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 오후 6시 30분경. 땅거미가 질 무렵 사람들이 종종걸음을 치며 어디론가 가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181번지. 지동 13통장 댁의 옥상으로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노을빛, 옥상음악회’가 열린단다. 요즈음 지동에는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꺼리가 생겨난다. 무대의 뒤 배경은 화성이다. 뒤편에 길게 자리를 하고 있는 화성에 조명이 들어온다.

 

옥상에는 사람들이 자리를 하고 앉아 있다. 10세 어린 꼬마부터, 80세의 할머니들까지 신바람나게 박수를 쳐 댄다. 세상에 어찌 이런 동네가 다 있을까? 그리고 가정 집 옥상에서 어떻게 음악회를 할 생각을 한 것일까? 거기다가 통장님은 집안 화장실까지 모두 주민들을 위해 개방을 했단다.

 

 

 

시장님도 노래 한 곡은 피해갈 수 없는 곳

 

음악회가 진행되는 동안 염태영수원시장이 함께 자리를 했다. 일정을 바꾸어 이곳이 궁금해 달려왔다는 것이다.

 

“화성을 배경으로 하늘이 맞닿은 곳, 옥상에서 음악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입니다. 지동 주민들은 우리 수원에서 가장 행복한 분들이십니다. 올 해 안 좋은 기억이 있지만, 그것은 하나의 지나가는 일일 뿐입니다. 이제 그런 것을 다 잊어버리시고. 이렇게 행복한 생활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손수 준비해온 과일까지 내주는 염태영시장도, 이 옥상음악회의 노래 한 곡은 피해갈 수 없었다.

 

  옥상음악회에서 노래를 하는 염태영 수원시장(우측에서 두 번째)

 

이날 옥상음악회는 송정희 외 7명이 들려준 오카리나 연주를 시작으로, 트롯가수 정은의 가요무대. 레인 하모닉스 밴드의 노래, 그리고 최수정과 학생들이 들려 준 플루트 앙상블에 이어 김관수의 성악독창으로 이어졌다.

 

선생님도 춤을 추게 만드는 옥상음악회

 

잠시 화성의 야경에 취해 있을 때, 갑자기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무슨 일인가 해서 무대로 눈길을 돌렸더니, 얌전한 플루트 선생님께서 남학생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얌전한 성생님도 춤을 추게 만드는 옥상음악회, 그래서 옥상음악회는 누구나 춤을 추고 노래를 하게 만드는 곳이라고 하는가 보다.

 

플루트를 지도하는 선생님도 학생과 함께 멋진 춤을. 뒷배경인 화성의 조명이 아름답다

 

음악회가 진행이 되는 중간중간 푸짐한 경품추천 또한 옥상음악회의 재미를 더했다. 자전거를 비롯해, 참기름, 김치 등 지역의 상인들과 주민들이 내 준 경품을 받아든 사람들은 지동에 사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자랑이다.

 

“저는 지동이 이렇게 좋은 동네인지 몰랐어요. 안 좋은 기억만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친구 집에 왔다가 옥상음악회라고 해서 궁금해서 왔어요. 정말 부러운 동네네요. 이제 지동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은 모두 지워야 할 것 같아요.”

 

 가수 정은이 ‘불타는 사랑’을 부르고 있다

 

지동에서 한 참 떨어진 고색동에서 왔다는 ‘김아무개(여, 47세)의 말이다. 그만큼 지동이 요즈음 달라지고 있다. 성을 끼고 조성된 마을 지동.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으로 인해 건물조차 마음대로 지을 수가 없어 수원에서도 낙후된 마을이지만, 지동사람들은 이제는 그 화성을 즐길 줄 알게 되었다. 날마다 이렇게 즐거운 일이 있기에, 지동사람들은 딴 곳으로 이사를 갈 수가 없다고 한다. 변해가는 지동을 마음에 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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