안된 탓도 있지만, 장에 나가서 무엇을 좀 살라치면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 지동은 진가를 발휘한다. 손님을 만날 때 그저 지동교 앞에서 만나자고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지동시장의 순대타운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넉넉하지 않은 주머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다.

 

가끔은 수원으로 지인이나 친구 녀석들이 찾아온다. 그들을 일일이 대접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한 달에 한두 번만 찾아와도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갑자기 누가 찾아오면 늘 하는 말이 있다.

 

남문에서 동쪽으로 차도를 따라 들어오면 좌측에 남수문이 있고, 지동교를 건너면 지동순대타운이 있어. 그 앞에서 만나자

 

 

남들은 순대타운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지동시장 안에 자리한 순대타운은 그야말로 수원은 명물이다. 한 건물 안이 모두가 순대집이니 말이다. 이곳에서 하는 요리들은 정말로 다양하다. 돼지머리고기를 시작으로 순대국밥, 순대와 곱창을 함께 철판에 볶는 철판볶음이나, 순대와 오징어를 함께 볶는 철판볶음도 있다. 거기다가 소머리국밥, 소곱창볶음, 닭갈비 등 갖가지 음식을 골라 먹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인심은 왜 이렇게 후한겨?

 

엊그제(23) 모처럼 순대타운을 들렸다. 토요일 오후라서 그런가? 온통 사람들로 들어찬 실내는 사람사는 맛이 난다. 순대와 곱창 2인분을 시켜놓고 기다리니, 곱창과 순대, 야채, 당면, 버섯, 떡을 가득 넣고 그 위에, 라면 사리까지 한 개 얹어준다. 그야말로 푸짐하다. 이렇게 푸짐한 음식이 1인분에 8,000원이다. 딴 곳에 가서 이렇게 먹으려면 적어도 1인분에 만원에 웃돈을 얹어야 한다.

 

 

하지만 지동 순대타운에 들어가 철판볶음 2인분을 시키면, 장정 두 사람이 먹고도 남을 만 한 양이다. 그러니 이곳을 들린 사람들마다 다시 찾개 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후한 임심이 어디 이것뿐이랴,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나눌 줄을 아는 사람들이다. 지동이 사람살기 좋은 곳이라는 소문은, 결코 헛소문이 아니다. 그 안에는 정이 푸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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