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2007 작업모음 () - 자연인식을 만나다>

 

1127일까지 북수동 소재 예술공간 봄 제1전시실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박신혜 작가의 <2000~2007 작업모음 () - 자연인식을 만나다>바다라는 곳을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늘 바닷가를 찾아가 아름답게 지은 정자를 돌아보며 정자(亭子)기행을 연재로 썼던 나로서는 바닷가의 모습이 눈에 아련하기 때문이다.

 

박신혜 작가는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독일 Hessen주 주립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1991년 제1회 개인전(독일 Kassel 화재보험 기획전)을 시작으로, Broadway Gallery (NYC, U.S.A.), 스페인 주재 한국문화원 초대전 (Madrid, Spain) 등 지금까지 19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다수의 국내외 그룹전에 참가한 박신혜 작가는, 2018G오픈스튜디오 _ 옆집예술가 프로젝트에 함께 했다. 아울러 독일 Kassel 시민대학 강사, 국립 한경대학교 디자인학부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2000년 무렵부터 바다에 대한 사유란 주제로 작업을 해왔다. 지금은 신체화된 바다에 대해서 사고의 확장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예술은 자연을 알아가는 출발점이다.

 

그런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예술공간 봄의 제1 전시실. 며칠인가 날씨가 쌀쌀하다가 풀려서인가 주말의 거리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남문시장을 거쳐 수원천을 따라 화홍문 방향으로 길을 걷다보니 수원천가에 늘어진 능수버들의 잎들이 가을색을 담고 있다. ‘저 잎들도 곧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겨 놓겠지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쓸쓸해지는 듯하다.

 

<자연을 어떻게 알아 가는가 하는 것은 나의 예술에 출발점이다. 자연은 생명에 대한, 인간에 대한, 그 인간이 영위하는 삶에 대한 인식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또한 신에 대한 관념적이 아닌, 경험적인 이해의 장이기도 하다. 자연은 나에게 신의 창조의 오묘함을 가슴 저리게 느끼게 하는 매개체로 존재해 왔다. 또한 생명에 대한 사색은 오묘한 창조의 질서 앞에 나 자신을 온통 내 맡기게 한다. 자연이 갖는 자연스러움은 신의 얼굴이자 본성이리라.>

 

박신혜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자신의 예술에 출발점은 바로 자연은 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자연을 바라보면서 작가는 인간과 삶, 그리고 창조에 대한 오묘함까지 그 모든 것이 바로 예술에 대한 것을 알아가는 매개체라는 것이다. 그런 박신혜 작가의 개인전에서 만난 작품들을 보고 난 왜 바닷가가 생각난 것일까?

 

 

작가의 작품 안에서 보이는 자연

 

전시실에 걸린 박신혜 작가의 작품들은 어찌 보면 황량하다. 모래언덕에 마른 풀이 나 있고, 그 뒤편에 물이 보인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작가는 왜 이렇게 모래언덕과 마른풀을 그렸을까? 여기저기 걸려있는 작품들의 형태가 하나같이 흡사하다. 마치 삭막한 자연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기 때문이다.

 

모래언덕은 해안이나 사막 따위에서, 세찬 바람이나 바닷물 따위에 의하여 모래가 운반되고 퇴적되어 이루어진 언덕을 말한다. 그렇다고 작가의 작품 속에 나타난 광경은 모래언덕만은 아니다. 강가일수도 있고, 바닷가일수도 있는 작품 속에는 퇴색하고 마른 풀들이 보인다. 그래서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모래언덕과는 구별된다.

 

 

박신혜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자연은 생명에 대한, 인간에 대한, 그 인간이 영위하는 삶에 대한 인식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도 작가는 저 마르고 퇴색한 모래언덕과 마른 풀 등에서 새로운 인간의 생명과 삶에 대한 것을 그려내자는 의미는 아니었을까?

 

전시실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몇 번이고 돌아본 박신혜 작가의 개인전. 그 안에서 난 작품 속에 숨겨진 작가의 마음을 찾기 위해 애쓴다. 작품을 돌아보면서 가장 오래, 가장 많은 고민을 했던 박신혜 작가의 <2000~2007 작업모음 () - 자연인식을 만나다>27일까지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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