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모시는 사람들을 흔히 ‘기자(祈子)’라고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통칭할 때는 ‘무격(巫覡)’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여기서 ‘무(巫)’란 여자를 말하고, ‘격(覡)’이란 남자를 말한다. 즉 무격이란 여자 무당인 만신(=많은 신을 모신다는 뜻이다)과 남자 무당인 박수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렇게 신을 모시는 무격들은 일 년에 한번, 혹은 3년에 한번 정도 자신이 모시는 신령들을 위한 굿을 한다. 이를 ‘맞이굿’ 혹은 ‘진적’이라고 한다. 맞이란 신을 맞이하는 의식이라는 뜻이고, 진적이란 아마도 좋은 음식이나 맛있는 음식을 쌓아 놓은데서 붙여진 명칭이란 생각이다.

 

 

무격들의 굿판 중 가장 큰 굿인 맞이굿

 

11일(화) 수원시 인계동에 거주하는 승경숙(중요무형문화재 제98호 경기도당굿 이수자)씨의 맞이굿이 열렸다. 맞이굿은 처음에 ‘천궁맞이’라고 하여서 밖에서 굿을 한다. 고깔에 장삼을 입고하는 천궁맞이는 신령들을 맞아들이는 의식이다.

 

천궁맞이가 끝나고 나면 안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굿이 시작된다. 맞이굿은 자신이 모시는 신령들을 모셔 놓은 전안에서 하게 된다. 맞이굿이란 자체가 자신이 모시고 있는 많은 신령들을 위하는 굿이기 때문이다. 맞이굿은 무격들이 하는 의식 가운데 가장 큰 의식이다. 이때는 자신들의 단골들을 다 초청을 하기 때문에, 굿판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도 맞이굿의 특징이다.

 

 

또 무격이 맞이굿을 할 때는 혼자하는 것이 아니다. 평소 친분이 있던 무격들을 초청하고, 악사들을 초청해 한바탕 신나는 굿판을 벌이기 때문이다. 이날 맞이굿을 한 승경숙씨는 중요무형문화재 제98호 경기도당굿의 이수자이자, 경기남부지부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그녀에게서 도당굿을 배우는 전수생들까지 합세를 했다.

 

경기도당굿도 볼 수 있는 즐거움

 

대개 서울과 경기도 지역의 무격들이 맞이굿을 할 때는 ‘선거리굿’(서서 굿을 진행하기 때문에 선거리굿이라고 한다. 이와 대비되는 말로 충청도 지역의 송경(誦經) 위주의 굿을 ‘앉은거리굿’이라고 부른다)으로 진행한다. 선거리굿은 신령을 나타내는 신복(神服)을 거리마다 갈아입으면서 진행을 하게 된다.

 

경기도당굿은 과거에는 신복이란 특별한 것이 없었다. 화랭이 위주의 굿이었기 때문에, 주로 등걸잠방이에 남쾌자 하나를 걸치고 굿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맞이굿은 전안에 모셔진 신령들을 위하는 굿이다보니, 각 거리마다 신복을 갈아입고 굿을 한다. 이 날 맞이굿의 특별한 점은 경기도당굿의 절차와 선거리굿의 절차가 복합적으로 나타나, 보는 사람들의 흥미를 자아냈다는 점이다.

 

 

무격이 신령들을 위하는 맞이굿을 할 때, 단골들이 모여드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각 거리마다 신탁(神託)이라는 ‘공수’를 주기 때문이다. 공수란 무격의 입을 빌어 신령이 단골들에게 이야기를 한다는 행위를 말한다. 즉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것을 조심하라’는 등의 말을, 장사를 하는 사람에게는 ‘어느 달에 좋은 일이 있다’ 등의 이야기이다.

 

신탁인 공수는 맞이굿을 할 때 가장 영험하다고 한다. 그래서 단골들은 맞이굿을 할 때는 앞 다투어 몰려든다. 무격들이 공수를 할 때 단골들에게 겁을 주는 행위는 올바른 행위가 아니다. 올바른 무격이라는 단골들에게 수도 없이 ‘도와주마, 생겨주마’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전수생들도 한 거리씩 기량을 보여

 

맞이굿에서는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그것은 어린 애동(내림굿을 하고 무격이 된지가 오래지 않아 굿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들도 한 거리씩 굿을 하게 만든다. 이렇게 맞이굿에서 한 거리씩 익히면서 굿을 배우는 것이다.

 

 

“가슴이 터지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해요”

 

이날 애동으로 대신(대신할머니를 상징하는 노랑색 몽두리 신복) 신복을 입고 굿판에 들어서면서 최남수(내림굿을 한지 5년이 된 애동)씨가 한 말이다. 굿판에 흔히 큰 만신이라고 하는 선생과 단골들이 줄을 지어 앉아있는 곳에서 굿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애동들이 굿을 할 때는 선생들이 일일이 대꾸를 하면서 맞장구를 쳐준다. 그렇게 해야 애동들이 편하게 굿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밤새 상차림을 준비를 하고 오전 9시에 시작한 맞이굿은 밤 9시가 되어서 끝났다. 꼬박 12시간이 걸린 굿이다. 우리 굿은 직설적이다. 그 자리에서 공수를 주면서 수도 없이 ‘도와주마’라고 이야기를 한다. 하기에 굿판에 모여든 사람들 모두가 기분 좋게 돌아갈 수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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