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장이라고 하면 누구나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시끌벅적 한 것을 생각한다. 그러나 오래된 5일장이 장사꾼 10여 명에, 찾는 사람도 한가하다고 하면 이해가 안 될 것이다. 그런 5일장인 여주 대신장을 찾아갔다. 4일과 9일에 서는 대신장은 대신면사무소 앞에 선다. 고작 장사꾼 몇 사람과, 장을 찾는 이 몇 사람이 장터 안에 있는 모두이다. 다 합해보아야 20명 남짓하다. 5일장의 한가한 모습이다.

 

한 때 중단했던 대신장

 

장이라고 돌아볼 것도 없다. 한 눈에 다 들어온다. 장에서 만난 이창호(70·여주군 대신면 율촌1리) 어르신은 대신장이 한 때 중단 되었었다고 하신다.

 


 

"대신장은 중단 되었다가 다시 시작한 지가 한 60년 되었네. 내가 소학교(초등학교) 다닐 때 몇 년 장이 서지 않다가 다시 시작했지."

"그 때는 지금보다 장이 컸나요?"

"그 때도 지금보다 별로 크지 않았지. 그래도 5일장이라 살만한 것들은 다 나와."

 

장을 둘러보니 젓갈 등 찬을 파는 노점, 과일, 건어물, 옷, 채소, 양말 등을 파는 노점, 생선, 이불, 그리고 한 쪽에 뻥튀기가 다다. 5일장치고는 정말 규모가 작다.

 

"항상 이 정도였나요?"

"백중장은 꽤 크게 서지. 씨름판을 벌이기도 하니까. 그 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어"

"장사하시는 분들은 항상 오시는 분들인가요?"

"그럼, 이 인근에 사시는 분들이지. 양평, 양수리, 지평 등에 사시고."

 

장꾼들의 사는 곳까지 훤히 꿰고 계시다. 그만큼 작은 장이다. 한창 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한 편에서 '뻥'소리와 함께 자욱한 김이 일어난다.

 

 

대를 이은 뻥튀기 아저씨

 

5일장에서 그래도 인기가 최고인 것은 뻥튀기다. 뻥튀기를 하는 장창근(49·양평군 지평면)씨는 대를 이어서 5일장마다 다니며 뻥튀기를 한단다. 딴 곳은 한가한데 비해, 뻥튀기를 하는 곳만 사람들이 늘어선다. 쌀이며 누룽지를 갖고 와 뻥튀기를 해가려는 것이다. 간식으로는 역시 튀밥이 최고라고 한다.

 

"얼마나 뻥튀기를 하셨어요?"

"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노는 날과 방학을 하면 아버지를 따라 다니면서 했어요. 2대 째 하고 있죠."

"꽤 오래 하셨겠네요?"

"벌써 한 30년 넘게 했어요."

 

깡통에는 쌀과 누룽지를 담은 것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다. 뻥튀기 기계도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고 한다. 이 곳 대신장을 장날마다 오래 다니다가 보니, 주변 사람들과도 흉허물이 없이 지낸다. 맞은편에서 젓갈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가 한 마디 거든다. 장창근씨의 형님도 뻥튀기를 하는데, TV에도 나왔다는 것이다.


 

대를 이은 뻥튀기, 그래도 자랑스럽다

 

많이 튀길 때는 하루에 100번 정도 뻥튀기를 했다고도 한다. 그러던 것이 점차 줄었다가 한 4~5년 전부터 다시 늘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사 먹이는 과자가 믿음이 가질 않는다는 어머니들이, 튀밥으로 간식을 마련하기 때문이란다.

 

"기계가 오래 묵은 것 같아요."

"아버님이 쓰시던 것이죠. 이 기계는 처음 나온 것이라는데, 쇠가 지금 것들 하고는 달라요. 단단하고 좋죠.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다는 것이 좋기도 하고요. 골동품이죠 이제는."

"장마다 매번 나오시나요?"

"아닙니다. 봄, 가을, 겨울에는 장에 나오고, 여름에는 덥기도 해서 건축 일을 하고 다니죠. 여름에는 뻥튀기도 잘 안되고요."

"몇 분에 한 번씩 튀기나요?"

"처음에 기계가 열을 받지 않으면 10분 정도 걸리고요. 그 다음에는 한 7~8분 정도 돌려요. 요즘에는 하루에 한 30~40번 튀기죠."


 
아버지의 뒤를 이어 뻥튀기를 하면서 5일장을 다니지만, 자랑스럽다고 한다. 주로 여주 대신장, 양평 지평장과 용문장을 다니면서 뻥튀기를 한다는 뻥튀기 아저씨 장창근씨. 장을 찾는 사람들은 참 근면한 사람이라고 칭찬들을 한다. 5일장마다 뻥튀기를 하기 위해 기다린다는 사람들.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뻥"하고 자욱한 흰 김을 내면서 튀밥이 나온다.

 

"저 사람은 남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지. 저렇게 튀겨서 부풀러 주잖아.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저 돈도 저 기계에 넣고 한번 튀겨보았으면 좋겠어."

 

너털웃음을 웃는 어르신들의 웃음이 있어, 더욱 좋은 5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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