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금강가에 소재한 공산성은 백제시대의 산성이다. 총 길이 2,200m의 공산성은 포곡형 산성으로 백제 문주왕이 475년에 웅진(공주)으로 천도하여 64년 동안 백제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인 공주를 보호하기 위해 쌓은 성이다.

 

공산성을 한 바퀴 돌다가 보면 금강 가에 접한 가파른 산성 길을 걷게 된다. 금강 쪽이나 성 안쪽 모두가 급격한 경사로 이루어져, 이곳의 성곽은 1m 남짓하게 쌓아올렸다. 금강을 이용해 적이 침입을 한다고 해도, 이렇게 험한 곳으로는 범접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는 만하루

 

그 가파른 성 길을 따라 내려오면 밑에 정자가 보인다. 만하루는 공산성을 방비하는 군사적 시설과 경승을 관람하는 누각의 구실을 겸하고 있는 정자이다. 만하루를 지나면 다시 경사가 진 곳을 오르게 되기 때문에, 이 정자가 더 돋보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만하루는 조선 후기인 영조 때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1982년에 홍수로 매몰되었던 터를 발견하면서 1984년에 측면 2, 정면 3칸의 건물로 복원하였다. 8각으로 다듬어진 초석이나 기단석, 디딤돌 등은 당시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였다는 만하루. 성을 한 바퀴 돌아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는데, 정자에 오르니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온다. 때마침 주변에서 작업이라도 하는 것인지, 인부 10여명이 정자에 올라 휴식을 취하고 있다.

 

만하루에 오르면 금강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양편 성벽을 자리 잡아 고목 한 그루가 서 있다. 아마 이런 절경에서 금강을 바라보면서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글이라도 한 자 남겼을 터인데, 정작 정자 안에는 그러한 글 한귀를 찾아볼 수가 없음이 아쉽기만 하다.

 

 

 

 

금강의 물을 이용한 연지(蓮池)

 

만하루와 성내의 절인 영은사 사이에는 연지라는 못이 있다. 이 연지는 금강 가까이에서 물을 확보할 수 있는 지형상의 조건을 이용한 것이다. 연지를 보면 이 연못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붕괴를 막기 위해 돌로 계단식의 축대를 쌓아 올렸다. 깊은 연못에 연꽃이라도 만개했었을까? 그 이름을 연지(蓮池)라고 부른 것을 보면.

 

연못의 북쪽과 남쪽에 계단을 놓아 수면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한 것도 알고 보면 이 연못에 연꽃이 있었음을 그려 볼 수 있다. 만하루에서 내려다보는 연꽃이 조금은 아쉬워 직접 연못 수면으로 내려가 연꽃을 관람하였을 것이다.

 

 

 

요즈음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을 눈으로만 보는 것은 아닐까? 문화재 답사를 하다가보면 괜히 그런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것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텅 빈 연못이지만, 옛 모습을 그려보면 절로 흥이 난다.

 

날도 더운데 땀 흘리며 왜 길을 나서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나 마음으로 보는 문화재는 그 아름다움을 글로는 표현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조금은 답답하기도 하지만. 하지만 마음의 눈을 열고 보면 그 문화재의 이름다움을 보고, 그 소중함을 깨닫기 때문에 길을 나서게 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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