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진목리 산 7-3에 소재한 대한불교 조계종 대각사(주지 정호스님). 절 주변을 돌아보면 지명들이 재미있다. 산골, 가마골, 생골, 팔무당골 등이다. 높지 않은 산 중턱에 커다란 대웅전이 번듯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대각사 주변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수가 있다. 28일은 음력 715일 백중절이다.

 

백중 때가 되면 체소와 과일 등이 수확을 할 수 있는 시기로, 100가지 과실이 나온다고 하여 백종(百種)일이라고도 했다. 이날은 망혼일, 혹은 불가에서 우란분절이라고 부른다. 우란분절에 불가에서는 하안거를 해제하고, 망자들을 위한 제를 올린다.

 

우란분절의 의미는 이러하다. 예전 목력존자가 있었는데, 어머니가 지옥에 있는 것을 알고 부처님께 어머니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부처님은 백가지 과일과 꽃을 차려놓고 스님들을 청해 우란분회를 열어주라고 일렀다. 신라나 고려 때는 이 우란분절을 민가에서도 행했으나, 조선조에 들어 민가에서는 사라지고 사찰에서의 풍습만 남게 되었다,

 

 

 

 

 

스스로 작은 깨달음을 얻다

 

대각사.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절일까? 28일 아침 대각사를 찾아갔다. 대각사의 주지정호 스님은 ‘()나눔과 비움의 이사장직을 맡고 계시면서 오산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인가 대각사의 신도들 중 많은 사람들이 오산에 거주하고 있다. 60평 정도의 대웅전을 가득 채우고, 자리가 부족해 대웅전 앞에도 신도들이 자리를 잡았다.

 

천수경으로 시작한 우란분절 예불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정호스님의 독경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미 불교계에서는 소문이 자자한 분이다. 우란분절을 취재하겠다고 찾아 나선 대각사에서 괜히 코끝이 시큰해진다. ‘나는 그동안 남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해왔을까?’ 절로 고개를 떨어트리게 된다.

 

정호스님의 낭랑한 독경소리에 그동안 살아왔던 날들을 참회한다. 꼭 참회진언을 외워야만 참회가 되는 것일까? 순간적으로 나의 모자람이 더 더욱 마음 아프다. 우란분절 예식이 시작되기 전,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스님과 나눈 대화에서 정호스님이 다문화가족을 비롯해 주면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나눔을 실천했는가를 이미 들었기 때문이다.

 

 

 

 

 

우란분절의 장엄을 만나다

 

우란분절은 조상들을 위하는 예식이다. 신도들은 제사상에 나아가 절을 올린 후, 향을 한 개 피씩 손에 들고 정호스님의 뒤를 따라 대웅전을 한 바퀴 돈 다음 대웅전 앞마당을 지그재그로 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상차림의 향로에 향을 꽂은 후, 모두 합장을 하고 돌아가신 분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한다.

 

장엄,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우란분절 법회는 말 그대로 장엄이었다. 우리 민가에서는 백중일이 되면 김매기가 다 끝나게 된다. 하기에 이 절기에는 호미를 잘 씻어 다음해에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호미를 씻어 낭대(=農旗)의 버레줄에 매달아 놓는 호미걸이를 한다.

 

 

 

 

이날은 집집마다 농사를 짓느라 고생한 머슴들에게 돈을 나누어 준다. 이 돈을 백중돈이라고 했다. 돈을 받은 머슴들은 장으로 나오는데, 이날 열리는 장을 백중장이라 불렀으며 머슴장이라고도 한다. 이날 장터에서 열리는 많은 놀이를 백중놀이라고 했으며, 백중놀이의 가장 큰 놀이판은 역시 씨름판이었다.

 

백중장을 볼 수도 있는 날인데 그 모든 것을 마다하고 굳이 찾아간 대각사. 절 이름이 괜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부처의 마음을 몸소 실천하고 계신 정호스님. 대각사 우란분절에서 난 작은 깨달음 하나를 얻었다. 바로 나눔과 비움이라는 화두를 가슴에 품고 돌아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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