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들 매년 단오 날 나무인근서 성황제 등 지내는 신목(神木)

 

수원시에는 모두 24주의 보호수가 있다. 그 중 영통구 단오어린이공원 안에 서 있던 수령 530년 된 느티나무가 26일 강우와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가지가 찢겨지면서 쓰러졌다. 영통구 느티나무는 26일 오후 3시께 내내 불어온 비바람을 버텨내지 못하고 나무 밑동 부분부터 찢기듯 부러졌다.

 

나무 높이 3m 부분에 자리한 큰 가지 4개가 원줄기 내부 동공(洞空)으로 인해 힘을 받지 못하고 바람에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사고 직후 현장을 찾은 염태영 수원시장은 “500년 넘게 우리 시와 함께해온 느티나무가 한순간에 쓰러져버린 처참한 모습에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면서 불과 열흘 전 영통청명단오제에서 본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염태영 시장은 이어 전문가들과 함께 복원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보존 방안을 강구하라영통청명단오제 위원 등 지역 주민 의견을 수렴해 사후 수습방안을 마련하고,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하라고 주문했다.

 

 

수원시는 사고 직후 지역 주민과 함께 느티나무를 위로하는 제()를 올리고, 주민 안전을 위해 부러진 가지 등 잔해 수거에 나섰다. 밑동의 부러진 날카로운 부분도 당일 내 다듬어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계획이다. 또한 수원시는 쓰러진 느티나무 밑동은 보존할 계획이다. 밑동 주변에 움트고 있는 맹아(萌芽)를 활용하는 방안과 후계목을 육성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느티나무 복원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나무병원 전문가 자문과 주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기로 했다.

 

또 시에 있는 나머지 보호수 23주에 대해서도 유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가 현장 점검을 진행하고, 안전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수령(樹齡)530년 이상인 영통구 느티나무는 198210월 보호수로 지정됐다. 나무 높이가 33.4m, 흉고(胸高)둘레는 4.8m에 이른다. 이 느티나무는 1790년 수원화성을 축조할 때 나뭇가지를 잘라 서까래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또 나라에 큰 어려움이 닥칠 무렵 나무가 구렁이 울음소리를 냈다는 전설이 있다.

 

영통동 주민들은 매년 단오에 나무 주변에서 영통청명단오제를 열고 있다. 축제는 청명산 약수터에서 지내는 산신제로 시작돼 느티나무 앞 당산제로 이어진다. 영통구 느티나무는 20175대한민국 보호수 100()’에 선정되기도 했다.

 

 

음력 단오는 설날과 추석, 한식과 함께 우리나라 4대 명절 중 한 날이다. 단오는 천중절(天中節), 중오절(重五節), 단양(端陽)이라고도 하는데 이 날은 양수가 겹치는 날로 가장 양의 기운이 강한 날이라고 한다. 단오를 수릿날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수리란 수레의 바퀴를 뜻하는 것으로 농경사회인 우리나라에서는 수레의 중요성 때문에 붙여진 명칭으로 추정한다.

 

경도잡지(京都雜誌)’에는 단오를 술의일(戌衣日)’이라고도 불렀는데 술의는 우리 발음으로 수레의 뜻이고, 이날 속가에서는 쑥잎을 찧어서 팥가루를 넣고 푸른빛이 돌게하여 수레바퀴 모양으로 둥글게 떡을 만들어 먹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도 이와 같은 내용이 전한다.

 

단오가 되면 마을주민들이 이곳에 모여 정성으로 각종 제수를 마련해 제를 올렸다. 요즈음이야 청명단오제라는 명칭으로 지역 축제화 되었지만 우리나라의 거목에 지내는 목신제나 거리제, 성황제 등은 모두 마을의 안녕과 가내 안과태평을 기원하던 의식이었다. 영통 느티나무에서 지내던 청명단오제 역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던 의식이다.

 

 

요즈음처럼 일기가 불순하고 강한 비바람이 불어 닥치면 거목(巨木)들은 언제 어떻게 화를 당할지 모른다. 사전에 방비를 한다고 해도 가지에 철주로 버팀기둥을 만들어 놓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영통 느티나무는 지난 15일과 16일 이곳에서 단오청명제를 지낼 때도 푸름을 잃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첫 장마에 화를 당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수원시는 영통 느티나무 밑동에 자라고 있는 맹아를 이용한 복원계획을 세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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