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문화재 답사를 하고 글을 쓰는데 미쳤을까?
2011. 8. 17.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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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쥔장의 주절주절
이번에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다양한 문화재에 관련된 영상을 제작해 올리는 ‘헤리티지 채널’에서 영상 제작을 한다고 해서 함께 답사를 나가보았다. 문화재를 답사하고 글을 쓰는 사람을 소개하는 <러브人 문화유산>이라는 코너에, 소개가 된다는 것이다.
이번 촬영을 하면서 그동안 20년 가까이 전국을 돌며 문화재를 답사하고 글을 쓰면서, 나름대로 문화재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생각을 한다. 남들은 그런 나를 두고 ‘미쳤다’라고 곧잘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그 ‘미쳤다’ 라는 표현이 그리 듣기 싫지가 않았다. 스스로도 미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늘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힘들다’ 느낄 때에 채찍질이 되다
사실 요즈음은 힘들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모든 여건이 점점 그렇다. 시간을 이용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체력적으로도 많이 떨어진다. 역시 세월은 속일 수가 없는 것인가 보다. 그래도 아직은 ‘팔팔한 청춘’이라고 말은 하지만, 남몰래 저려오는 팔다리는 어쩔 수가 없으니 말이다.
촬영 중에 프로듀서가 묻는다. ‘왜 문화재 답사를 하는 것인가?’를. 그렇게 질문을 하면 딱히 대답을 찾지 못하겠다. 왜? 라는 질문이 참 낯설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문화재 답사가 ‘왜’가 아닌, ‘당연’이었기 때문이다.
언제 적부터 그렇게 당연히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문화재 답사는 일상이요, 당연이다. 답사를 하지 않으면 도대체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그렇게 돌아다녔는데도, 돌아보지 못한 것이 너무나 많다. 그렇기에 늘 마음이 조급하다.
나에게 문화재 답사는 생명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
겨울에 찾아간 수옥폭포 / 2010, 2, 15 답사
나는 왜? 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을 한다. ‘문화재 답사란 나에게 있어서는 생명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 이라고.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진 석불이며, 탑, 마애불 등을 돌아보면서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문화재는 과거 선조들과 나를 연결해주는 통로이기도 하다.
내가 선조들에게 묻는 것이 바로 ‘왜?’이다. 왜? 무슨 마음으로 이것을 조성하였을까? 왜? 그 오랜 세월을 이렇게 피땀을 흘린 것일까? ‘왜’는 바로 내가 만난 문화재에게, 그리고 그것을 조성한 낯모르고 이름 모를 선조들에게 묻는 말이다.
그 왜는 때로는 엉뚱한 해답을 가져오기도
한다. 물론 그 해답이라는 것이, 나 스스로의 답이기도 하다. 그래서 난 문화재 답사를 하면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 문화재로 인해 선조들과 이야기를 한다. 그 안에서 왜? 에 대한 해답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모든 문화재는 바로 남의 것이 아닌 우리 것
문화국가, 문화재사랑. 참 말로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저 마음으로나마 문화재를 소중하게 알아야한다는 생각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그러나 과연 마음으로나마 그렇게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것이 정말 궁금하다. 아마 다만 몇 사람만 있어도, 그 마음들이 모아지면 상당한 힘을 가질 것이란 생각이다.
단종이 귀향길에 물을 마셨다는 어수정(여주 골프장 안에 있다) / 2009, 11, 11 답사
문화재 답사. 아마 그런 생명이 살아있음을 느끼지 못했다면, 벌써 그만두었을 것이다. 그래서 난 내가 살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오늘도 짐을 싸들고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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