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다. 보름달은 아니라고 해도 달이 떠올랐다. 그리고 행궁을 돌아본다. 그룹을 이룬 사람들이 신풍루 안으로 들어간다. 수원화재단의 기획 프로그램인 달빛동행에 함께하는 사람들이다. 수원시 SNS 서포터즈 들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달빛동행’, 가을이 깊어가는 날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행궁, 정조대왕이 노후를 이곳에서 보내기 위해 특별히 축조한 곳이 아니던가. 봉수당을 거처 낙남헌, 그리고 미로한정으로 오른다. 미로한정에 오르니 운치 있는 공연이 펼쳐진다, 경기도립국악단의 단원들이 달빛동행에 참가한 관객들을 위한 특별공연이다. 대금 반주에 맞추어 시조 한 수를 읊는다. 예전 정조대왕도 이런 분위기 때문에 미로한정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저 바라다만 보아도 절로 흥에 젖는다.

 

그동안 달빛동행에 서너 번 함께 길을 걸었다. 계절이 달라서인지 그때마다 다른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 길을 걸으면서 아쉽다라는 표현을 한다. 아쉽기만 할까? 이 좋은 프로그램을 왜 여기서 끝내야할까? 날이 찬 것은 중요하지가 않다. 한 겨울에는 설경 나름의 운치가 있기 때문이다.

 

 

화성의 야경, 보지 않으면 그 아름다움을 몰라

 

미로한정 뒤편 담장에 낸 작은 문을 통해 뒤편 팔달산으로 오른다. 그곳에 화성열차가 대기 하고 있다. 화성열차에 올라 화성 성 밖으로 열차가 간다. 화성의 야경은 보기만 해도 눈이 부시다.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면서 저렇게 아름다운 성을 축조한 것일까?

 

화성은 안과 밖으로 100번을 돌아보아야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그러기 전에는 화성을 논하지 마라

예전 선배 한 분이 들려준 말이다. 새삼 그 말이 이 밤에 떠오른다. 밤에 보는 화성의 야경은 또 다른 거대한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사람들은 이래서 달빛동행을 좋아하는가보다. 장안문에서 화성열차를 내려 성벽을 따라 걷는다. 저만큼 방화수류정의 아름다운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 위에 작은 달 하나가 떠 있다.

 

방화수류정의 운치야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오죽하면 이곳에 정자를 짓고 그 아래 연못을 팠을까? 용연에서 한 밤에 바라다보는 방화수류정. 이곳보다 더 아름다운 곳은 찾기가 힘들 것만 같다. 그저 바라다만 보아도 어디선가 끊길 듯 말 듯 단소(短簫)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운담풍경오천(雲淡風經午天) 방화류가전천(訪花柳過前川))’ 송대의 시인인 정명도의 시에서 따와 이름을 지었다고 하는 방화수류정. 처음에는 용연 밖에 반달모양으로 조성해 둘레 210, 깊이 6척이었다고 한다. 정조 19년인 1795214일에 정조대왕은 신하들과 이곳에 올랐다. 이곳에서 달을 바라다보면 네 달은 몇 개인고?“를 물었다는 방화수류정, 그 아름다움은 그렇게 그곳에 자리를 틀고 있었다.

 

유여택의 공연 못내 아쉬워

 

수원천을 걸어 다시 행궁으로 돌아온 일행은 수원문화재단에서 제공하는 차와 한과를 받아들고 유여택에 자리를 잡았다. 달빛동행의 마지막 프로그램이다. 경기도립무용단과 국악단의 단원들이 펼치는 우리 전통을 만나는 시간이다. 가야금연주, 그리고 무고(舞鼓), 해금연주와 진도북춤, 그것만으로도 절로 흥겹다.

 

 

날이 차다. 하지만 달빛동행을 함께 한 사람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공연이 끝나고 자리를 일어서면 한 관객이 아쉽다면서 말을 한다.

겨울의 설경은 이보다 더 아름다울 텐데 정말 아쉽네요.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려고 하는데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설경에서 만나는 달빛동행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달빛동행의 끝자락에서 만난 화성과 행궁. 설경에서 만난다면 또 다른 운치가 있지는 않을까? 유여택을 떠나면서 너울너울 춤을 추던 무희들이 자꾸만 아른거린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