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쓰레기가 예술작품으로 승화되었다
수원은 지금 쓰레기와의 한 판 ‘전쟁과 사랑’을 겪고 있다. 길가마다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거나 마구 섞어 버린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아, 여기저기 쓰레기더미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일부 사람들은 맹목적으로 그런 시의 방침을 비난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한 번 겪어야 할 홍역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무분별한 쓰레기의 무단투기를 방치하란 말인가? 그리고 언제까지 그런 몰지각한 양심으로 인해, 시민들의 혈세를 탕진하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이렇게 쓰레기와의 한 판 승부를 하고 있는 요즈음, 쓰레기를 이용해 예술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바로 영동시장 2층에 있는 아트포라 회원들의 쓰레기 재활용 소식이다.
아파트, 주택가에서 들고 온 쓰레기들
아트포라 공간 한편 바닥에 비닐천을 깔고, 그 위에 물감 칠을 한 조형물들이 놓여있다. 여행용 가방도 있고, 버려진 흔들의자도 보인다. 그런가하면 부수어진 새장들과 마네킹도 있다. 그런 것들이 모두 쓰레기로 버려진 것들이다. 그런데 이 쓰레기를 주어다가 칠을 하고, 여러 가지 치장을 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무엇이 그립습니까?’
이 쓰레기들의 제목이다. 쓰레기더미에서 주어 온 물건들이 새롭게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것이다. 가방은 옛 여행이 그리운 것을 상징한다고 한다. 마네킹은 칠이 되어 머리위에 나비를 부쳤다. 어릴 적 동심을 그리워하는 것이란다. 산과 들을 뛰어다니면서, 자연을 벗 삼아 놀던 어린 시절. 마네킹은 바로 나 자신의 어린 시절이 된 것이다.
흔들의자 위에는 곰 인형 한 마리가 놓여있고, 흔들의자 다리 밑에는 스키가 붙어있다. 스키를 타러 다닐 때를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버려진 아기침대는 다시 조형이 되었다. 어린 아기 때, 혹은 자신의 어린 아이들을 그리워하는 것일까? 그렇게 쓰레기가 예술작품으로 승화되어 새 생명을 얻었다.
버리면 쓰레기 모으면 자원은 철칙
이 작품들은 아트포라의 빈 공간을 채워줄 것이라고 한다. 혹은 시장 안과 지동교 인근에 조형물로도 설치가 된다고 한다. 행궁 앞에서 벌어지는 수원화성국제연극제 한 편에 쉼터로도 이용된다고 한다. 아트포라 회원들의 머릿속에서 나온 기가 막힌 발상이다. 쓰레기가 예술작품으로 다시 생명을 얻었다는 것이다.
‘버리면 쓰레기가 되지만, 모으면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입니다’. 이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점점 아름답게 변해가는 작품들을 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자원을 길거리에 버리고 있는가를 반성해야 한다. 쓰레기와의 전쟁은 결국은 바보 같이 버려진 양심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젊음의 손길에서 생명을 얻어
이렇게 주어 온 쓰레기들을 빈 공간과 쉼터의 예술작품으로 만드는데 열심인 젊음들이 있다. 비로 수원영리더스아카데미 회원들이다. 수원에 주소지를 둔 학생들이거나, 수원에 소재한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로 구성된 봉사단체이다.
현재 영리더스아카데미 회원들은 수원의 네 곳에 나뉘어 봉사를 하고 있다. 지동교 위에서 열리는 일요체험장과 영동시장과 아트포라, 수원역전시장, 그리고 ‘생태교통수원2013’의 현장이다. 영동시장에는 모두 15명의 영리더스아카데미 회원들이 봉사를 하고 있으며, 이들은 전통시장과 예술을 접목시켜 새로운 시장문화를 창출하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저희들은 그동안 아트포라와 영동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고민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시장에 오셔서 길을 묻거나 점포를 물어보시기도 하죠. 그래서 저희들이 토의를 거쳐 시장점포 지도와, 길 입구 표지 등을 제작할 것을 시장 측에 건의도 했습니다.”
영동시장 아카데미의 김주연(중앙대) 단장의 설명이다. 이날 쓰레기재활용 예술작품을 만들기에는 이금희(아주대), 신혜미(경기대), 인덕근(아주대), 김성빈(한신대), 임수영(동방여대) 등이 작업에 참여를 했다. 젊음의 손길에 의해서 버려진 쓰레기들이 새롭게 변화를 하고 있는 현장이다.
이들 작업에 참여를 한 젊음들은 이야기를 한다.
“봉사를 하다가 보니 자신감이 생기고 매사에 당당해졌다”
“절친한 사람들과의 만남만 있었는데, 폭 넓은 사교력이 생겼다”
“낯가림이 심했는데 매사에 자신감을 얻었다”
“기획 등을 할 수 있는 실력이 생겼다”
“잊고 있었던 미술적 재능감을 되찾았다”
봉사도 하고 자신이 사회에 나아가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응용력이 생겼다는 젊음들. 이들의 손길에서 변화한 볼품없던 쓰레기들의 새생명 얻기. 이 시대에 우리가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닐까? 행궁 광장과 시장통에서 만나볼 생명들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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