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도통동에 자리한 천년고찰 선원사. 선원사는 신라 헌강왕 1년인 875년에 도선국사가 처음으로 창건을 했다고 전해진다. 도선국사는 남원의 지형이 주산인 백공산이 객산인 교룡산에 비해 지세한 허약한 것을 알고, 백공산의 지세를 높이고자 만복사와 대복사, 그리고 선원사를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이 신원사 경내에는 수령을 알 수 없는 모과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이 모과나무는 대웅전과 명부전 사이에 자라고 있으며, 어떤이는 수령이 600년이 지났다고도 하고, 어림잡아도 수백년은 지났을 것이라고들 말한다. 나무의 생긴 모습으로 보아서는 족히 수백년은 넘었을 것이란 생각이다. 이 모과나무는 가슴뫂이의 둘레가 2.5m 정도에 높이는 윗가지를 잘라냈다고 하는데도, 15m는 족히 되보인다. 이 모과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 재미있는 형상들이 보인다.


수령 600년이 되었다고 전해지는 남원 선원사 모과나무

옹이가 박힌 모과나무

모과나무의 표피에는 크고 작은 혹과 같은 돌기가 돌출이 되어있다. 그런데 그 모과나무에 돌출된 부분을 한참 쳐다보고 있노라면, 희안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안에는 사람들도 있고, 부처님도 계시다. 나한도 있고, 동물들의 모습도 보인다. 어떻게 이런 모습이 보이는 것일까?

물론 정말 그런 모습이 모과나무에 있을리가 없다. 허나 아주 오랜시간 이렇게 자라난 모과나무의 표핍에 돌출이 된 돌기들이 야읏한 형상을 만들고 있다. 그 모습을 들여다보다가 한참이나 신기해 한다. 오랜 새월을 지나면서 변해버린 모과나무.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온기를 받았을 테니, 변하기도 했을 것이다. 천년 넘는 세월을 오래도록 염불소리를 들었을 테니, 부처의 심성을 닮기도 했을 것이다.





세월의 흔적이 만든 기이함

사람들은 이 모과나무의 표면을 보고 많은 이야기를 한다. 누구는 저건 나한상을 닮았다고도 하고, 누구는 저런 좌불이라고도 않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바라보면 비슷한 것도 같다. 오랜 세월 스스로 그렇게 치유를 하기 위해 생긴 흔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만 보기에는 그 모습이 너무 기이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모과나무를 보고 발길을 멈추고는 한다.

나도 그 틈에서 바라본았다. 나름대로 구분도 해보는 재미가 있다. '저건 나한상, 이것 좌벙한 부처, 저건 토끼와 같다. 그리도 저건 영낙없는 두꺼비다'라고. 그런 재미를 붙이다 보니 선원사를 찾을 때마다 이 모과나무를 먼저 훑어보게 된다. 오늘은 또 무슨 형상을 하나 볼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에. 선원사 모과나무. 그렇게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었다면, 그 또한 덕을 쌓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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