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시 소성면 보화리 110 - 6번지에는 보물 제914호로 지정이 된 석불입상 2기가 전각 안에 나란히 서 있다. 야산중턱에 나란히 서 있는 2구의 석불입상은, 커다란 고목이 서 있는 뒤편에 전각을 짓고 그 안에 모셨는데, 백제시대의 불상으로 확인되었다.

두 불상은 모두 비슷한 형식과 양식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오른쪽 불상이 왼쪽 불상보다 약간 커서 원래는 삼존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른쪽의 큰 불상은 뒤편의 광배가 깨지고 대좌의 아랫부분을 잃어버린 것 외에는 완전한 모습이다.


눈이 파여진 2기의 석불입상

보화리는 정읍시 소성면사무소 가까이 있다. 보화리 석불입상을 찾아가니 야산에 한 폭의 그림같이 커다란 고목이 서 있다. 돌계단을 오르니 보물인 석불입상의 안내판이 있고, 곁에는 전각 안에 석불 2기가 가지런히 서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2기의 석불입상의 두 눈이 파여져 있다. 움푹 파여진 눈이 섬뜩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입부분도 파여져 있는 이 2기의 석불입상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기의 석불입상은 민머리에 상투 모양의 큼직한 소발이 솟아 있는데, 얼굴 역시 길고 풍만하며 부드러워 백제불상의 특징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이 불상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법의인데, 좌편견단으로 처리를 하였으며, 속에는 속옷과 아래엔 치마를 받쳐 입었다. 옷 주름들은 부드러우면서도 소박한 편으로 어깨나 손, 발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오른팔이 없어진 작은 불상도 같은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얼굴의 각 부분은 마모가 심하나 입가로부터 양쪽 볼에까지 미소를 짓고 있어 어린 아이와 같은 느낌이 든다.

정말 소경에게 눈을 주셨을까?

석불을 이리저리 돌아보고 뒤돌아 나오면서도, 두 눈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누가 저 부처님들의 눈을 가져간 것일까?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인지라 마을로 들어갔다. 마침 정자에 마을 어르신들 몇 분이 담소를 하고 계시다. 보화리 석불의 눈은 왜 그렇게 됐느냐고 물었으나 모르시겠단다. 언제부터 저렇게 눈이 파여져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아주 오래전부터 그런 모습으로 서 계셨단다.



팔이 떨어져 나가고 여기저기 흠집이 생긴 것이야 세월의 탓이라고 하겠지만, 두 눈을 저리도 움푹 파일 정도로 훼손을 시켰다면,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서 일부러 훼손이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일까? 차를 돌려 마을을 떠나다가 우연히 할머니 한분을 만났다. 그저 궁금하던 것이라 재차 물었다. 석불의 눈이 왜 없어졌느냐고.

할머니는 웃으시면서 ‘부처님께서 마을에 눈을 못 뜬 사람들이 있어서 주셨나 보지’. 그랬을까? 부처님께서 두 눈이 먼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의 두 눈을 시주를 하셨을까? 그렇게라도 대답을 들으니, 속이 좀 시원하다.



두 분 부처님의 눈은 도대체 누구에게 시주를 하셨을까? 아니면 세상이 하도 추악한 모습들이 많아 스스로 눈을 멀게 하셨을까? 그도 아니면 부처님의 두 눈을 누가 훔쳐갔나? 대답 없는 석불의 얼굴에는 자비가 가득하다. 그저 그렇게 온 세상을 다 보겠다는 듯. 아마도 눈이 있으면 한부분만 보겠지만, 마음의 눈으로 온 세상을 어루만지기 위해 눈을 없앤 것은 아닌지. 그 큰 뜻을 감히 누가 짐작이나 할 것인가? 대답 없는 두 분 석불입상 쪽을 바라보니, 저녁 해가 설핏 넘어가고 있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