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 선 곳에 가서 점심시간에 식당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24일 화성시에 들렸다가 채인석 시장과의 인터뷰를 마친 후, 점심을 먹기 위해 시청 옆에 있는 식당을 찾았다. 식당의 상호가 비단이란다. 3층인가 되는 건물의 1층에 자리한 식당은, 실내 가장자리로는 빙 둘러 방으로 꾸며놓았다.

 

점심을 마친 후에 신라 때의 고성인 당항성답사가 있어, 방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점심에 시킨 메뉴는 김치전골’. 넓적한 냄비에 가득 이것저것을 담아다가 내어준다. 우선 이 집은 들어가면서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식당안이 환한 것이 상당히 깨끗하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얼굴도 예쁜 사람이 마음까지 착하면 금상첨화라고 말이다. 이 식당이 바로 그런 비유에 걸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실내가 깨끗한 것이 음식 맛도 좋으면 금상첨화라고 말이다.

 

김치전골 한 냄비에 반하다

 

이 집이 마음에 드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밑반찬이 4가지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상다리가 휘어지게 반찬을 내주는 것을 좋아라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많은 반찬을 과연 다 먹을 수 있을까? 일 년이면 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음식물 쓰레기로 사라진다고 하지 않던가?

 

 

그리고 김치전골 하나면 밥을 먹을 수 있지, 무슨 밑반찬이 그렇게 많이 필요할 것인가? 냄비에 넣은 전골이 끓는다. 앞 접시에 조금 덜어다가 놓고 밥뚜껑을 열어보니, 밥주발이 하나도 뜨겁지가 않다. 찬밥은 물론 아니다. 세상에 어느 식당에서 손님에게 찬밥을 내어주겠는가?

 

밥주발이 2중으로 되어있어 뜨겁지가 않다는 것이다. 한 수저 떠서 맛을 본다. 옛날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던 김치전골 맛이 난다. 이 맛 하나만 갖고도 이 집이 마음에 들었다는 점이다. 얼마나 오래도록 잊었던 맛인가? 이렇게 오랜만에 정말 먹고 싶어 하던 김치전골을 마주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주인도 종업원도 다 비단같은 사람들

 

전국을 취재를 하러 돌아다니다가 보면, 정말 입맛에 맞는 끼니를 찾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도 인터넷 검색으로 맛집을 찾아보기도 하지만, 화학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에 대해서는 유난히 민감한 인사인지라, 이런 식당을 들어가면 괜히 마음이 즐거워진다. 사람이 잘 먹고 잘 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전골냄비를 바로 잡는다고 하다가, 그만 국물에 테이블에 흘러내렸다. 바쁜 점심시간에 손님의 음식을 먹는 테이블에 전골국물이 흘렀다고 해도, 다 먹을 때까지는 치우지를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 집은 흘린 국물을 바로 와서 말끔하게 치워준다. 그런 마음이 있어서 기분이 더 좋아진다. 손님을 기분좋게 만드는 집이다.

 

 

상호 이름이 비단이라서인가? 카운터도(나이로 보아 식당의 대표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종업원도 마음이 아름다운 식당. 비단이란 이름이 결코 부끄럽지가 않다는 생각이다. 낯선 곳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식당에 들어가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었다는 행복함. 우리네처럼 일 년의 절반을 밖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는, 더할 말이 없이 반가운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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