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통 느티나무 사고로 돌아본 수원보호수

 

26일 참담한 소식을 전해들었다. 수령 530년이 된 영통 단오어린이공원에 자라던 느티나무가 강한 비에 하중을 이기지 못해 가지가 찢겨 나간 것이다. 이 나무는 한국의 아름다운 나무 100선에 꼽힐 정도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으며, 아주 오래전부터 주변 사람들이 신령한 나무로 위함을 받던 나무이다.

 

최근에는 이 나무에서 영통청명단오제라고 하여 매년 단오 즈음에 마을주민들이 모여 당산제를 지내고 마을의 축제를 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올해 13회 째를 맞이한 청명단오제를 끝으로 사실 이 나무 주변에서 열었던 창명단오제는 막을 내렸다고 보아야 한다. 굳이 그 의미를 전승하기 위한 축제라면 가능하지만 말이다.

 

수원에는 모두 24그루의 보호수가 있었다. 그 중 가장 많은 수종이 바로 느티나무이다. 24그루의 보호수는 향나무 2그루, 은행나무 2그루, 느티나무 19그루, 소나무 1그루이다. 느티나무 19그루는 장안구 6그루, 권선구 1그루, 팔달구 6그루, 영통구 6그루가 있었는데, 그 중 영통구에 있던 가장 아름답다는 느티나무가 화를 입은 것이다.

 

 

당산나무의 의미?

 

30여 년 동안 전국을 다니면서 문화재답사를 하다보면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많은 나무를 만나게 된다. 그 중에는 천연기념물도 있고 보호수도 있다. 흔히 동구나무라 불리는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나무는 느티나무가 가장 많다. 이 나무들은 수령이 500년 이상인 것들이 상당수 있어 마을에서는 이 나무들을 당산나무, 서낭나무 등으로 부르고 있으며, 이 나무를 신령스럽게 여겨 나무에서 목신제, 거리제, 서낭제, 당산제 등을 지내곤 했다.

 

마을입구에 서 있는 느티나무 한 그루. 이 나무들은 단지 수령이 오래된 나무가 아니다. 그 나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힘이 깃들어 있고, 그 힘으로 인해 마을이 평안하고 마을에 사는 주민들의 안과태평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하기에 마을에서는 음력 정월이나 10월 제를 지낼 때가 되면 당산나무 주변을 말끔히 청소하고 금줄을 묶어 사람들의 접근을 금지시킨다.

 

제를 지내기 전 일주일 전쯤에 금줄을 치고 나면 사람들은 신목 가까이 가지 못한다. 그리고 제관을 선정할 때도 집안에 달거리를 하거나 임산부가 있는 집은 피한다. 제를 지내는 날이 되기 전 제관은 냉수에 목욕하고 바깥출입을 삼가며 근신하다가 제에 임한다. 이 모든 것을 지금까지도 산신제나 목신제, 서낭제, 당산제 등을 지내는 마을들은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마을의 안녕과 가내의 안과태평을 기원하기 위한 신성한 의식이기 때문이다.

 

 

지동에 자라고 있는 수령 555년의 느티나무

 

팔달구 지동에는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자라고 있다. 팔달구 지동 231~3에 소재한 한 그루는 수령 505년이 되었다. 지동 465에 소재한 느티나무는 수령 555년이 된 나무이다. 두 그루의 나무를 마을에서는 할아버지나무와 할머니나무라고 부른다. 이 나무도 마을에서 위하던 나무이다.

 

수령 505년이 된 나무는 가지를 뻗고 잘 자라고 있다. 가지가 찢어지지 않도록 와이어 줄을 이용해 서로 붙들어 매어 놓았다. 수령 555년의 또 한 그루는 외과수술을 했다. 가지 한편은 고사하고 한편만 살아있다. 이 두 그루의 느티나무는 주택가 안제 저리하고 있어 각별한 보호가 필요하다.

 

이웃하고 있는 두 그루의 느티나무를 찬찬히 살펴본다. 항상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수를 만날 대마다 화가 나는 것은 나뭇가지에다 전선을 걸어놓거나 나뭇가지 사이로 많은 전선이 지나고 있다는 점이다. 당연히 나무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그루 앞에는 쓰레기들이 쌓여있다.

 

처음 지동에 왔을 때 주변 정비도 안 돼 있고 주변이 온통 쓰레기들로 차 있었어요. 세상에 이런 동네도 다 있구나? 할 정도로요” 27일 오전에 만난 지동행정복지센터 박란자 동장은 지금은 많이 좋아진 것이라고 하면서, 영통 느티나무 소식을 듣고 아침에 지동 느티나무를 돌아보았다고 한다.

 

우리가 보호수로 지정한 나무들은 단지 수령이 오래된 것만이 아니다. 그 주변에서 지역주민들이 섬기는 각종 제의식이 열렸고, 그 의식을 통해 마을의 안녕과 가내의 안과태평을 기원했다. 단순한 나무가 아닌 신성한 힘을 가진 생명체라고 믿었다는 점이다. 이제라도 수원의 보호수들에 대한 철저한 보존 대책을 세워야한다. 한 번 망가진 나무는 다시 회생시키려면 또 500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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