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인가 트윗을 통해 글 하나를 접했다. 정부가 4대강의 지류를 정비하는데 또 예산을 세운다고 했다는 내용이다. 아직 그 진위를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4대강의 지류만 아니라 소하천도 정비를 한 곳이 여러 곳 있다.

 

4대강으로 유입되는 지류 및 소하천 정비는 4대강 공사와 맞물려 한 곳도 있다. 상습침수지역이라고 하지만, 얼마나 많은 침수를 당했는지는 모르겠다. 2~3년 전부터 소하천을 돌아보다가, 소하천 정비가 과연 올바른지 고민하게 됐다. 난 하천 전문가도 아니고 환경전문가는 더 더욱 아니다. 그래서 정확하게는 알 수가 없지만, 그런 내가 보아도 문제점을 안고 있는 소하천 정비 사업을 왜 꼭 해야만 하는지. 혈세 낭비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런 이유다.

 

돌을 이용해 쌓은 소하천의 둑. 경사가 급하고 거의 직강천으로 조성을 해 소와 여울 등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다. 이곳에서 생명이 살아갈 수가 있을지 의문이다


여울목과 소가 사라진 소하천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하림리 근처를 흐르는 한천. 2007년부터 소하천인 한천 정비가 시작해 마무리를 한 곳이다. 하천 바닥을 고르고, 양편에 높게 둑을 쌓았다. 물론 그 일대가 상습침수지역이라, 침수를 방지하기 위한 공사라고 한다. 그런데 이 공사를 마친 한천을 돌아보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사라진 여울목이다. 수변환경이 원활하게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하천이 사행(蛇行)화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천의 공사는 구불거리고 흐르던 한천을 거의 직강화 함으로써 여울이 사라졌다.

 

자연적인 사행천이라면 물이 굽이치는 곳에 여울과 소가 생기게 된다. 여울은 수심이 낮고 유속이 빠르다. 그런가 하면 여울로 인해 생기는 소는 수심이 깊고 유속이 느리다. 이런 사행천에선 상대적으로 어류가 살기에 필요한 많은 수소생물이 자라고 되고, 생태계가 원활한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직강화가 되면 여울과 소가 생기지 않아, 수소생물이 자랄 수 없게 되고, 그로 인해 생태계의 순환 구조가 끊어진다. 거의 직강화 된 한천은 바닥을 똑같이 평평하게 만들어 생태계 활동에 알맞지 않다는 생각이다.

 

경사가 급한 어도는 작음 물고기들이 위로 오르기가 어렵다고 한다. 실제로 어도 밑에는 물의 유속이 빠리구 낙차가 커 작은 물고기들이 맴돌기만 하고 있었다. 동행을 한 지역환경 관계자는 어도의 경사는 완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있으나 마나 한 어도

 

하천 중간에 작은 보를 만들어 놓았다. 보 옆에는 물고기가 다닐 수 있도록 어도를 설치했다. 이 어도를 보면서 한 마디로 어이가 없다. 미리 물이 찰 것을 계산해서 만든 것인지는 몰라도, 바닥에서 어도의 끝까지 20cm 이상 떨어져 있다. 작은 물고기가 물을 거슬러 올라가려면 날아야만 할 정도다. 물이 이곳까지 찬다면 쉽게 오를 수 있지만. 소하천에 물이 이렇게 많이 흐른다는 생각을 한 것인지. 아니면 남한강에 보를 만들면 당연히 그 지류에 속하는 한천까지 물이 차오를 것을 미리 계산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또한 어도를 지그재그로 물길을 내었다. 그런데 물 흐르는 속도를 보니 경사가 급해 유속이 상당히 빠르다. 취재에 동행한 환경지킴이 한 분은 '저런 어도라면 물고기가 위로 오르기가 어렵다'라고 말한다. 소하천 정비를 하면서, 그런 것 하나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사가 급한 둑 위로는 차들이 다닐 수 있도록 길을 내 놓았다. 물길은 소나 여울 등이 사라져 버렸다. 이것이 과연 생태를 위한 것일까?


경사가 급한 제방, 동물들의 위험지대는 아닐까?

 

한천을 정비하면서 둑 높이를 기존 둑보다 1m 이상 높여놓았다. 그리고 둑을 높인 곳에는 시멘트를 발라 도로를 만들었다. 차 한 대가 충분히 다닐 수 있는 길이다. 갈이나 지류 등에도 양편에 모두 길이 나있다. 차가 다닐 정도 넓이다. 이 길은 환경지킴이들이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다닌다고 한다.

 

차도를 낸 길에서 하천 바닥까지의 경사가 급하다. 그리고 하천 쪽 제방은 돌을 철망으로 막아 놓았다. 만일 이 경사진 곳에 작은 동물들이 들어갔다면 어떻게 될까? 큰 동물이라면 몰라도 작은 동물들이 소하천으로 물이라도 먹으러 들어가면,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 제방이 과연 환경을 생각하고, 작은 동물들까지 배려를 해서 만든 것일까 의구심이 생긴다. 결국 작은 동물들이 들어갈 수 없는 제방이라면, 생태계를 지켜낼 수가 없는 제방이다.

 

소하천으로 유입되는 물길을 조절할 수 있는 수문. 물이 역류할 것을 대비했다고 하지만, 장마 등으로 소하천에 물이 차 있을 경우 마을에서 빠져 나가야 할 물들이 나갈 수가 없어 침수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소하천 정비. 이미 직강화 한 많은 하천들이 사행천으로 바꿔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그런데 남한강변의 몇 개 지류 및 소하천을 돌아보면, 하천 바닥을 천편일률적으로 파헤쳐 오히려 생물이 살아가는데 지장을 주지는 않을까 우려가 된다. 모든 생물이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그날이, 바로 우리 인간들이 가장 살기 좋은 환경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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