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옥씨께!

그간 안녕하셨어요.

영옥씨를 만나본지 이틀 밖에 되지 않았는데 무척 오랫동안 뵙지 못한 것 같아요.

영옥씨도 이 편지를 받으시면 일손을 멈추시겠지요.

저도 돌아오는 토요일 영옥씨를 만난다는 생각이 마치 축제를 앞둔 소년의 부푼 가슴처럼

기다리게 되는군요.

하루하루가 좀 더 빨리 좀 갔으면 합니다.(중략)

 

이골짝 그대는 떠난다지

그리운 눈동자 그모습

지난날 빛나던 그 햇빛도

그대와 함께 간다오.

 

나는 그대에게 약속했지

그대 그리운말 안기를

그대를 영원히 사랑하리

나를 다시 안아준다면(하략)

 

 

1974123일에 영록이라는 사람이 영옥이라는 여인에게 보낸 연서(戀書)이다. 40년 전에 쓴 연서 한 장이 길가에 나와 있다. 지나는 사람마다 액자에 담긴 그 편지를 보면서 한 마디씩 한다. 40년 그 이전 우리는 어떻게 살았을까?

 

장롱 속에서 꺼낸 빛바랜 사진들

 

생태교통 수원2013’의 시범지역인 신풍동. 이층집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집 앞에는 빛바랜 오래된 사진들이 액자에 담겨 나열되어 있다. 수원시 팔달구 신풍로 35번지 신근필씨의 집. ‘장롱 속에서 나온 사진 전이 열리고 있다. 40~60년 전의 장롱 속에 깊숙이 들어있던 사진들이 길로 나온 것이다.

치열한 시대를 녹여주는 우리들의 따듯한 이야기. 사진 속에는 이미 주름이 가득한 사람들의 청춘이 있다. 그리고 동네 꼬마들과 함께 어울려 남의 집 담장을 기웃거리던 마음이 있다. 신근필씨의 설명으로 들어보는 예전 신근필씨의 이야기. 그래서 사람들은 지나던 발길을 멈추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지난날의 아름다운 이야기

 

안녕!

금방이라도 새침떼기 꼬마숙녀가 인사를 건네며 튀어나올 것만 같다.

통통한 볼, 새초롬한 시선. 그 옆에 선 친구는 한없는 순둥이.

우린 단짝 친구였어. 우리 집에도 자주 놀러오고

구리에서 아들을 낳고 잘 살아. 되돌아가고 싶네.

옛날 우리 집, 지금도 있을까? (장안동 정정선님)

 

 

까르르르르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단발머리 소녀 수줍은 듯 미소짓고

여러분 행궁장터 아줌마가 아닌

소녀 영희를 찾아보세요(신풍동 정영희님)

 

 

내친구들

영숙이, 은실이, 선원이, , 그리고 숙현이

스물다섯 친구

선원이는 미스코리아도 나갔어. 내 친구 이쁘지?

지금은 모두 연락이 안돼. 그땐 지금처럼 전화가 없었거든.

이거 하면서 소식도 듣고 만났으면“(신풍동 윤영옥님)

 

 

25세의 나이에 친구들과 어울려 찍은 사진. 아마도 이 사진의 윤영옥씨가 연애편지의 주인공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게 숱한 세월이 지난 이야기들이 장롱 속에서 나왔다. 긴 이야기를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그 아름답던 세월이 생태교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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