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사불산 대승사에서는 입을 꼭 다무세요
2011. 7. 2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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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어도 매번 그자리/사지, 사찰
사불산(四佛山) 대승사. 경상북도 문경시 신북면 전두리에 소재한 고찰이다. 대승사는 신라 진평왕 9년인 587년, 비단보자기에 쌓여 사면에 불상이 새겨진 바위가 공덕봉 꼭대기에 내려앉자, 임금이 바위 곁에 절을 세운 것이 창건 기원이다. 현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8교구 직지사의 말사로, 병풍처럼 둘러친 사불산의 자락 안에 자리한다.
『삼국유사』 권3 <사불산조>에 기록에 의하면 임금이 이 사면바위에 와서 절을 하고, ‘대승사’라 사액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기록으로 보아 대승사라는 사명으로 전래한 것이, 벌써 1430년 정도나 된 고찰이다. 진평왕은 망명비구에게 사면석불에 공양을 올리게 하였는데, 망명비구가 입적을 한 후 무덤에서 한 쌍의 연꽃이 피어났다고 전한다.
‘묵언수행’을 하는 대승사
7월 22일 금요일. 아침 일찍 대승사로 향했다. 3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대승사. 몇 번이고 주변까지 찾아가 보았지만, 정작 대승사 일주문을 들어선 것은 처음이다. 작은 일주문 앞에는 ‘사불산 대승사’라고 적혀있고, 안쪽에는 ‘불이문(不貳門)’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불이문을 지나니 넓은 주차장이 나타난다. 대승사의 살림을 맡아하는 원주스님이 마중을 나오셨다. 공양간 한편에서는 아궁이에 커다란 솥을 걸고 불을 끓이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아궁이다. 장작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른다. 이 복중에 아궁이에 불을 때 공양을 지어야 한다니. 그래도 옛 정취가 있어 좋다는 생각이다.
대승사 일주문인 불이문과 주차장 위에 놓인 장독대
이 목각후불탱화는 나무를 깎아 돋을새김을 하고, 중앙에는 광배와 연꽃을 새겨 넣었다. 그리고 별도의 나무로 깎은 아미타불이 안치되어 있다.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라다만 보아도 대단한 작품이라는 느낌이다.
대승사 대웅전과 보물 목각탱화, 그리고 대웅전의 꽃창상과 대웅전 앞에 서 있는 향나무
대승사 꽃밭에서 만나 나비와 응진전, 그리고 응진전에 모셔진 나한상과 스님들이 수행을 하는 공간
공양간 앞에 놓인 동판을 친다. 나무망치로 치는 동판은 둔탁한 소리를 낸다. 여기저기서 스님들이 공양간으로 모여든다. 그리고 발우에 면과 짜장을 받아 섞는다. 한 그릇을 다 드시고 조금 부족하신 듯하다. 면을 더 넣어 드신 후 선원으로 돌아가는 스님들. 그 뒷모습이 참으로 한가해 보인다.
한 여름에 아궁이에 불을 때서 면을 삶아낸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수행이란 생각입니다
선원에 계신 스님들은 묵언 수행중이라 ‘맛있다’라는 말씀도 못하신다. 일을 보시는 스님이 오셔서 대신 말씀을 전하신다. 아마도 묵언 중이 아니시라면 꽤 많은 칭찬을 받았을 것을. 그렇게 공양을 하기 위해 찾아간 문경 대승사. 언젠가는 스님들의 생활을 소개할 수 있는 날이 올 수가 있을까? 점점 멀어져 가는 스님들의 뒷모습이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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