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을 집집마다 축원하며 땅을 밟아

 

정월에는 집집마다 지신밟기를 한다. 지신밟기란 집의 터를 관장하는 터주신에게 음식을 해놓고 술을 부은 다음 신명나게 한바탕 풍장을 울려 지신이 감흥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지신밟기는 일 년 동안 가내의 안과태평과 집안 식솔의 무사안일을 기원하는 것이며 풍년이 들고 자손창성하기를 바라는 터굿이다.

 

고사로다 고사로다 고사덕담을 들어보소. 천지현황 조판 후에 혼돈세계 길단말가

일대국이 건설되고 건부곤모 가결하니 음과 양의 조화로다. 태양태음이 일월이요

산수조종을 살펴보니 인왕씨가 조종이라 학을 눌러 대궐 짓고 대궐 앞에 육조로다

육조 앞에는 오영문, 오영문 앞에는 삼각산, 각도 각읍 마련할 제

인왕산이 주산이요 종남산은 안산이라. 이 한 줄기 뚝 떨어져 수원으로 내려앉아

 

 

 

지신밟기를 하는 풍장패들이 하는 고사덕담이다. 고사덕담은 농사풀이, 자손풀이, 달거리 등 다양한 덕담이 있는데 소리꾼은 이 덕담을 잘해야 능력있는 소리꾼으로 대우받는다. 과거에는 지신밟기를 하는 걸립패에는 반드시 이렇게 덕담을 잘하는 소리꾼들이 있었다. 그런 덕담소리가 정월 한 달 내내 마을을 집집마다 찾아다니는 지신밟기 풍장패들이 불러댄다.

 

정월 초3일이 되면 하늘에서 평신(平神 =인간세계의 터를 평안하게 만든다는 신)이 내려온다고 한다. 각 마을에서는 이날부터 풍장패들이 집집마다 다니면서 지신밟기를 한다. 지신밟기는 터를 관장한다는 <터주신>을 잘 다스려 한 해 동안 집안에 탈이 없고 안과태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풍물굿이다.

 

만일 정월 대보름 전에 지신밟기를 하지 않아 터주신이 노하면 집안에 우환이 그치지 않고 동티(= 動土)가 난다고 하여 마을의 풍장패가 길을 나서는 기미가 보이면 서로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는 것을 보아도 정초 지신밟기는 매우 중요한 의식이었다. 그렇게 모든 놀이를 정월대보름까지 이어오다가 정월 열나흘날 밤이 되면 줄다리기와 답교놀이, 달집태우기 등을 한 것이다.

 

 

 

지신밟기는 마을마다 한 집도 빠짐없이 다니면서 고사덕담(告祀德談)’인 축원을 해주는데 대문서 부터 시작해 우물, 마구간, 부엌, 장독대 등을 돌면서 터를 밟은 후 대청에 마련해 놓은 고사상 앞에서 덕담을 한다. 지신밟기를 마치면 대청에 마련한 술과 떡을 나누고 난 뒤 고사상에 올려 진 쌀과 돈을 갖고 다음 집으로 향한다. 그 쌀과 돈은 마을의 기금으로 사용을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먼저 지신밟기를 하기 위해 풍물패를 집안으로 끌어들였다고 하니 우리민족은 정월에 하는 놀이가 풍농과 안과태평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마을을 돌면서 지신밟기를 하던 두레패들이 길에서 만나게 되면 상대방에게 먼저 기를 숙여 인사를 하라고 소리친다. 그러다가 급기야 상대 두레기의 상단에 꽂힌 꿩장목을 뽑게 되는데 이것이 정월에 열리는 '두레싸움'이다.

 

과거에는 정월 초3일부터 집집마다 다니며 지신밟기를 하던 풍장패들이 정월 열나흘이 되면 한 곳으로 모여들어 근동 30여 개 마을에서 모여든 풍장패들이 한 곳에서 풍물을 울렸다고 하니 가히 그 위세가 대단했음을 일 수 있다. 요즈음은 이렇게 제대로 지신밟기를 하면서 고사덕담 등을 할 수 있는 연희패를 만나기도 힘들다. 과거 마을마다 연희가 된 지신밟기, 정월 보름에 하는 이 지신밟기가 수원 전역 한 해 동티를 모두 막아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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