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정전소동으로 많은 분들께 죄송한 마음
새벽 4시에 전기공사를 해준 분들께 감사하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동네가 옛 동네다보니 모든 것이 새로 조성된 아파트 등과는 많이 다르다. 한 마디로 구도심이기 때문에 건물들도 그렇고 모든 것이 옛 것에 가깝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전기문제이다. 길을 걷다보면 눈이 아플 정도로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전선을 보아도 이 마을이 얼마나 오래된 곳인지 알 수 있다.
예전에야 전기가 없어도 호롱불이나 촛불만 켜도 고맙게 생각하고 살았겠지만 지금 시대는 전기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대 아닌가? 우선 TV며 컴퓨터 등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냉장고며 에어컨, 선풍기 등 모든 것이 전기를 이용해야 한다. 그런 전기가 없다면 사람들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잠을 자고 있는데 방 안이 몹시 더운 듯하다. 창문을 열고 자는데도 불구하고 더워도 너무 덥다. 머리맡에 놓고 자는 휴대폰을 들고 시간을 확인했더니 막 새벽 4시가 지났다. 왜 이렇게 방안이 더울까 싶어 TV리모컨을 눌러보지만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이 새벽 시간에 정전이 된 것이다. 어제 밤에 비가오고 바람이 불더니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보다.
휴대폰을 이용해 전기 스위치가 있는 곳을 확인해보니 차단기가 그대로 있다. 그렇다면 집 안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새벽시간이지만 할 수 없이 한전에 연락을 취하고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밖에서 소리가 난다. 새벽 4시 15분이다. 연락을 한 지 10분 만에 한전에서 차가나와 전신주 가까이 사다리차를 댄다.
새벽시간에도 친절한 한전 직원들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고장신고를 받고 현장을 나온 한전직원들. 그 시간에 고가사다리차로 전신주 가까이 올라 조사를 하더니 퓨즈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그때부터 집 주변을 살피기 시작한다. 전압이 중간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전신주에서 집으로 연결 된 전선 중 한 곳에 이상이 있다고 한다.
집으로 들어오는 전기줄을 보니 육안으로도 선 하나가 끊어져 있는 상태가 확인된다. 살고 있는 곳이 경사가 심한 비탈길이라 사다리차를 놓고 작업을 하기가 수월치 않다. 그런데도 집 가까이에 사다리차를 붙여놓고 끊어진 전기선을 잇는 작업을 한다. 밑에서 보기에도 얽히고설킨 전깃줄 사이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 위험해 보인다.
작업을 하고 있던 중에 찻소리 소음에 한집씩 불이 켜지더니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새벽녘에 단잠을 깨운 것 같아 미안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작업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선을 잇고 나니 불이 들어온다. 현장에 도착해서 한 시간 정도가 흘렀다. 단지 퓨즈가 나갔다면 10분이면 마쳤을 공사를 한 시간이나 한 것이다.
그렇게 새벽시간에 나와서 공사를 하면서도 불편한 내색을 내지 않는다. 그 시간이면 아무리 대기 중이라고 해도 잠을 자다 나왔을 텐데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든다. 사소한 불편 하나가 이웃사람들에게 많은 불편을 주고 말았다. 끊어진 선을 잇고 나서 한전 기술자가 안전하게 내려왔다.
“왜 선이 끊어졌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요. 전기를 많이 쓰다보면 과열이 되어서 선이 끊어지기도 하고요. 바람에 선이 쓸려 선을 감싼 외피가 까지면서 끊어지기도 해요. 오늘은 임시로 조치를 해놓았으니까요. 낮에 시간을 잡아 다시 한 번 방문해 이런 일이 없도록 해드릴께요”
물론 직업이긴 하다. 하지만 새벽 4시에 신고를 받고 나와 한 시간 동안 공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담당자들. 이렇게 자신이 맡은 일에 소임을 다하고 있는 분들이 있어 우리가 편한 것은 아닐까? 책임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깨닫는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맡은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을 다할 때 우리사회가 밝아지지 않겠는가? 새벽을 밝힌 한전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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