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한 그릇 기분 좋게 먹으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늘 이런 생각을 하고 밥을 먹기 때문인지, 찾아가는 집마다 밥이 맛이 있다. 일부러 소문난 집을 찾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들어가는 집마다 사람들로 그득하다. 이런 집은 별 걱정 없이 주문을 해도 좋다는 생각이다. 경기도 광주시 오포에 일이 있어 가던 길이다.

 

수원시 상인연합회 최극렬 회장과 영동시장 아트포라 김춘홍 작가, 그리고 수원시의회 전애리 의원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잘 지은 한옥 구경을 가자고 해서 따라나선 길이다. 오포 삼거리에서 도편수인 이춘수 대목장을 만나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에 있는 한옥으로 향했다. 한옥을 앞에 두고 마침 점심시간이라, 신현3503-5에 소재한 원조 할매 옛날 보리밥집을 찾아갔다.

 

 

점심시간에는 자리가 나기 무서워

 

사람들이 줄지어 드나든다. 밖에는 보리밥을 먹기 위해 연신 타고 온 차들을 정리하느라 주차요원들도 땀을 흘린다. 점심시간만 되면 매일 이렇게 분주하다고 한다.

이 집은 비빔밥에 사용하는 나물들도 직접 재배를 한 것을 이용한다고 해요. 딴 비빔밥 집들하고는 다르죠.”

이 집으로 안내를 해준 이춘수 도편수의 말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연신 사람들이 나가고 난 뒤 상을 치우느라 분주하다. 꽤 자리가 많은 식당 안이 빈 자리가 별로 없다. 보리밥은 8,000원이다. 간단한 밑반찬과 함께 깨죽을 한 그릇 준다. 보리밥과 나물이 나왔다. 8가지나 되는 나물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담백한 맛에 취하다

 

원조 할매 옛날 보리밥의 찌개는 두 종류가 나온다. 청국장과 된장찌개이다. 청국장 맛이 남다른 것도 직접 담가서 사용한다고 한다. 거기다가 집에서 만든 두부의 맛도 볼 수가 있다.

 

이 집은 참 음식이 담백합니다. 그래서 자주 찾아오죠. 사람들은 모두 유기농이라고 떠들어대지만 글쎄요, 눈으로 보이지 않는데 유기농을 믿을 수가 있나요. 이 집은 직접 재매하고 그것을 이용해서 조리를 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가 있죠. 그래서 이 집을 자주 찾아오고는 합니다.”

 

 

곁에서 밥을 먹던 사람이 일행에게 하는 말이다. 아마 이 사람들도 우리처럼 이 집을 처음으로 찾아왔는가 보다.

 

나물을 한 가지씩 넣고 고추장에 참기름까지 치고 비벼보았다. 보리밥의 구수한 냄새가 상 위에 가득하다. 잘 비벼진 밥을 한 입 먹고 음미를 해본다. 담백한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청국장 또한 그리 심하게 냄새가 나질 않아 좋다. 텁텁한 된장국도 옛날 어머니의 장맛이 생각나게 만든다.

 

집에서 직접 만들었다는 두부를 양념장에 찍어 먹어본다. 이 맛도 시중에서 파는 두부보다 깊은 맛이 느껴진다. 얼른 상에서 물러나 한옥 구경을 해야 하지만, 아직은 조금 더 그 담백함을 느끼고 싶다. 상을 물리고 밖으로 나오려는데, 출입구 앞에 작은 소품들이 정겹다. 이래저래 기분 좋은 점심 한 그릇을 먹었다. 그래서 기분 좋아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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