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리며 하는 고찰답사로 여름을 난다

 

날이 무덥다, 올 여름은 유난히 무덥고 길다고 한다. 아침부터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16일부터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온다고 하더니 그래서인가 날도 꽤 습한 듯하다. 이렇게 날이 무덥고 습해 온몸이 끈적거리는 날은 그저 어디 바닷가로 찾아가 시원한 물에 몸이라도 담그고 싶다.

 

그런 더위에도 햇볕에서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그저 잠시라도 어디 시원한 그늘로 피하고 싶어 한다. 일을 하다말고 팔달구 우만동에 소재한 봉녕사에 볼일이 있어 들려보았다. 이 무더위에도 절을 찾는 사람들이 꽤 많아 보인다. 꼭 그 사람들이 종교적인 일 때문에 찾아온 것이 아니라는 것은 그들의 행동으로 보아서 알 수 있다.

 

불자 같으면 당연히 절 입구를 들어서면서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할 텐데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구경을 한다. 요즈음 봉녕사는 많은 불사를 했다. 종각 앞에는 금라라는 문화원 건물이 새로 지어졌다. 봉녕사 용화각에 들려 볼일을 보고 돌아 나오려다가 숲길로 잠시 접어들었다.

 

숲속에 들어서자 그동안 맡지 못했던 풀내음과 숲의 독특한 향이 코를 간질인다. 몇 발 걷지 않았는데도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는 듯하다. 한 여름철이 되면 유난히 산과 계곡을 좋아해 찾아가는 나로서는 광교산 계곡을 몇 번씩 찾아가고는 한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의 맛을 알기 때문이다.

 

 

 

고찰 답사에서 만나는 숲의 시원함

 

이 더위에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나는 한 여름철 고찰답사(古刹踏査)를 많이 하는 편이다. 우선 고찰을 찾아가면 주변 경관이 일품이다. 대개 산 속에 위치한 고찰들은 주차장에서 얼만 큼을 걸어야 한다. 차로 이동을 하지 않는 나로서는 남들보다 몇 배의 거리를 더 걸어야하고 그만큼 더 많은 땀을 흘린다.

 

걷는 동안은 당연히 힘이 든다. 일반적인 평지를 걷는 것도 아니고 산길을 걸어야 한다. 기거다가 비라도 온 뒤에는 습한 기운이 가득한 숲길에서는 땀이 몇 배로 흐른다. 사람들은 비가 오고 난 뒤 숲속으로 들어가면 더 시원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숲속은 습하기가 짝이 없다. 그래서 더 많은 땀을 흐른다.

 

 

그렇게 땀을 비 오듯 흘린 후 절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시원한 물이 솟는 샘이다. 어느 절이 되었던지 산속에 자리하고 있는 고찰에는 대개 지하에서 샘솟는 물이 있게 마련이다. 그 높은 산꼭대기에 상수도가 있을 리 없으니 암반이나 지하에서 샘솟는 물은 필수로 마련해야 한다.

 

그 물을 한 잔 마시면 내장에 다 정화가 되는 느낌이다. 땀을 비 오듯 쏟고 나서 그렇게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면 마치 날아갈 듯한 기분이 든다. 거기다가 계곡을 타고 올라오는 바람까지 불어온다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그런 여름철의 시원함을 아는 나로서는 늘 여름이 기다려진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덥다고 한다. 자난 주부터 시작한 고찰답사. 찾아갈 때는 비록 숨이 턱에 닿을 듯 힘이 들고 흐르는 땀으로 인해 옷이 다 젖을 정도이긴 하지만, 오르고 나서 시원한 물 한 대접과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다면 그보다 좋은 여름 피서는 없을 듯하다. 그래서 주말이면 카메라 한 대를 챙겨 메고 고찰을 찾아 나선다.

 

 

사람들은 여름이면 바닷가로 떠난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복잡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바닷가. 난 그런 바닷가보다 시원한 계곡과 푸른 숲, 그리고 문화재를 만날 수 있는 고찰을 찾아 나선다. 그곳에서 만나는 문화재의 이야기도 좋고, 운 좋은 날에는 맛깔스런 절집 밥까지 한 그릇 대접받을 수 있어 더욱 좋다.

 

유난히 무덥고 더위가 길다고 하는 이런 여름 무더위를 피하는 방법을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딱히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면 고찰답사로 이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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