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만난 정조대왕과 ‘8일간의 축제’
의궤란 조선 왕실의 주요 행사가 끝난 후에 제작하는 일종의 행사 보고서이다. 왕의 혼인을 비롯하여 세자의 책봉, 왕실의 잔치, 왕실의 장례, 궁궐의 건축 등과 같이, 국가나 왕실에서 거행하는 중요한 행사가 있으면 모든 기록을 모아두었다가 행사에 끝난 뒤에 임시 기구를 만들어 의궤를 편찬했다.
의궤의 제작은 총책임자에 해당하는 도제조 1인과 제조 3∼4명, 그리고 실무 관리자들인 도청 2∼3명, 낭청 4∼8명 및 감조관 6명이 있다. 그 아래에 문서작성, 문서수발, 회계, 창고정리 등의 행정 지원을 맡은 산원과 녹사, 서리, 서사, 고지기, 사령 등도 임명한다. 외에 화원, 장인 등 실제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부서별로 배치하였고, 의궤가 만들어질 때 이들의 실명을 기록하여 책임감을 부여하였다.
조선조를 통 털어 의궤 중 가장 정확하게 기재를 한 것은 역시 <원행을묘정리의궤>였다. 정조는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에 참배를 하기 위해 도성을 떠나 화성 행궁에 머물면서,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을 비롯하여, 원행길, 묘소참배, 주조(낮에 하는 군사훈련), 야조(밤에 하는 군사훈련) 등 모든 것을 세세하게 기록하였다.
3D 다큐영화로 만났던 ‘의궤, 8일간의 축제’
지난 해 6월 15일, 수원역사 내 CGV 수원 7관에서 열린 KBS에서 제작한 3D 역사 다큐멘터리인 ‘의궤, 8일간의 축제’는 8일간의 왕의 행차를 3D영화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최필곤 PD가 제작을 한 ‘의궤, 8일간의 축제’는 <원행을묘정리의궤> 8책에 수록된 내용을 3D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것이다.
이 8일간의 축제는 극장에서 상영을 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다큐멘터리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그런 ‘의궤, 8일간의 축제’를 집안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3일 새벽에 집안 정리를 하고난 후 TV를 켰는데, KBS-1TV에서 극장 상영작 다큐멘터리를 연속으로 세편을 방영한 한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방송을 한 것은 히말라야의 아이들이 학교를 가기 위해, 눈과 얼음물 등을 지나며 악전고투를 하는 10일간의 여정을 그대로 영상으로 담아 낸 ‘학교가는 길’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의궤 8일간의 축제’를 방송하기 시작했다. 조금은 피곤하기도 했지만 극장에서 보는 것보다 집중해서 볼 수가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영상을 담아내면서 열심히 시청을 했다.
감동은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
수원과 관련된 의궤로는 화성의 축성 과정을 그대로 기록한 <화성성역의궤> 외에도, 1795년 화성에서 치른 정조대왕의 모친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의 기록을 담은 <원행을묘정리의궤>, 1800년에 승하한 정조대왕의 국장을 기록한 <정조국장도감의궤>, 사도세자의 봉분을 수원 화산으로 옮긴 내용이 기록된 <현륭원 원소도감의궤>와 정조대왕의 능침인 건릉을 조성한 내용을 기록한 <정조 건릉 산릉도감의궤>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원행을묘정리의궤>는 <화성성역의궤>와 함께 ‘의궤의 꽃’이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기록물이다. 원행을묘정리의궤는 여러 형식의 그림들이 본문에 앞서 별도의 권수에 실려 있는데, 의궤 안에 그려진 그림들은 종류의 다양함과 정확성, 우리나라 최초로 시도로 원근법과, 회화적 우수함 등이 이 책의 자랑이다.
1시간이 넘게 다큐멘터리 ‘의궤, 8일간의 축제’를 시청하면서 다시 한 번 정조의 강한 국가의 만들기 위한 의지와, 백성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감동을 한다.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로 인해 좀 더 화성과 수원, 그리고 정조의 마음과 화성의 축성 등에 대해 마음 깊이 깨닫는다.
새벽시간에 비록 잠을 자지는 못했지만, 잊힌 역사의 한 면을 알아갈 수 있다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가? 꼭 한 번 다시 보았으면 생각했던 ‘의궤, 8일간의 축제’ 연초에 생각지 않게 방송에서 만날 수 있었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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