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술 담는 여자 이순덕 주조장을 만나다.
“아버님이 평안도분이세요. ‘보생이’라는 말이 평안도 사투리로 양념그릇을 뜻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가게 이름을 ‘미감보생이’라고 지었어요.”
영동시장 2층 작가들의 공방인 아트포라에 술을 담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찾아보았다. 지난 해 새로 입주를 했다는 이순덕씨. 2013년 5월 대한민국 국제요리 경연대회 라이브 부분과 전시부분 금상, 2013년 5월 국제요리 경연대회 전통주 부분 경기도지사상 수상, 10월 전주비빔밥축제 전국요리경연대회 전라북도 도지사상 수상, 2014년 4월 한국음식관광박람회 궁중음식부분 국무총리상 수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렇게 술을 담는 사람이 아트포라에 입주를 한 것은, 아트포라 고문인 김춘홍 단장의 권유에 의해서이다. 아트포라가 다양한 작가들을 섭외하고, 영동시장만의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영입한 사람이 바로 술을 담는 이순덕씨이다.
“우리 술은 대화를 해요”
“경장주(瓊奬酒)라는 술이 있어요. 이 술은 계명주와 함께 서왕모가 백운가를 불러 멀리 있는 마을을 놀라게 했다는 술이죠. 이 술은 멥쌀과 참쌀, 누룩, 물 등을 이용해 담는데 우리 술은 같은 재료를 갖고 언제 담느냐, 혹은 며칠이나 담아 놓느냐, 그리고 비율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각기 이름과 술맛이 달라집니다.”
아트포라 2층에 술독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의아해 한다. 그것이 술독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가 않다. 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도대체 술이 어떻게 숙성이 되고, 얼마나 노력을 해야 하는지도 구별이 가질 않는다.
“우리 술들은 모두 대화를 해요. 저는 아침에 출근을 해서 문을 열면 한 번씩 술독들과 이야기를 합니다. 밤사이에 혹 무슨 일은 없었는지 안부를 묻기도 하고요. 우리 전통주는 큰 소리를 내는 것도 안된다고 하잖아요. 제가 이곳에서 술을 담는 이유도 이곳이 늘 음악이 흐르기 때문이죠. 술도 좋은 음악을 들으면 맛있게 익는다고 하거든요.”
예전에 우리나라의 전통주를 취재한 적이 있다. 문경에서 만난 한 어르신이 “나는 아침마다 술독이 있는 방에 들어가려면 꼭 헛기침을 한 번 하도 들어갑니다. 술은 살아있다고 하기 때문에 술들을 놀라게 하지 않기 위해서죠. 자칫 잊고 그냥 들어가면 술들이 놀라서 술 맛이 떨어진다고 합니다.”라고 한 적이 있다. 그 말이 그때는 영 이해가 되질 않았다.
선물 상품으로는 최고로 치죠
이순덕씨는 술을 담근 지 6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숱한 노력을 하면서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 애를 먹었단다. 이제는 전통음식연구소에서 배운 맛있고 좋은 술을 생산하는데 전력하고 있다.
“우리 술은 정말 살아있어요. 희석주는 많이 마시면 건강을 해롭게 하잖아요. 하지만 우리 술을 마시면 단전에서 뜨거운 기운이 올라옵니다. 희석주 등은 열이 단전 위로 올라오고, 우리 술은 단전 아래에서 기운을 만드는 것이죠. 그래서 예전 어른들이 우리 전통주를 만들어 마셨다고 보아야죠.”
몇 날을 이야기를 해도 우리 술에 대한 이야기는 그치지 않을 것만 같다. 전통주는 그 만드는 방법에 따라 한약재들을 넣기도 한단다. 전통주 중에 봄 ‘춘(春)’지기 들어간 술들은 겨울 내내 숙성을 시켜 봄에 마시기 때문에 봄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경액춘, 낙산춘, 노산춘, 동정춘, 백화춘 등은 모두 봄에 마셔야 그 진한 술맛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저는 술을 담아서 술 한 병하고 안주로 소고기 육포를 직접 가공한 것을 묶어서 5만 원 정도에 판매를 하고 있어요. 아트포라에서 많은 분들이 선물상품으로 구입을 해주시기 때문에 술독을 늘려야 할 것 같아요.”
이야기를 하면서 내린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술 한 잔을 따라준다. 입안에 느끼는 향이 온몸에 전해진다. 옛 선인들이 술을 직접 담가 마셨다는 이유를 알만도 하다, 이번 명절에는 몇 병 구입을 해야겠다. 이렇게 좋은 우리 술을 놓아두고 딴 것을 먹어야만 할까? 예전 스승이신 고 박동진 명창이 생각난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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